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머릿속, 온통 벼 걱정뿐"…익산 '이재민대피소'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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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이 하얗게 돼버렸어."
42명이 모인 이 대피소에선 허리를 굽혀 새우잠을 자는 할머니들과 혈압을 체크하는 익산시청 소속 공무원들의 분주한 모습이 뒤엉켜 있었다.
금강 하류에 있는 전북 익산시 용안면과 인근 망성면에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500㎜ 이상의 폭우가 내렸다.
익산시청 소속 공무원들은 교대로 이곳 이재민대피소를 지키며, '밤샘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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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 농작물 침수 1만 1855ha 집계
익산시 90개 배수펌프기 동원
"논이 하얗게 돼버렸어."
500mm의 폭우가 내린 전북 익산시.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17일 오전 이재민들이 익산시 용안면 용안초등학교에 모였다.
42명이 모인 이 대피소에선 허리를 굽혀 새우잠을 자는 할머니들과 혈압을 체크하는 익산시청 소속 공무원들의 분주한 모습이 뒤엉켜 있었다.
이날 용안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 거처에서 만난 정모씨(71)는 "대피소가 불편하긴 하지만, 며칠이라도 더 있을 수 있다"며 "다만 머릿속이 온통 벼 생각밖에 안 난다"며 깊은 한숨을 몰아쉬었다.
지난 15일 익산시청으로부터 대피 권고 소식을 들은 정 씨는 남편과 함께 슬리퍼만 신고 곧장 이곳으로 향했다.
정 씨와 남편은 여벌의 옷도 평소 먹는 약 등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채 쫓기듯 이 대피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마저도 정 씨와 함께 온 남편은 물에 잠긴 논이 걱정돼, 대피소에 있다가 곧장 논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 씨는 "한숨도 못 자고 비 그치자마자 논으로 달려갔다"며 "벼가 초록초록해야 하는데 물에 잠겨 논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물속에서 벼가 숨도 못 쉬고 있다"며 "물이 빠져도 병충해에 이미 망가져 손 쓸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금강 하류에 있는 전북 익산시 용안면과 인근 망성면에는 지난 13일부터 17일까지 500㎜ 이상의 폭우가 내렸다.
대청댐 방류량 확대와 지속적인 호우로 금강 수위가 상승하면서 용안면 석동배수장 인근 산북천 제방에서 붕괴 위험이 감지돼 인근 주민들의 대피가 시작됐다.
전북도 등에 따르면 도내 주택 82채, 축사 35곳, 차량 3대를 비롯해 특히 벼와 논콩 등 농작물 침수 피해만 축구장 면적(0.7ha) 1만 7천 개 수준인 1만 1855ha에 달한다.
축산업을 하는 다른 이재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우를 기르는 김모씨(64)는 "송아지 한 마리가 물에 잠겨 죽었다"며 "다른 소 4마리는 물에 잠겨 고개만 내놓고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김 씨는 "부녀회 등 여러 곳에서 밥도 잘 챙겨주고 잠자리야 당연히 불편하지만 참을 수 있다"며 "다만, 소가 저체온증에 죽지는 않을까 너무나 불안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익산시청 소속 공무원들은 교대로 이곳 이재민대피소를 지키며, '밤샘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는 이재민들이 챙겨오지 못한 약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또 인근 함열초등학교 등을 돌아다니며 혈압을 체크하는 등 건강 이상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혈압 측정을 마친 한 공무원은 "다행히 대피소에 계신 분들 중 건강상 특이사항이 있는 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익산시는 90여 개의 배수펌프기를 동원해 농경지 침수에 대응하고 있다. 전북도는 경찰, 소방과 함께 애로 사항을 지원하고, 농작물 피해 현황을 조사할 예정이다.
김 씨는 "여러 곳에서 잘 챙겨줘 그래도 잘 버티고 있다"며 "논 등 침수로 망가진 곳들 먼저 빨리 복구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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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김대한 기자 kimabou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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