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지금이 가장 싸다'? 누가 만든 공식인가

2023. 7. 17.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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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뉴스N시선] 아파트 분양가 급상승의 배경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livewithall@naver.com)]
광명 '국평' 12억 찍었다... 분양가 세달만에 20% '껑충'(머니투데이 23.06.23)
분양가 10억 넘어도 "잘만 팔려요"…예상 밖 흥행에 '들썩'(한국경제 23.07.09)
광명 10억대 국평 분양가 또 나온다... "공사비가 올랐어요"(헤럴드경제 23.06.26)
치솟는 분양가, 광명·용인마저 84㎡ 12억 찍었다(중앙일보 23.06.22)
경기 '국평' 분양가도 12억... "차라리 서울로" 청약 양극화 심화(서울경제 23.07.12)
"지금이 가장 싸다"···고삐 풀린 아파트 분양가(서울파이낸스 23.07.13)
수도권 전매규제 완화되자, 분양권 거래 2배로 껑충(동아일보 23.07.11)

7월에 분양을 시작한다는 광명 센트럴아이파크 84㎡ 분양가가 12억7000만 원으로 정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 4월에 분양한 광명 자이더샵포레나의 경우 84㎡ 분양가는 10억4550만 원대였다. 당시에도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는데, 흥행에는 성공했다. 불과 석 달 차이인데 분양가가 21%나 껑충 뛰었다. 두 단지의 교통 입지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인상폭이 너무 컸다. 의아해서 검색을 해보니, 비슷비슷한 기사들이 이렇게나 많이 나왔다.

기사들의 내용도 대체로 비슷했다. 분양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 경기도를 중심으로 서울보다 비싼 분양가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는 것. 분양가가 높아진 원인은 공사비 상승과 규제 완화라는 것. 그리고 분양가가 비싼데도 청약 열풍이 불어서 잘 팔린다는 것. 언론은 "(연초) 미분양 우려에 몸을 사리던 업계는 흥행 분위기에 적극 편승하는 모습"(한국일보)이며, "'일찍 분양한 단지가 더 싸다'는 공식이 부동산 시장에 자리 잡는 분위기"(머니투데이)라고 한다.

▲<그림 1> 2023년 6~7월 분양가 관련 언론 보도. ⓒ안진이

다양한 분야에서 물가 인상을 체감하는 요즘, 공사비가 올랐다고 말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일 것 같다. 지난 4월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설공사 표준시장단가는 지난 1월 대비 2.63% 상승했다. 국토부에서 6개월마다 발표하는 기본형건축비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문제는 공사비가 얼마나 인상되었느냐, 그리고 자재와 인건비 등의 원가 인상을 적절히 반영해서 분양가를 합리적으로 책정했느냐다.

우선 시멘트를 보자. 시멘트 가격은 지난 2021년 7월부터 세 차례 인상됐고 올해 7월에 네 번째 가격 인상이 이뤄질 예정이다. 건설업계는 시멘트 가격이 10% 오르면 공사비가 최대 1.4% 오른다고 주장한다. 시멘트업계의 주장은 조금 다르다. 전용 101㎡ 아파트 1가구에 들어가는 시멘트 양이 20톤 정도로,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 남짓이므로 7월부터 시멘트값이 15% 인상되더라도 1가구당 비용 인상폭은 28만 원(0.03%)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시멘트보다 2~3배 큰 철근의 경우 가격이 계속 상승하지는 않았다. 철근 가격은 2021년부터 급등했지만 지난해부터는 하락세가 나타났고, 올해는 4월부터 3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밀가루 가격이 하락했다고 해서 라면값이나 짜장면값이 내려가지 않은 것처럼, 철근 가격 하락분이 분양가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개별 품목의 가격을 보고 분양가 인상폭이 적절한지를 알아내기란 쉽지 않다. 자재비와 노무비, 장비 비용 등 직접공사비의 변동을 표준화한 지수인 건설공사비지수를 보자.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2021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 건설공사비지수 중 주거용 건물 공사비지수가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고, 같은 기간 동안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주택 분양가격의 변동을 조사했다. 건설공사비지수의 변동과 분양가격의 변동을 하나의 그래프로 나타내면 <그림 2>와 같다. 그래프를 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1년부터 2022년 초중반까지 인상폭이 높았고, ㎡당 분양가격은 2022년 9월~12월 사이에 가장 많이 올랐다. 즉 분양가의 변동이 건설공사비지수의 변동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았다.

▲<그림 2> 건설공사비지수와 ㎡당 분양가격(2021년 5월~2023년 5월, 분양가격은 천원 단위). ⓒ안진이

다른 방법으로 공사비 인상 요인과 분양가의 관계를 추정해 보자. SH공사가 공개한 고덕강일 14단지 분양원가 공개서에 따르면 지급자재비 항목 합계는 ㎡당 34만4228원이고, 건설원가는 ㎡당 232만321원이다. 자재비가 건설원가의 14.8%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건설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아파트 분양가에서 건축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40~60%라고 보더라도 자재비가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 전후로 추정 가능하다. 3개월 사이에 분양가가 10억 원대에서 12억 원대로 오른 이유는 여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단기간 분양가가 급등한 비밀을 알아내려면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 같다. 정부의 건설사 친화적 정책과 건설사의 영업 전략에서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4월에 분양한 단지가 고분양가 논란 속에서도 분양에 성공했으니 7월에 분양할 업체에서는 가격을 더 높게 올렸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더욱이 두 단지 모두 소형 평형 위주여서 84㎡ 일반분양 세대수 자체가 적다. 광명 센트럴아이파크의 경우 84㎡ 일반 공급은 61세대. 분양가가 높아도 충분히 소화 가능한 물량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분양가 규제가 해제되었으므로 분양가를 높게 제출해도 제동이 걸릴 일이 없다. 언론이 직접적으로는 말하지 않지만 개연성은 높은 추측이다.

몇몇 기자들은 ‘기자수첩’이라는 형식을 통해 '배짱 분양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는 "수도권이 여전히 미분양 일색이었어도 이 값을 매길 수 있었을까. 부동산 규제완화에 힘입어 광명 1구역, 철산 8·9단지 등이 완판되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한다. <브릿지경제>의 채현주 차장 역시 "배짱 분양은 경기도 주요 지역에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라면서 "분양가가 과도하게 올라가면 결국 피해는 무주택자 서민들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돌이켜보면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대책인 6.21부동산대책이 바로 분양가상한제 개편이었다. 2022년 주택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늘어나기 시작하자 건설사와 언론은 곧바로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였던 지난해 6월 21일에 분양가 제도운영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분양가상한제의 건축비 산정에 주거이전비, 영업손실 보상비 등을 추가로 삽입해서 분양가를 높일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을 위해서는 6.21 부동산대책의 후속 조처로 HUG 고분양가 심사기준 개편을 발표했다. 당시 언론들은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장의 분양가가 4%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은 <그림 2>에서 전국의 ㎡당 주택 분양가격이 2022년 하반기에 가장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상승하는 것과도 일치한다.

지난해 11월 14일에는 정부가 서울, 경기 과천, 성남, 하남, 광명을 제외한 전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다. 그리고 올해 초 1.3부동산대책으로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에서도 해제했다. 이에 서울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들의 전매제한이 1년으로 줄어들고 청약 문턱이 낮아졌다. 1.3부동산대책은 전방위 규제 완화였다. 원래 분양가 9억 이하 주택만 가능했던 중도금대출 보증도 분양가 12억 이하로 기준선을 높이고, 15억 초과 아파트 대출도 허용했으며, 청약 당첨자 기존주택 처분 기한도 2년으로 늘려주었다. 특히 12월에 일반분양을 마치고 계약일을 앞둔 상태였던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을 살리기 위해 전매제한 완화는 소급 적용까지 해줬다.

1.3부동산대책이 나오고 나서는 '완판'의 행렬이 이어졌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장위자이레디언트, 철산 자이 더 헤리티지 등 미분양 물량이 남아 있던 단지들이 모두 완판을 기록했다. 지난 1월 분양한 안양시 평촌 센텀퍼스트라는 단지는 3.3㎡당 분양가를 3200만 원으로 책정해 논란을 일으켰고 미분양 물량이 800가구에 달했던 곳인데, 조합이 분양가를 10% 낮춰도 미분양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인근 분양 단지 분양가가 3.3㎡당 3000만 원을 넘어가자 이 미분양 물량의 95%가 팔렸다고 한다.(비싸서 안 나간 미분양 800가구, 갑자기 팔렸다는데..., <조선일보> 23.07.04) 비싼 분양가로 미분양된 단지를 주변 단지의 더 비싼 분양가로 해소하는 이상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분양가 급등을 보도하는 언론도 모든 것을 공사비 상승 탓으로 돌리지는 못한다. 정부의 규제 완화라는 또 하나의 원인을 비교적 정확하게 지적한다. 다만 기사 제목에는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기사를 샅샅이 훑어야 한다. <매일일보>는 건설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규제 완화에 따른 전국 단위의 대기수요가 유입되며 청약 마감이 잇따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매일일보>가 인터뷰한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청약요건과 분양가 전매제한 기간이 완화되면서 일부 인기 단지는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자수요까지 몰려 경쟁이 뜨거울 전망"이라고 밝혔다. <뉴시스>가 인터뷰한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 역시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이후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자 수요도 분양시장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언론과 인터뷰하는 '업계 사람들'도 정부의 규제 완화로 분양시장에 투자 수요가 들어왔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분양시장에 왜 투자 수요가 들어올까? 분양가의 10% 현금만 있으면 투자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분양계약금을 내고 나면 공사 기간 동안 귀찮은 일도 별로 없고, 보유세도 내지 않고, 중도금은 대출로 마련하면 된다. 전매금지가 해제되면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거나, 완공 후 전세를 놓고 기다리다가 되판다. 그런 투기판을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부동산PF 부실이 발생하고 금융권의 위기로 번질 것이 두려웠던 걸까, 아니면 내년 총선까지 어떻게든 부동산을 살려놓으려고 했던 걸까.

12월이 되면 둔촌주공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진다. 분양가가 급상승하고 분양권 투기가 활발해지면 재건축 아파트나 구축 아파트 가격도 같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투자 수요는 가격이 계속 상승하리라는 기대에 의존한다. 그리고 실물 경제와 무관하게 부풀어 오른 집값은 언제든지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의 미분양이 줄어들고 당장의 위험은 피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큰 위기를 조장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 16일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livewith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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