성대한 대관식을 치른 알카라스, ‘빅3’의 시대에 종언을 고하다

윤은용 기자 2023. 7. 1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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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알카라스가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조코비치와의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겨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런던 | 신화연합뉴스



노바크 조코비치(2위·세르비아)는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이 끝난 뒤 우승자인 카를로스 알카라스(1위·스페인)를 향해 “그는 내와 로저 페더러(스위스·은퇴), 라파엘 나달(136위·스페인)의 장점을 모두 갖춘 선수다. 솔직히 말해서 알카라스 같은 선수와 경기를 해 본 적이 없다”고 극찬했다.

알카라스는 이날 조코비치와 4시간42분이 걸린 풀세트 접전 끝에 3-2(1-6 7-6<8-6> 6-1 3-6 6-4)로 이겨 생애 첫 윔블던 정상에 섰다. 지난해 US오픈에 이어 개인 2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US오픈과 함께 4대 테니스 메이저대회로 꼽히는 윔블던은 메이저대회 중에서도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그래서 윔블던을 지배한 선수는 곧 시대의 지배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남자 선수로는 윔블던 첫 5연패를 달성한 비외른 보리가 그랬고,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피트 샘프러스가 그랬다. 그 뒤를 로저 페더러가 이어 5연패와 함께 ‘테니스 황제’ 타이틀을 얻었고, 이후 조코비치가 윔블던을 지배하며 역대 최고의 남자 테니스 선수로 올라섰다.

알카라스의 우승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의 ‘빅3’ 중에서도 최고이자 역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조코비치를, 그것도 윔블던에서 꺾고 우승했다는 것은 오랜기간 지속되어 온 ‘빅3’의 시대에 종언을 고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조코비치와의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겨 우승한 뒤 포효하고 있다. 런던 | AP연합뉴스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으로 남자 단식 20회 우승 고지를 밟은 페더러는 지난해 은퇴했고, 메이저대회에서 22번 우승한 ‘흙신’ 나달도 내년 은퇴를 예고하고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빅3 중 가장 뛰어난 기량을 마지막까지 유지하고 있는 조코비치가 10번 우승한 호주오픈 만큼이나 강세를 보여온 윔블던에서 알카라스에 패한 것은 테니스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알카라스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2018년 프로로 데뷔해 2021년 18세의 나이로 크로아티아 우마그 대회에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지난해에는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역대 가장 어린 나이에 마스터스 1000시리즈인 마이애미오픈, 마드리드오픈에서 우승하는 기록을 연거푸 작성하고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따내 ‘차세대 테니스 황제’로 자리매김했다. 아울러 가장 어린 나이(19년5개월)에 연말 랭킹 1위를 차지하는 기록도 썼다.

이번 시즌 초반은 부상으로 인해 시즌 첫 메이저대회였던 호주오픈에는 불참한 알카라스는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4강까지 올랐다. 하지만 조코비치를 만나 1-3으로 패하며 처음으로 쓴맛을 봤다. 3세트 초반부터 찾아온 근육 경련이 문제였다.

알카라스는 긴장감이 이런 문제를 야기했다고 판단, 윔블던을 앞두고 2020년부터 함께한 심리학자와 면담을 하며 정신력을 가다듬었다. 이는 이번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제대로 통했다. 알카라스는 1세트를 1-6으로 허무하게 내주며 위기를 맞는 듯 했지만, 2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따내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조코비치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당한 타이브레이크 패배였다. 3세트에서는 게임 스코어 3-1로 앞선 상황에서 맞은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무려 13번의 듀스 접전을 펼친 끝에 브레이크하며 포효하기도 했다.

알카라스는 우승 후 “솔직히 테니스의 새 세대가 아닌 나를 위해 승리했다”고 하면서도 “차세대 선수들이 조코비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나에게도 좋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윔블던에서 ‘대관식’을 치른 알카라스의 남은 목표는 오는 8월28일 개막하는 US오픈 타이틀 사수다. US오픈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연패를 달성한 페더러 이후 연속 우승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알카라스가 US오픈 2연패에 성공하면, 누구도 알카라스의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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