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스쿨존 참사' 아버지 "아이 죽음으로 '삶이 고통'…처벌해달라"

사고 책임자 재판서 증인으로 출석…"예서 언니도 힘들어 해"

부산 영도구 청동초 어린이보호구역에 추모 편지와 꽃이 놓여 있다. .2023.5.2/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지난 4월 부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대형 화물이 내리막길로 굴러떨어져 숨진 10세 초등생의 아버지가 법정에 출석해 사고 책임자들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부산지법 형사17단독(이용관 판사)은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어망제조업체 대표 B씨 등 4명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는 숨진 황예서양 아버지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가 예서양 가족에 대한 근황을 이야기할 때마다 법정은 울음바다가 됐다.

A씨는 "지금도 꿈에서 (사고 장면의 잔상이) 나오고 있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제 의지대로 안 된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호흡 곤란과 가슴이 조이는 증상이 있다. 자고 일어났을 땐 침대가 식은 땀으로 흥건하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의 엄마도 마찬가지다. 저희 가족은 이 사고로 사형을 선고 받았고 고통 속에 살고 있다"며 "예서 언니도 많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고 현재 상태를 밝혔다.

A씨는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고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왜 하필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화물차를 주정차하고 그런 위험한 작업을 했을까"라며 "주의 의무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사고 이후 (공사 현장에) 뒷짐을 지고 돌아오더라.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냐"고 울먹였다.

또 "B씨의 가족이 직장까지 찾아와서 조금씩 갚겠다고 하며 선처해달라고 했다"며 "예서를 죽인 그 공장에서 어떻게 피 묻은 돈을 받을 수 있겠나. 그 돈 필요 없다"고 호소했다.

A씨는 마지막으로 "만약 예서가 살아있었다면 가족에게 오늘 학교에서 제헌절에 대해 배웠다며 자랑했을 것이다. 평소에 착하고 똘똘한 아이였다"며 "예서 없이는 살아가기가 힘들다. 예서를 살려달라. 책임자들에게 형사처벌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1일 한 차례 공판기일을 더 열고 예서양과 사고 현장에 있었던 초등생 아버지에 대한 증인신문을 열 예정이다.

B씨는 지난 4월28일 오전 부산 영도구 청동초 스쿨존에서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 없이 지게차를 운전하다 1.7톤짜리 원통형 섬유롤을 경사로 아래로 굴러 떨어지게 해 초등생을 덮쳐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섬유롤이 비탈길로 내려가지 않도록 고임목 설치 등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작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B씨와 일하던 베트남 국적 노동자 2명과 한국인 노동자 1명도 함께 재판을 받고 있다.

부산 영도구 청동초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형 어망실이 안전펜스를 부수고 멈춰선 모습.(부산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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