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산불·가뭄·폭우…기후변화 여파에 신음하는 지구촌

유한주 2023. 7. 1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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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등 유럽 기온 40도 넘나들어…"역대급 폭염 대비하라" 경고
'아프리카의 뿔' 가뭄 이재민 270만명…인도선 폭우로 최소 90명 사망
폭염 영향 속 산불이 발생한 칠레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지난주 기후변화의 여파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유럽, 미국 등 곳곳에서 살인적 더위가 기록된 건 물론 산불, 가뭄으로 수많은 이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인도, 일본에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폭우가 쏟아져 인명피해가 잇따르기도 했다.

16일(현지시간) AFP 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는 폭염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한낮 기온은 이날 35도까지 오른 데 이어 17일 40도, 18일 42∼43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다. 2007년 8월 기록된 이 지역 최고 기온인 40.5도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칠리아섬, 사르디니아섬의 경우 이번 주 최고 기온이 48도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유럽우주국(ESA)은 "사상 유럽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정부는 앞으로 며칠간 전례없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로마, 볼로냐 16개 도시에 '열파'(heatwave)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열파 적색경보는 최고 단계의 경계경보로, 어린이나 노약자는 물론 건강한 성인까지 고온에 따른 심각한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이탈리아 국민에게는 이번 여름 '역대급 폭염'에 대비하라는 경고가 떨어지기도 했다고 AFP는 전했다.

그리스 수도 아테네의 지난 14일 낮 기온은 41도까지 올랐다.

고대 신전이 있는 유명 관광지 아크로폴리스는 그늘이 없는 언덕 지역인 만큼 기온이 41도보다 더 높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그리스 정부는 관광객 건강을 우려해 당분간 낮 동안에 아크로폴리스를 폐쇄하기로 했다.

스페인 카나리아제도와 안달루시아 지방의 기온도 17∼19일 40도를 넘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루마니아에서도 17일 대부분 지역 기온이 39도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폭염이 덮친 그리스 아테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에서도 끓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6일 기준 현재 총 14개 주(州)에 폭염 경보 등이 발령됐으며, 미국인 1억 명 이상이 폭염 영향권 아래 놓였다.

이번 더위는 서북부 캐나다 국경 지역인 워싱턴주에서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 멕시코 접경인 남부 텍사스주까지 점령했으며 주말 동안 절정에 달할 것으로 미국 기상청(NWS)은 분석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기온은 이날 최대 54도까지 치솟을 예정이다. 이는 지난 90년간 전 세계를 통틀어 기록된 최고 기온과 일치한다고 WP는 설명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 기온은 전날인 15일 47도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 기온을 갈아치웠다.

라스베이거스 기온도 이날 46도를 찍은 데 이어 이번 주에는 47도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아시아 지역도 폭염을 피해 가지는 못했다.

16일 도쿄를 비롯해 일본 열도에서는 35도가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47개 현 중 20개 현에 열사병 경계경보가 발령됐다.

중국 신장 일부 사막 지역 기온도 이날 40∼45도를 기록하고 남부 광시의 경우 39도까지 치솟았다.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지구 곳곳에서는 더위의 영향을 받은 산불도 발생했다.

미국 오리건주에서는 전날 로그 리버 시스키유 국유림에서 발생한 산불로 지금까지 약 12㎢가 불에 탔다.

미국 산림청은 '좋지 않은' 기상 조건과 지형 등으로 인해 산불이 앞으로 더 크게 번질 것으로 내다봤다.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지난주 리버사이드 카운티에서만 산불 4건이 발생, 지금까지 최소 30㎢가 소실됐다.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 라팔마섬에서도 전날 폭염 아래 발생한 산불로 지금까지 약 50㎢가 불에 타고 최소 4천 명이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 속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에 따른 이재민만 27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날 밝혔다.

소말리아에서만 170만 명, 에티오피아에서 약 51만 명, 케냐에서 약 46만 명이 가뭄으로 삶의 터전을 잃었다고 WFP는 전했다.

한국처럼 폭우로 큰 피해를 본 국가도 잇따랐다.

인도 북부에서는 이번 여름 몬순(우기)에 접어들며 지금까지 최소 90명이 사망했다고 AFP는 전했다.

인도에서 우기에 홍수나 산사태가 발생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지만,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그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 혼슈 동북부인 도호쿠 지방의 아키타현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16일 새벽까지 24시간 동안 강수량은 아키타현의 다이헤이잔에서만 332.5㎜를 기록했고, 인근 고조메마치의 농지에서는 폭우로 침수한 차에서 남성 1명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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