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vs 테슬라 격투기 설전 속 '스레드' 신경전
메타 vs 테슬라 SNS 경쟁
격투 대결 하자는 두 CEO
그 뒤에 숨은 플랫폼 신경전
나쁜 성적표 받아든 트위터
스레드가 넘어설 수 있을까
"난 철창 싸움(cage fight)을 할 준비가 돼 있다. 그도 그렇다면." 지난 6월 21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사 SNS인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머스크가 언급한 '그'는 메타 창업주 마크 저커버그다.
그러자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에 "싸울 장소를 보내라"고 답했고, 이것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전세계가 둘의 기싸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두 사람이 격투 대결을 벌일 가능성이 있긴 하다. 모두 격투기 '주짓수'를 취미로 배우고 있어서다.
다만, 이 설전을 그저 웃어 넘기기엔 주목해야 할 게 적지 않다. 둘의 기싸움 사이에 메타가 지난 5일 론칭한 새로운 SNS 플랫폼 '스레드(Thread)'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사실 둘의 싸움도 스레드 론칭을 앞둔 어느 날 머스크가 조롱 섞인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머스크가 먼저 도발한 건 스레드에 트위터를 연상케 할 만한 게 숱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스레드에선 게시물 하나당 최대 500자까지만 글자를 쓸 수 있다(표➊). 글자 수를 280자로 제한해 놓은 트위터와 유사하다.[※참고: 트위터가 최대 4000자까지 쓸 수 있는 옵션을 지원하고 있긴 하지만, 그러려면 유료 서비스인 '트위터 블루'를 구독해야 한다.]
글자 수 제한 외에도 스레드엔 트위터를 연상케 하는 기능들이 많다. 검은색 바탕에 흰 글씨로 이뤄진 깔끔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부터 게시물 하단에 달린 '좋아요' '공유' 등 주요 기능이 트위터의 UI와 흡사하다. 누가 봐도 "스레드가 트위터를 벤치마킹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메타가 굳이 트위터와 비슷한 스레드를 론칭한 이유는 무엇일까. 더구나 이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답은 간단하다. 시장지배력을 더 확대하기 위해서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트위터는 월 이용자 수 5억5600만명으로 페이스북(29억5800만명), 인스타그램(20억명), 틱톡(10억5100만명)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큰 SNS다(표➋). 스레드가 트위터를 넘어설 경우, 틱톡을 제외한 SNS 시장을 '메타 천하'로 만들 수 있다. 스레드가 철저히 트위터를 모방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스레드가 트위터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일은 가능할까. 현재 스레드는 이용자를 단숨에 끌어모으고 있다. 출시 하루 만에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을 넘어섰고, 5일 후인 지난 10일 가입자 수 1억명을 돌파했다(표➌). 스레드와 인스타그램이 연동돼 있어 인스타그램 이용자 중 상당수가 스레드에 가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레드의 약진 때문인지 트위터의 트래픽(데이터 전송량)이 다소 빠졌다. 트래픽 통계 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 6~7일 트위터 트래픽이 전주 대비 5.0%, 전년 동기 대비 11.0% 감소했다(표➍).
문제는 트위터가 스레드 론칭 전부터 '위기'를 겪고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4월 1일부터 5월 5일까지 5주간의 트위터 광고 수입은 8800만 달러(1143억7000만원)로 전년 동기 대비 59.0% 감소했다. 광고 수입이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트위터로선 나쁜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트위터 위기일까
전망도 밝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트위터의 월 이용자 수가 2022년 3억6840만명에서 2024년 3억3570만명으로 8.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표➎). 자스민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는 해당 보고서에서 "트위터 사용자들이 트위터 내 혐오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 이용자 수가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다른 조사결과도 맥락이 같다. 비영리단체 '디지털 혐오 대응 센터(CCDH)'가 지난해 11월 10월 30일부터 11월 6일까지 1주간의 트위터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인종 비하를 담은 게시물이 2만622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로 늘었다. 그만큼 트위터의 자정 능력이 떨어졌단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기능이 비슷한 데다 갓 나온 스레드는 트위터에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스레드가 '반짝 흥행'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현재 스레드의 인기몰이는 인스타그램 덕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트위터와의 차별점이 없다면 흥미를 잃은 소비자들은 원래 쓰던 SNS 앱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용자가 쏠린 지금 리텐션(고객 유지)을 높이는 방안을 빠르게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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