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계약 '검정고무신'...문체부, "미분배 수익 지급하라"

김동식 기자 2023. 7. 1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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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가 지난 5월15일 파주시 형설출판사 사옥 앞에서 검정고무신 장례 집회를 하고 있다. 고인은 '검정고무신' 원저작자임에도 불구, 캐릭터를 이용한 2차 저작물을 사용할 수 없다며 공동저작권자들과 수년에 걸쳐 저작권 분쟁을 겪던 중 지난 3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문체부는 캐릭터 업체의 불공정 행위를 확인, 미분배된 수익을 지급하고 계약서를 변경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조주현기자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 저작권 계약이 불공정했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문체부는 ‘검정고무신’의 캐릭터 업체에 불공정 행위를 중단하고 미분배된 수익을 신고인(고 이우영, 이우진)에게 지급하라는 내용의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17일 밝혔다. 

‘검정고무신’ 사건은 고 이우영 작가가 캐릭터 대행사인 형설앤측과 2007년 저작권 계약을 체결했지만 수익 정산 등을 놓고 사업자측은 2019년 고인을 저작권 위반으로 고소했다. 법적 분쟁을 겪던 고인이 지난 3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후 예술인신문고에 관련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문체부의 조사 결과, 피신고인(형설앤·형설앤 대표)은 2008년 6월 체결한 사업권 설정계약서상의 해석을 근거로 신고인에게 투자수익을 배분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설정계약서상 원작 이용료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투자 수익도 저작권자들 간 배분되어야 할 수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문체부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체부는 피신고인이 계속 투자수익 배분을 거부할 경우, ‘예술인권리보장법’ 제13조제1항제2호를 위반한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문체부는 계약서상 불공정한 내용이 포함됐다며 계약서 내용 변경을 피신고인에게 명령했다. 

저작권자 간 2010년 체결한 ‘손해배상청구권 등 양도각서’가 신고인의 검정고무신 관련 작품활동과 사업에 대한 모든 권리를 피신고인에게 양도하고 위반 시 위약금을 규정하고 있어 신고인에게 일방적 의무만 지우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상적인 거래 관행에 비춰 ‘현저하게 신고인에게 불이익한 거래조건을 설정한 행위’에 해당, ‘예술인권리보장법’ 제13조제1항제5호를 위반했다는 것이 문체부의 판단이다. 

피신고인은 이행 기간 내 계약 당사자와 협의해 계약의 유효기간을 정하는 등 계약서 내용을 변경해야 한다.

아울러 문체부는 신고인이 2008년 사업권 설정계약서 제6조에 근거, 모호한 계약 내용의 변경을 여러 차례 피신고인에게 요구했으나 피신고인이 전혀 응하지 않은 사실도 밝혀냈다. 

해당 문구는 ‘본 계약 내용을 변경하고자 할 때 서로 협의해 결정’한다는 내용이었다. 문체부는 피신고인의 행위는 '거래조건의 이행 과정에서 신고인에게 그 밖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이 1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 사건과 관련, 캐릭터 업체에 불공정행위를 중지하고 미분배된 수익을 이 만화의 공동 작가에게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앞서 문체부는 사건 당사자 및 관계자로부터 제출받은 의견서, 증거자료 및 여러 차례 진행한 출석조사 결과 등을 통해 '예술인 권리보장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구제 위원회'(예술인 권리보장위원회)에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후 예술인 권리보장위는 해당 사건을 심의, 예술인 권리 침해 행위를 확인한 뒤 문체부에 피신고인에 대한 시정명령할 것을 요청했다.

시정명령에 따라 피신고인은 9월14일까지 이행 여부를 입증할 자료를 문체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미이행할 경우, 문체부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3년 이내 범위에서 재정지원을 중단·배제할 수 있다.

또 필요한 경우 문체부는 피신고인에게 '시정조치를 명령받은 사실의 공표에 관한 고시'에 의한 공표를 명할 수 있다.

한편 지난해 9월 예술인권리보장법 시행 예술인신문고에 신고된 사건은 123건이다. 그동안 문체부는 이번 사건을 포함해 예술인 권리침해행위 17건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시정 권고 3건, 분쟁조정 3건, 조치 전 이행 5건, 종결 15건 등 43건을 처리했다. 현재 14건은 위원회 심사가 진행 중이며, 이 외 66건은 사실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동식 기자 kds77@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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