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름반도-러 본토 잇는 크름대교서 폭발음···러 “우크라 테러 공격”

선명수 기자 2023. 7. 17. 13:0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7일 새벽 크름대교서 폭발음…통행 중단
러 본토에서 온 일가족 3명 사상
“우크라 해군·보안국 ‘드론 작전’” 주장도
러시아 본토와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름반도를 잇는 크름대교. 타스연합뉴스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통로인 크름대교(케르치대교)가 17일(현지시간) 공격을 받아 최소 2명이 숨지고 다리 일부가 파손돼 통행이 중지됐다. 러시아는 이번 공격이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의 ‘테러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크름대교가 외부 공격을 받은 건 이번이 두번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름 자치공화국 수반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비상 상황’으로 인해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와 크름반도를 잇는 크름대교의 통행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그는 “크라스노다르로부터 145번째 교각 구역에서 비상 상황이 발생했다”며 주민과 여행객들에게 크름대교 방면으로 이동을 자제해 달라고 경고했다.

크름반도 현지 인터넷 매체 ‘바자’도 이날 새벽 폭발로 최소 2명이 사망했다며 다리 일부와 차량이 파손된 사진을 텔레그램에 게시했다.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지역 주지사인 베체슬라프 글라드코프는 벨고로드에서 자동차로 여행을 온 부부가 사망하고 딸이 중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민간군사기업(PMC) 바그너 그룹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 존’은 이날 오전 3시4분과 3시20분에 각각 한 차례씩 크름대교를 겨냥한 공격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공격 주체로 우크라이나를 지목했다. 러시아 반테러위원회(NAC)는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이 이번 공격을 수행했다”며 “크름대교가 2대의 우크라이나 수중 드론에 의해 공격을 당했고, 다리 도로면이 테러 공격으로 손상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도 “크름대교 공격에 책임이 있는 우크라이나 특수기관 요원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름대교가 파손된 모습. 오스토로즈노보스티통신=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언론 우크라인스카 프라우다와 영국 BBC 등도 우크라이나 보안국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 우크라이나 보안국과 해군이 수중 드론을 이용해 특수작전을 수행했다고 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현재까지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크름대교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의 핵심 보급로 역할을 해왔다.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라는 점에서 러시아에게 전략적·상징적 중요성이 큰 곳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자포리자주 등을 점령해 동부 점령지와 본토까지 이어지는 ‘육로’를 만들기 전까지 크름대교는 러시아 점령지와 본토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4년 크름반도 강제 병합 후 본토와 연결되는 대교 건설을 지시했고, 약 37억달러(4조7000억원)를 투입해 2018년 19㎞ 길이의 크름대교가 개통됐다. 푸틴 대통령은 다리 개통 당시 직접 차량을 몰고 이곳을 건너기도 했다.

반면 이번 전쟁에서 공공연하게 ‘크름반도 탈환’을 목표로 밝혀온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크름대교는 러시아의 점령을 상징하는 ‘치욕’으로 여겨져 왔다. BBC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폭발로 다리 일부가 무너졌을 때 우크라이나 우체국은 이를 기념하는 기념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10월 크름반도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하자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파괴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폭발로 통행이 중단됐던 차량용 교량은 지난 2월에서야 복구가 완료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초기에는 공격을 부인했지만, 수개월 후 이를 간접적으로 시인한 바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