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의 존재 이유는 '가설'이 아니라 '증명'입니다"

이균성 논설위원 2023. 7. 1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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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 ㊱ 디렉터스그룹 신재혁 대표

(지디넷코리아=이균성 논설위원)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광고의 존재 이유는 '가설'이 아니라 '증명'입니다"

신재혁 디렉터스그룹 대표는 광고 전문가다. 그러나 한 자리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래서 현실에 몰입하다 보면, 자꾸 이것저것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할 일이 늘어나는 듯하다. 2010년 현금 400만 원과 맥킨토시 한 대로 창업해, 10여 년 만에 7개 회사를 인수한 것만 봐도 그렇다. 그의 할 일이 앞으로 얼마나 더 늘어날지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신 대표는 디렉터스그룹을 ‘브랜드 스케일업 전문기업’이라 부른다.

“브랜드든 솔루션이든 서비스든 기업이든 소비자를 상대로 한 모든 비즈니스는 성장 과정에서 각자의 이슈로 한계에 부딪히곤 합니다. 디렉터스그룹은 브랜드의 일부를 도와 성장의 티핑 포인트(tippin point.작은 변화들이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쌓여, 이제 작은 변화가 하나만 더 일어나도 갑자기 큰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상태가 된 단계)를 만들어서 결국 전부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려 하죠.”

신재혁 디렉터스그룹 대표

■상품의 수명을 결정하는 건 무엇인가

상품은 어쩌면 만들어질 때부터 저마다의 운명을 갖고 있을 지도 모른다. 어떤 상품은 더 넓게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고, 어떤 상품은 그러지 못할 것이다. 다만 상품을 만든 사람의 마음은 모두 다 같을 것이다.

‘더 넓게 더 오래 살아남았으면’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마음이 그러할 테다. 상품을 대하는 광고인의 태도도 그래야 할 듯하다. 상품 자체가 갖는 운명이 있다 하더라도 그 상품이 최대한 더 넓게 더 오래 살아남을 방법을 찾아내려는 태도. 상품을 만든 기업이 광고회사에 일을 맡기는 것은 그 태도로부터 길러진 전문성을 믿기 때문일 테다.

그 과정에서 욕심이 지나치면 과장이 생길 수도 있겠다. 그래서 되레 소비자한테 역반응이 나오기도 하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한테 제대로 알려질 기회마저 갖지 못한다면 그것도 문제라 할 수 있다.

■“칼러가 있는 크리에이티브가 좋았어요”

아기는 태어나면 이름을 갖는다. 상품도 마찬가지다. 태어나는 모든 게 창조라면 이름은 어쩌면 ‘제2의 창조’라고 할 수도 있다. 광고는 그 점에서 ‘제2의 창조’와 비슷하다. 신 대표는 광고의 그 크리에이티브(creative)한 점이 좋았다. 특히 크리에이티브 과정에서 자신 만의 색깔이 묻어나기를 원하였다.

“국내외 광고회사 3개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창업을 결정한 것은 제 색깔이 묻어나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죠.”

출발은 초라할 정도였다. 창업자금 400만원과 맥킨토시 하나가 전부. 처음엔 개인회사로 출발해 전단지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머잖아 함께 일 할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2년 뒤에는 그룹의 모회사인 디렉터스컴퍼니라는 법인을 설립했다. 회사 이름 또한 크리에이티브한 일꾼들의 모임임을 강조했다.

디렉터스그룹 사옥 전경

■‘성장 바퀴 시스템’을 구축하다

디렉터스컴퍼니는 독립광고대행사로 지난 10여 년 동안 300편 이상의 캠페인을 수행했다. 산업계가 디렉터스컴퍼니의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인정해줬기에 가능한 일이다. 디렉터스컴퍼니는 그러나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일을 하면서 부족함을 깨달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감행했다.

종합 독립광고대행사인 디렉터스컴퍼니가 몸통이라면 M&A를 통해 좌우 두 날개를 붙인 것이다. 영상 광고 프로덕션인 크리에이티브에어와 검색엔진최적화 기술을 통해 디지털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애드테크 기업인 DAD가 그것이다. 이로써 고객의 거의 모든 요구를 그룹 내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3개 회사가 결합함으로써 우리 그룹은 브랜드 스케일업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디렉터스만의 밸류체인을 구축했다고 자부해요. 우리는 구체적인 상품(커머스)를 파는 시대에서 콘텐츠를 파는 시대로 세상이 바뀌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디렉터스그룹은 브랜드의 스케일업을 위해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글로벌 유통, 데이터분석 등을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거죠.” DAD는 어떤 상품이든 글로벌로 알릴 수 있는 시스템과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

■‘성장 바퀴 시스템’에 힘이 실리다

디렉터스그룹이 3개 회사를 통해 제공하는 ‘브랜드 성장 바퀴’는 4단계의 작업을 원으로 배치해 돌리는 구조로 설계 돼 있다. 상당히 전문적인 방법론이지만, 거칠게 표현하면, 브랜드의 현재 위치를 데이터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단계에서 시작해, 크레이티브 소재를 발굴하는 단계, 최적의 마케팅 방법을 수립하는 단계, 그리고 국내 대중과 글로벌로 이를 퍼뜨리는 단계로 구성돼 있다.

이 바퀴에 힘이 실렸다는 건 매출이 입증하고 있다.

디렉터스컴퍼니의 매출은 2014년 28억 원에서 2018년 216억 원까지 지속 성장하다가 2020년 코로나19 위기로 140억 원까지 추락했었다. 그러나 2021년 M&A를 통해 ‘브랜드 성장 바퀴’ 시스템을 구축한 뒤에 다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520억 원으로 늘어났고 올해 776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성장 바퀴 시스템’은 광고성 콘텐츠를 보고 싶은 콘텐츠로 잘 만드는 크리에이티브 영역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를 데이터 분석 기술을 통해 과학적으로 정립하고, 애드 테크 기술을 통해 효과적으로 퍼뜨리는 데까지 나아간 게 장점이죠. 브랜드 고객들이 그 효과를 인정하고 있는 셈이구요.”

디렉터스그룹 임직원들이 연말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 대표가 자신들의 업(業)을 ‘브랜드 스케일업'이라 하는 까닭은 브랜드에 크리에이트브한 속성의 콘텐츠를 부가해 '제2의 창조'를 해낸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제2의 창조'는 현실로 구현돼야 의미가 있을 테다. 신 대표는 그래서 "광고의 존재 이유는 '가설'이 아니라 '증명'"이라고 주장한다. 증명이라 함은 애드테크를 통해 브랜드와 소비자가 제대로 만나게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브랜드 그 자체에 대한 도전을 시작하다

브랜드 키우는 일을 오래 하다보면 브랜드가 생겨나고 자라서 성장하는 모든 과정에 대한 식견이 쌓여갈 듯도 하다. 대개의 경우 그 모든 과정은 브랜드 소유자가 할 일이고 크리에이티브는 그중 일부만 맡게 된다.

신 대표가 남다른 까닭 중 하나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크고 작은 브랜드의 성장과정에 참여하다 보니 ‘우리 브랜드를 키워보자’는 생각에 이르게 됐습니다. 이름 없던 우리 브랜드를 성공시키면 우리의 브랜드 스케일업 시스템과 솔루션에 대해 외부에서 더 높게 인정할 수도 있고, 우리 그룹 구성원한테는 더 큰 과실이 직접적으로 주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죠.”

디렉터스그룹이 최근 패션, 건강기능식품, 펫 등 소비재 브랜드 5개를 인수한 이유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5개 브랜드를 우리 성장 바퀴 시스템에 올려 1년 가량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 전략 브랜드로 삼은 2개 브랜드는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상품의 포장 외관을 바꾸고 광고 모델을 선정하는 등 몇 가지 변화를 가하자 6개월 만에 대폭적인 매출 상승을 보여줬죠.”

자기 브랜드를 갖게 되자 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넓어졌다. 이미 있는 것을 널리 잘 알리는 일에 그치지 않고 있는 것에 변화를 가함으로써 브랜드를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본질이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광고로 시작했는데, 브랜드 키우는 일을 깊이 파다보니, 자연스럽게 컨설팅을 하게 되고, 컨설팅을 하다 보니 또 자연스럽게 키울만한 브랜드를 알아보는 눈을 갖게 되고, 알다 보니 브랜드에 투자를 하게 되더군요. 디렉터스그룹은 그러다보니 광고, 컨설팅, 투자 등 3개 비즈니스 축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연금술은 금이 아닌 것을 금으로 만들려는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금이 아닌 것을 금으로 만드는 건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다 해도 효율이 떨어진다는 게 오늘날의 정설이기는 하지만 연금술이 여전히 의미 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 존재인 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연금술사는 그런 점에서 몸으로 도전하는 실행가다. 신재혁 대표도 안주보다 변화를 선호하는 실행가다.

덧붙이는 말씀: 신재혁 디렉터스그룹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디지털 마케팅 회사인 리메이크디지털 남산성 대표입니다.

이균성 논설위원(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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