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명품에…실종된 尹대통령 ‘순방 효과’
與 일각 “성과 알릴 때 아냐”…지지율은 하락 곡선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6박8일 간의 해외 순방을 마치고 17일 오전 귀국한 가운데 여권 일각에선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순방 기간 국내에 대형 폭우 피해가 발생하며 '순방 성과'가 묻혔다는 해석에서다. 순방 기간 중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 쇼핑' 논란이 불거진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성과 묻혔다…與일각 "지금은 애도의 시간"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태운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는 이날 오전 5시쯤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박8일 간 리투아니아·폴란드·우크라이나를 연쇄 방문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대통령은 순방 기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발판 삼아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 △신수출시장 확보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등을 논의했다. 이 기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등 13개 국가 정상과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은 폴란드에서 일정을 마친 후 예정에 없던 우크라이나를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안보·인도·재건 지원을 포괄하는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향후 우크라 재건 과정에 주요 사업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취재에 따르면, 용산 대통령실은 이 같은 순방 일정을 '극비'에 붙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기현 지도부를 비롯한 친윤석열계 핵심 의원들도 대통령의 주요 일정이나 우크라이나 방문 계획 등은 공유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순방이 끝나면 윤 대통령이 직접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다. 윤 대통령의 순방 기간 국내에 호우 피해가 발생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인명 피해 규모가 정부 예상치보다 커지자 윤 대통령도 귀국과 동시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침울한 표정으로 귀국한 윤 대통령은 녹색 민방위복 차림으로 환복한 후 피해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대응 방안 등을 점검하고 있다.
TK(대구‧경북) 지역구의 친윤석열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순방 기간 이뤄낸 성과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은 우리나라의 미래와도 직결된 것"이라며 "불행히도 천재지변이 발생했고, 지금은 그럴(순방 성과를 공유할) 때가 아니다. 애도하며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겹악재 속 尹지지율 침체도 계속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가린 또 다른 원인으로 '김건희 여사 쇼핑 논란'도 지목된다. 앞서 리투아니아 현지 한 매체는 "김 여사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해 일반인 출입을 막은 채 쇼핑했고, 총 다섯 곳의 매장을 다녔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장이 명품 편집숍으로 알려지면서, '에코백'을 들고 출국한 김 여사가 순방 중 국민정서와 동 떨어진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이 야권 일각에서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관련 논란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김 여사의 명품 쇼핑 의혹'이 지난 주말 정치 뉴스란을 뒤덮었다. 실제 관련 뉴스가 보도된 후 '김건희' 검색량이 '윤석열' 검색량을 상회하기도 했다. 구글 트렌드(검색 빈도가 가장 높을 경우 100)에 따르면, 명품 논란이 불거진 지난 15일 기준 '김건희' 검색량은 94로, '윤석열' 검색량(55)을 2배 가까이 상회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정상 회담 후 대통령 지지율이 오르는 '순방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2주 연속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7일 나왔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0∼14일 닷새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1.0%포인트(p) 떨어진 38.1%로 집계됐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0.9%p 상승한 58.9%로 2주 연속 올랐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과 부인 김 여사의 리투아니아 현지 쇼핑 관련 보도는 이번 조사에 반영되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예고됐음에도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정부 여당의 악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호우 피해까지 발생한 상황이라 정부 여당 지지율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대통령 순방 호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하락 흐름을 막지 못하며 용산(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는 동시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극한 호우가 이어지는 가운데 과도한 정쟁 속에 국민 감정선을 건드리는 진영 내 발언이나 행동이 발생하면 향후 지지율에도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조사는 무선(97%)·유선(3%)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1%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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