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몸은 풀렸다, 이제는 전쟁터… 류현진이 쟁여야 할 무기 '스피드'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멈췄던 류현진의 시간이 다시 흘러간다. 작년 6월 왼쪽 팔꿈치 토미존 수술(인대 재건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어느새 메이저리그 복귀를 앞두고 있다. 현재 세 번째 재활 등판을 무사히 끝마친 상황이다.
보통 야수들은 토미존 수술을 받고 돌아오기까지 6개월 정도 걸린다. 투수에 비해 회복 기간이 짧다. 올해 브라이스 하퍼가 160일 만에 돌아오면서 토미존 수술 최단 기간 복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반면 수술 받은 부위를 직접 써야 하는 투수들은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통상적으로 1년에서 1년 반이 소요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류현진의 복귀는 대단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더군다나 류현진은 2004년에 이어 두 번째 토미존 수술이었다. 첫 번째 토미존 수술을 받은 투수들보다 부담이 컸다. 또한 30대 중반의 나이였기 때문에 쉽지 않은 여정이 예상됐다.
류현진은 항상 위기에서 더 힘을 발휘하는 선수였다. 이번에도 엄청난 자기 관리를 통해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재활 기간을 거치면서 체중을 13.6kg나 감량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존 슈나이더 감독도 류현진의 몸상태에 대해 "경이롭다(phenomenal shape)"고 전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복귀에 얼마나 전념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불펜 피칭과 라이브 피칭을 차례로 소화한 류현진은 실전 등판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루키 리그 경기에 나와서 3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5개, 볼넷은 없었다. 그 다음 싱글A 경기에 등판해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탈삼진은 1개였지만, 역시 볼넷이 없었다. 투구 수가 37개밖에 되지 않은 점이 특기할만한 부분이었다.
사실 하위 레벨 경기, 특히 류현진처럼 베테랑 투수가 나서는 재활 경기는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경기 후 별다른 후유증이 없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탈삼진과 볼넷에서 류현진이 얼마나 류현진다운 피칭을 가져갔는지를 유추해야 한다. 열악한 구장 상태나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수비력 같은 변수는 배제하고, 투수가 온전히 제어할 수 있는 점만 봐야 한다.
실전 등판으로 몸을 푼 류현진은 어제 메이저리그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 트리플A 경기에 나오면서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류현진은 토론토 산하 트리플A 팀 버펄로 바이슨스에 합류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트리플A 팀을 상대했다.
트리플A는 앞선 두 리그보다 훨씬 수준이 높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혹은 메이저리그에 근접한 선수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다. 류현진의 기량이 어느 정도로 회복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류현진 역시 앞선 두 경기보다는 더 실력 발휘를 해야 하는 경기였다.
수준 차이는 1회부터 드러났다. 류현진은 1회 초 저스틴-헨리 말로이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말로이는 올해 디트로이트 7위 유망주로,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우타자다.
류현진은 말로이에게 체인지업을 던졌지만, 체인지업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밋밋한 공이 됐다(아래 그림). 레벨이 낮은 리그였다면 오프 스피드 피치가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타이밍이 흔들릴 수 있었다. 그러나 트리플A는 제구가 되지 않은 공은 장타로 연결할 수 있는 타자들이 즐비하다.
초반 홈런을 맞은 류현진은 이내 집중력을 높였다. 후속 타자 두 명을 깔끔하게 처리하고 이닝을 넘어갔다. 2회와 3회 3자범퇴 이닝을 만든 류현진은, 4회 홈런을 내줬던 말로이를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이후 연속 안타로 추가 실점 위기에 놓였지만, 다음 타자 요한 카마고에게 초구 커터로 병살타를 유도했다. 참고로 카마고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상대한 적이 있는 타자다(통산 3타수 무안타 2삼진).
5회 역시 세 타자로 막은 류현진은 5이닝 1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탈삼진은 5개, 이번에도 사사구는 없었다. 투구 수는 66개였다.
홈런을 내준 건 아쉽지만, 긍정적인 요소가 더 많았다. 홈런을 맞은 타자에게 두 번 연속 당하지 않은 점과 1사 1,2루 위기를 병살타로 극복한 점은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이 자주 보여준 장면들이었다. 무엇보다 기존에 계획했던 5이닝 등판을 어긋나지 않은 점도 만족스러웠다.
류현진의 피칭은 명불허전이었다. 관건은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다. 이 날 '스탯캐스트'가 집계한 포심은 총 27개로, 평균 구속은 87.9마일이었다(최고 89.8마일). 전성기 시절에도 구위로 승부하는 투수는 아니었지만, 구속은 지금보다 올라와야 하는 건 분명하다. 제구가 완벽하게 되지 않는 이상 지금의 포심은 메이저리그에서 매우 위험한 공이다.
트리플A 등판 구종 내용
포심 : 27구
커터 : 15구
체인 : 13구
커브 : 11구
*포심 스윙 13회 / 헛스윙 2회
류현진은 트리플A에서 한 차례 이상 재활 등판을 가질 예정이다. 만약 다음 등판 이후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올라오면 7월말 복귀가 가능하다. 토론토가 7월말에 만나는 팀은 LA 다저스(3경기)와 LA 에인절스(3경기) 볼티모어 오리올스(1경기)다.
다저스는 원정이지만, 다저스의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은 류현진이 편안하게 생각하는 곳이다. 통산 다저스타디움 평균자책점이 2.62다(62경기). 60경기 이상 선발로 나온 투수들 중 역대 8위 기록이다(1위 샌디 코팩스 86경기 ERA 1.37). 물론 다저스는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을 필두로 힘겨운 타자들이 많이 있지만, 친근한 장소에서 어색함을 지우는 건 나쁘지 않다. 오타니 쇼헤이가 있는 에인절스, 같은 지구 라이벌이자 현재 기세가 상당히 무서운 볼티모어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과연 류현진은 언제 누구를 상대로 돌아올까. 재활등판 세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복귀가 임박했다는 것을 알려줬다. 류현진만이 선보일 수 있는 피칭의 묘미를 다시 감상하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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