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건조기 경쟁 후끈, ‘LG 배상 판결’ 기사 매장에 걸어둔 삼성
신뢰할 점유율 자료 없어 “서로 1등” 주장
장마철 ‘꿉꿉한 날씨’ 건조기 대전 본격화
“법원 ‘LG전자, 의류건조기 구입 320여명에 1대당 20만원 배상하라’.”
“콘덴서 자동세척 된다더니?…LG 건조기 구매자들, 소송까지 간 까닭은”
지난 14일 제주도에 있는 한 삼성스토어 건조기 판매 코너에는 이런 제목의 기사들이 걸려 있었다. 이들 기사에는 자동세척 논란이 일었던 LG전자 건조기 구매자들을 상대로 사측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적혀 있었다. ‘매번 자동으로 먼지 콘덴서(응축기)가 세척된다’는 광고와 달리 실제로는 수동세척을 해야 하므로 돈을 물어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매장 직원은 “LG전자가 자동으로 콘덴서가 세척된다고 홍보를 했는데 세척 자체가 안 돼서 냄새가 나고 곰팡이가 끼고 해서 리콜이 들어갔다”며 “삼성전자 건조기는 눈으로 보고 본인이 직접 콘덴서를 닦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 문제는 4년 전 불거진 해묵은 사안이다. 한국소비자원은 2019년 8월 1차 집단분쟁 조정에서 LG전자의 과실을 일부 인정해 무상 수리를 권고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도 자동세척 기능을 내세운 광고에 대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15일 방문한 서울 양천구의 다른 삼성스토어도 같은 기사를 뽑아서 건조기 옆에 비치해 두고 있었다. LG전자의 건조기 콘덴서 결함이 법원 판결을 통해 다시 환기되자 건조기가 잘 팔리는 장마철을 맞아 삼성전자에서 공세에 나선 모습이다.
그러나 현재 판매 중인 LG전자 건조기는 사실 해당 결함이 개선된 상태다. 하지만 삼성의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불량 제품’이란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반대로 서울의 한 LG전자 베스트샵에서는 매장 직원이 삼성전자 건조기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당 직원은 “삼성전자 세탁기가 터진 적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세탁기나 건조기 시장점유율은 LG전자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이 든 사례는 지난해 연이어 발생한 ‘삼성전자 세탁기 폭발’ 사건을 말하는 것이다. 산지 반년도 안된 세탁기가 빨래를 하던 중 폭발해 세탁기 유리문이 산산조각이 나서 논란이 됐다.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 임원이 출석해 사과했던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에서 생산된 드럼세탁기 일부 제품에서 강화유리 이탈 현상이 발생한 바 있다”며 “구매 대상 소비자에게 무상 점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조기 대전 이면에는 두 회사의 치열한 생활가전 판매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기자가 만난 매장 직원들은 ‘어느 회사 건조기의 시정점유율이 높냐’는 질문에 하나같이 각자 자기 회사 이름을 댔다.
서로 1등을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세탁기나 건조기 같은 제품은 제조사의 정확한 판매량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TV처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의 점유율 집계가 과학적으로 이뤄지지 않다 보니 누가 제일 많이 팔았는지 알기 어렵다.
2014년에는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독일 베를린 대형 가전 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부쉈다”며 삼성전자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LG전자는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맞고소하며 소송전을 벌였다. 두 회사는 2015년 법적 분쟁을 끝내기로 합의했고 조 전 사장은 재판에서 무죄를 받았다.
올해에는 건조기에 앞서 대표 여름 가전인 에어컨 판매를 놓고 한 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5월 삼성전자가 한 시장조사기관의 자료를 이용해 자사 에어컨 시장점유율이 1위라고 주장하자, LG전자는 “정확한 수치가 아니다”며 반발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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