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퍼드 라이 규칙이 뭐길래…리디아 고, 7벌타 받고 공동 65위

민학수 기자 2023. 7. 1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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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투어 다나 오픈 린 그랜트 우승
2016년 JLPGA투어선 68벌타도 나와
미 LPGA투어 다나오픈에서 경기하는 리디아 고의 모습. /AFP 연합뉴스

골프 규칙의 대전제는 ‘코스는 있는 그대로’ ‘볼은 놓인 그대로’ 경기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악천후로 코스가 제대로 경기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일 때는 예외를 둔다. 그 중 하나가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s·공 옮기는 것 허용) 규칙이다. 공이 놓인 자리에서 도저히 경기할 수 없을 때 볼을 집어 올리고(lift) 닦아서(clean) 옮겨 놓고(place) 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더 좋은 자리에 놓고 칠 수 있게 해주는 규칙이다.

골프의 규칙이 처음 정립된 스코틀랜드에서 날씨가 좋지 않은 겨울 골프에 적용하기 위해 만든 ‘동계 규칙(winter rule)’에서 온 예외 조항이다. 볼을 집어 올려 닦을 수는 있지만 원래 그 자리에 다시 놓고(replace) 치도록 하는 클린 볼(lift and clean ball)은 공 위치를 옮기지 못하는 점에서 프리퍼드 라이와 다르다.

경기에 엄청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자칫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어느 홀에서 어떤 조건으로 적용되는지 대회 조직위원회가 정하는 로컬룰(그 코스에서만 적용되는 특별 규칙)에 따라 세부 규정이 대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깜빡했다가는 무더기 벌타를 받을 수 있다. 2016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이토엔 레이디스 대회 1라운드에서는 베테랑 우에하라 아야코(40)가 프리퍼드 라이 규칙을 착각해 무려 68벌타를 받고 69오버파 141타를 기록한 적도 있다. 공을 닦고 원위치에 놓고 치도록 한 로컬룰을 착각해 한 클럽 이내에 옮겨 놓고 쳤던 것.

‘골프 천재’ 리디아 고(26·뉴질랜드)가 17일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다나 오픈(총상금 175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프리퍼드 라이 규칙을 착각해 7벌타를 받고 7오버파 78타를 기록, 공동 65위(1오버파 285타)로 대회를 마쳤다.

대회가 열린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이니아의 하일랜드 메도스 골프클럽(파71)에는 전날 경기가 45분 지연될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 대회조직위원회는 마지막 날 1번 홀(파4)과 10번 홀(파4)에 프리퍼드 라이를 적용했다. LPGA투어에서는 대개 1클럽 길이 이내에 공을 옮겨 놓고 칠 수 있도록 한다. 로컬 룰이 적용된다는 고지는 스코어카드를 나눠줄 때, 그리고 대회 게시판, 해당 홀 티잉 마크 옆에 이중삼중으로 한다.

리디아 고는 코스 전체에 이 규칙이 적용되는 것으로 착각해 3번과 7번, 9번 홀에서도 공을 옮겨 놓고 쳤다.

리디아 고가 규칙 위반을 알게 된 것은 11번 홀(파4)에서였다. 리디아 고는 공을 집어 들고 뭔가 이상했는지 경기위원을 불렀다. 1번과 10번 홀에서만 프리퍼드 라이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리디아 고는 원래 공이 있던 곳에 공을 놓고 쳤다.

리디아 고는 앞서 3개 홀에서 공을 다른 곳에 옮겨 놓고 친 규칙 위반에 대해 각각 2벌타씩 6벌타를 받았고, 11번 홀에서는 공을 이유없이 들어 올린 규칙 위반에 대한 1벌타만 받아 모두 7타를 잃었다.

골프 규칙은 하나의 샷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규칙 위반에 대해서는 각각 벌타를 적용하지 않고 그 중 가장 강한 벌타 하나만 적용한다. 리디아 고는 올 시즌부터 전인지, 박성현 등과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함께했던 베테랑 캐디 데이비드 존스(미국)와 함께 하고 있는데 이번 대회에는 임시 캐디가 백을 멘 것으로 알려졌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LPGA투어 3승을 거두고 올해 초 유러피언 투어에서도 우승하는 등 전성기 기량을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3위인 리디아 고는 올 시즌 LPGA투어에서 한 번도 30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었다. 규칙 착각 소동으로 전날 공동 24위에서 41계단 밀린 공동 65위로 대회를 마친 리디아 고는 별도의 인터뷰 없이 대회장을 떠났다.

우승은 지난해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에서 4승을 차지하며 신인상과 대상을 휩쓸었던 린 그랜트(24·스웨덴)가 차지했다. LPGA투어 첫 승리다. 3라운드까지 6타차 선두였던 그랜트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3타를 줄여 4라운드 합계 21언더파 263타로 우승했다.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앨리슨 코푸즈(25·미국)의 맹추격을 3타차로 따돌렸다.

그랜트는 지난해 LPGA투어 출전권을 확보했지만, 코로나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탓에 미국에 입국할 수 없어 미국 밖에서 열린 대회에만 출전했다. 올해 미국 방역 당국이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외국인에게도 입국을 허용하면서 그랜트도 날개를 달았다.

그랜트는 “큰 타수 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어제 나처럼 누군가가 타수를 많이 줄일 수 있어 방심하지 않았다”며 “지금 컨디션이 최고여서 곧 이어질 메이저대회 에비앙 마스터스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는 한명도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유해란(22)과 이정은(34)이 공동 19위(8언더파)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최혜진(24)이 공동 23위(7언더파), 세계 1위 고진영(28)이 공동 26위(6언더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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