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짝'과 EDM에 취한 세종문화회관의 토요일 밤
트로트 재해석 앨범 '뽕'으로 단독 무대 펼쳐
EDM 비트 속 흥겨움과 애잔함 함께 전해
나운도·오승원·이정식·한상철 등 게스트 출연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세종문화회관이 클럽으로 변신했다. 지난 15일 토요일 밤, 평일보다 일찍 공연이 끝나 한산해야 할 때였지만 이날은 달랐다. 세종문화회관 컨템포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23’의 두 번째 공연이 열린 날. DJ 겸 프로듀서 250(본명 이호형)의 공연 ‘아직도 모르시나요’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 둘씩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로 모여들고 있었다.
이날 공연의 분위기가 색달랐던 이유가 있다. 250은 현재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센세이션한 DJ 겸 프로듀서. 지난해 트로트를 재해석한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앨범 ‘뽕’으로 주목을 받았다. 제작 과정에만 무려 7년이 걸린 이 앨범으로 2023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 ‘최우수 일렉트로닉 노래’ 등 4관왕을 차지했다. 대중에겐 ‘뉴진스의 아버지’라는 별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데뷔와 동시에 K팝 차세대 주역으로 떠오른 그룹 뉴진스의 ‘하입보이’, ‘디토’ 등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이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이날 공연은 250이 작정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을 명확히 보여준 무대였다. 밤 9시가 지나 무대에 오른 그는 신디사이저를 연주하며 관객을 자신만의 ‘뽕’의 세계로 이끌었다. 트로트 특유의 ‘뽕짝뽕짝 뽕짝짝 뽕짝’ 리듬이 EDM 비트와 만나 독특한 흥을 만들었다. 관객들 또한 음악에 맞춰 몸을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했다. 이날 공연의 주인공은 250이었지만, 그의 얼굴은 어두운 조명 속에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자신을 보지 말고 음악을 즐기라는 메시지 같았다.
공연은 앨범 ‘뽕’ 수록곡의 무대, 그리고 EMD 음악을 선보이는 DJ 셋이 결합된 형태로 진행됐다. ‘뽕’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이 대거 게스트로 출연해 관객을 열광케 했다. 그 시작은 ‘로얄 블루’. 색소포니스트 이정식이 등장하자 공연장의 열기는 한층 더 뜨거워졌다. 공연 후반부에는 트로트 가수 나운도가 등장해 ‘뽕’ 앨범의 첫 번째 트랙 ‘모든 것이 꿈이었네’를 불렀다. 앨범에선 가수 이박사의 키보디스트 김수일이 불렀던 노래. 나운도의 구성진 목소리가 전자음악과 만나 묘한 애잔함을 전했다.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은 조명이었다. 비트에 맞춰 현란하게 펼쳐진 조명 퍼포먼스는 음악 페스티벌에서 볼 수 있는 EDM 공연을 방불케 했다. 이날 조명을 맡은 이는 세종문화회관의 양용환 조명감독. 세종문화회관에 따르면 250 측과 양용환 조명감독이 3일간의 리허설을 거쳐 각각의 음악에 어울리는 조명 퍼포먼스를 완성시켰다. ‘싱크 넥스트 23’이 아니면 만나기 힘든 무대였다.
250은 자신이 생각하는 ‘댄스 음악’을 단맛과 짠맛이 공존하는 이른바 ‘단짠 음악’으로 설명한다. “댄스 음악을 만든다는 것은 곧 ‘세상에 춤을 추게 하지 않는 음악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80분간 펼쳐진 이날 공연 또한 빠른 비트의 전자음악 속에 흥겨움과 아련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미국 팝 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히트곡 ‘이모션스’를 샘플링한 DJ 퍼포먼스에선 그의 차기 프로젝트 ‘아메리카’의 한 단편도 엿볼 수 있었다.
공연 내내 한 마디의 말도 없이 묵묵히 음악을 틀고 연주하던 250은 모든 공연이 끝난 뒤에야 관객을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앙코르가 없는 것이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광화문 거리에는 250이 전한 ‘뽕짝’과 EDM의 취기가 한동안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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