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의 날것이 빠니보틀의 명성과 덱스의 인기를 만났을 때('태계일주2')
[엔터미디어=정덕현] 여행 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걸까.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가 보여주는 인도여행은 보면 볼수록 인도라는 나라에 대한 편견을 깨고 그 매력을 끄집어내주고 있다. 처음 기안84가 혼자 도착해 체험한 바라나시가 이들 표현대로 인도의 과거 그대로의 전통을 보여줬다면, 덱스와 만나 힘겨운 기차여행 끝에 도착한 뉴델리는 인도의 변화하고 있는 현재의 미래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어진 시크교의 최대 성지 암리차르는 그 독특한 황금사원에서의 흥미로운 종교적 체험으로 또 다른 매력을 안겨줬다.
인도를 이처럼 좀더 깊게 들어가 다차원적으로 담아낸 여행 예능이 있었던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는 시즌1의 남미에 이어 시즌2의 인도 선택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극사실주의 여행 리얼리티를 추구한다는 모토는 '날것'의 여행을 추구하는 기안84의 취향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었고, 그래서 우리에게는 많은 선입견과 편견으로 어딘가 불편하게만 여겨졌던 인도의 선택은 '날것' 대 '날것'의 대결(?) 같은 느낌마저 줬다. 아무데서나 누워 자고 아무 거나 먹는 것에 익숙한 기안84가 인도의 그 날것 앞에서도 동화해나갈 수 있을까 궁금했던 것.
손으로 밥을 먹고, 현지 가이드를 만나 동승한 인도 부부의 청첩장을 받고는 결혼식장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한바탕 막춤으로 인싸가 되는, 말 그대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기안84 특유의 여행스타일이 인도와 맞아 떨어졌고, 여기저기 달라는 대로 주는 그가 바가지를 쓰는 장면 같은 것들이 예능적인 웃음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는 기안84의 이 날것 이외에도 그와 함께 한 덱스와 빠니보틀의 결이 다른 매력 또한 빛났다.
머슬 마니아인 덱스는 가는 곳마다 그곳 현지의 레슬링장, 헬스장을 찾아 그들과 함께 맨몸으로 부딪치며 운동을 하는(심지어 피까지 보이며) 모습을 보여줬고, 그런 상남자 스타일과는 정반대로 음식이 짧은 데다 위생과 청결에 신경 쓰는 모습으로 웃음을 줬다. 잘 생긴 외모는 가는 곳마다 사진을 찍자며 다가오는 인도인들 덕분에 기안84와의 대비로 웃음을 줬고, 무엇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솔로지옥>을 통해 갖게 된 인기는 인도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빠니보틀은 인도로 떡상한 스타 유튜버로서의 면모가 가는 곳마다 나타났다. 뉴델리부터 암리차르까지 인도 여행의 가이드를 자처한 빠니보틀의 등장은, 이전까지 기안84와 덱스가 힘겹게 부딪치며 해온 여행을 좀 더 편안하게 할 수 있게 해줬고 특히 아픈 동생과 조금 어리숙한 형을 챙기려는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현지인과 어우러지는 모습도 남달랐다. 이미 인도인들에게는 스타나 다름없는 빠니보틀은 자신을 알아보는 인도 유튜버를 만나 거의 팬미팅에 가까운 시간을 보냈다. 공짜로 유심을 선물 받고는 화답하듯 식사를 대접했고 그가 소개해준 길거리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며 인도인들과 한껏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자는 것, 먹는 것이 모두 공짜인 암리차르의 황금 사원에서는 다함께 바닥에 앉아 음식을 먹고 또 자원봉사로 함께 산더미처럼 쌓인 식판을 설거지 하면서 친절하고 따뜻한 인도인들의 미소를 경험할 수 있었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2>가 보여준 인도의 이 다양한 모습들은 그저 주마간상으로 바라보던 인도가 주는 막연한 편견과 선입견과는 너무나 다른 느낌이었다. 한걸음 더 깊숙이 들어갔고 그곳에서 인도인들과 만나 가까워지는 그 과정들이 들어가면서 이들의 문화와 삶을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던 것.
이런 여행이 가능해진 건 이 인도여행을 함께 한 기안84와 덱스 그리고 빠니보틀이 겹치지 않는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 덕분이다. 기안84가 날것의 매력을 보여준다면, 덱스는 상남자와 의외의 약한 모습이 간간히 더해지며 생긴 인간미를 보여줬고, 빠니보틀은 풍부한 여행 경험과 현지인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주는 '소통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처음에는 기안84 홀로 날것의 인도를 보여주고, 덱스가 함께 해 형제 같은 두 사람의 케미를 담아낸 후, 빠니보틀이 더해져 또 색다른 인도를 보여주는 여행의 구성 역시 이런 매력을 극대화해줬다.
그간 여행 예능들은 실제 현지의 리얼리티보다는 보다 여행 판타지에 가까운 광경들을 주로 담아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이 여행 예능의 틀을 깨고 진짜 현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여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이걸 가능하게 해준 건 다름 아닌 기안84와 덱스 그리고 빠니보틀 같은 이런 여행에 진심인 이들이 있어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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