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전북, 여름철 강수량이 나흘 만에 쏟아졌다…왜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2023. 7. 17. 13:5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13일부터 지속되고 있는 장맛비가 충청과 전북 등 서부 해안과 인접한 지역에서 '극한호우' 수준으로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유독 이 지역에 폭우가 집중되는 건 정체전선을 움직이는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가 멈춘 상태에서 온난다습한 수증기의 유입이 많았기 때문이다.

북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지속해서 정체전선에 유입되면서 많은 비를 내리기 좋은 조건이 갖춰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체전선 들었다 놨다 하던 북태평양 고기압, 충청·호남에 정지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온난다습 공기 유입되면서 '비구름' 강화
13 오전 0시~17일 오전 8시 누적 강수량(기상청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지난 13일부터 지속되고 있는 장맛비가 충청과 전북 등 서부 해안과 인접한 지역에서 '극한호우' 수준으로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유독 이 지역에 폭우가 집중되는 건 정체전선을 움직이는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가 멈춘 상태에서 온난다습한 수증기의 유입이 많았기 때문이다. 높아진 동아시아 인근의 해수면 온도가 수증기 증발을 도왔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정체전선은 지난 13일쯤 충청과 호남 사이에 자리를 잡고 이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를 뿌리고 있다. 정체전선이 남북으로 진동하거나 남쪽에서 북쪽으로, 혹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비를 뿌린다는 상식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지난 13일부터 17일 낮 12시까지 내린 비의 양은 청양 580㎜, 제주(삼각봉) 557.0㎜, 공주 517.5㎜, 익산 511.0㎜ 등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평균 연강수량은 1150.4㎜, 여름철 강수량은 672.8㎜다. 약 나흘 만에 여름철 강수량만큼, 1년치 강수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비가 퍼부은 셈이다.

이번 정체전선은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와 한반도 북쪽에 버티고 있는 저기압 사이에 자리를 잡고 장맛비를 뿌렸다.

통상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축했다 팽창하기를 비정기적으로 반복하면서 정체전선을 움직이는데 이번 폭우가 쏟아진 약 나흘 동안 북태평양 고기압은 잠을 자는 듯 움직임이 적었다. 산의 높이를 표현하는 등고선처럼, 같은 기압대를 이어 그린 '등압선'도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서 며칠 동안 크게 바뀌지 않았다.

13일 오전 9시~14일 오전 9시 사이 한반도 주변 기압 배치 합성영상(기상청 제공) ⓒ 뉴스1

여기에 고기압과 저기압의 세력을 사이에 두고 온난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들이닥쳤다. 북태평양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북태평양 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지속해서 정체전선에 유입되면서 많은 비를 내리기 좋은 조건이 갖춰졌다. 기상학계에서는 이 같은 수증기 수송을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이라고 부르고 있다.

'대기의 강'은 근래 들어 잦게 흐르고 있다. 지난 2020년 54일간 이어진 '최장 장마' 당시에도 우리나라에 수증기를 지속해서 공급했다.

수증기 공급은 엘니뇨,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동태평양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엘니뇨는 여름철 강수량을 증가시키고, 겨울철에는 이상고온을 부른다.

엘니뇨 간접 영향을 받은 서태평양의 고기압이 동남아시아와 거리를 두면서, 동남아시아와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에는 '대기의 강'이 열렸다.

올해는 2015년 이후 8년만에 '슈퍼 엘니뇨'가 예상되고 있다. 슈퍼 엘니뇨는 엘니뇨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가 평균 대비 2.0도 이상 올라가는 경우인데, 이때는 폭우나 가뭄 등 이상 기온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엘니뇨 감시구역 외에도 전 지구적 해수면 온도의 상승도 많은 비가 내리게 된 데 간접 영향을 미쳤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 산하 국립환경예측센터(NCEP)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은 17.18도(5일 기준)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태평양과 대서양의 해수면 온도가 크게 오른 게 주된 영향을 미쳤다. 바다의 기온이 오르면 수증기 증발량이 많아지고, 결국에는 비구름을 강화시키는 효과로 이어진다.

바닷물의 다량 증발과 엘니뇨의 간접 영향에 따라 열린 '대기의 강' 영향으로 화요일인 18일 전후까지 충청·호남에 집중호우가 예상된다. 이후에는 정체전선이 다소 남하하면서 19~21일에는 내륙에서 비가 다소 소강상태를 보이겠다.

ac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