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2023', 아직 켤 수 없는 그린라이트! "왜?"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2013년 센세이션한 구성과 포맷으로 화제를 몰았던 '마녀사냥'은 2022년 '마녀사냥 2022'로 야심 차게 돌아왔다. 기존의 방송보다 제약이 덜 한 OTT(티빙)에서 방송됐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레전드의 귀환'에 많은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방송 초반에는 각종 숏폼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며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싶었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며 예전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재정비를 거친 '마녀사냥 2023'은 다시금 그린 라이트를 받기 위해 나섰지만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마녀사냥 2023'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지만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기 힘든 가장 보통의 고민들과 현실 밀착 연애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이다. 지난 시즌에 이어 신동엽, 김이나, 코드 쿤스트가 MC로 나서며 비비가 빠진 자리에는 주우재와 이미주가 새롭게 합류했다. 주우재는 지난 시즌 게스트로 2회 참여했으며, 이미주는 '마녀사냥' 출연이 처음이다.
'마녀사냥'이 예전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이유로는 여러 원인이 꼽혔다. 먼저 10년 사이 다양한 연애 프로그램이 등장하며 성(性)과 연애를 다루는 '마녀사냥'만의 특징이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것이 큰 이유로 꼽혔다. 동시에 젊은 세대의 연애를 단순히 '쿨하고 개방적인 것'으로 정의하며 선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줄타기를 하는 매력이 사라졌다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로 꼽혔다.
제작진 역시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첫 예고편부터 '초심으로 돌아왔다'는 말을 강조했다. 단순히 말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다양한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다. 마녀사냥'의 또 다른 아이덴티티이자 많은 레전드를 낳았던 이원 생중계가 부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시즌 제작진은 외부와 단절된 '마녀 부스'를 설치해 변화를 꾀했지만 실시간으로 소통이 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와 반대로 이원 생중계는 개방적 공간에서 진행되지만 출연자와 참여자들의 실시간 소통이 가능해 좀 더 적극적인 대담이 가능하다.
주우재와 이미주가 고정 MC로 합류한 것도 또 다른 변화다. 주우재는 지난 시즌 두 번의 게스트로 출연해 MC들과 융화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고정으로 합류한 이번 시즌에도 솔직하고 공감되는 토크로 입담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코드 쿤스트와 주우재의 '척척 브라더스'가 보여주는 밉지 않은 허세는 '마녀사냥 2023'이 내세우는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새롭게 합류한 이미주 역시 경험 많은 언니오빠들 사이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주는 이미 다른 예능에서 망가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지만, 아이돌 출신으로서 연애와 성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본인은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미주는 끊임없이 '주변 친구 이야기'라며 다양한 이야기를 건네지만, 다른 MC들과 패널은 그 친구가 누군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미주는 굴하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던지며 몸을 사리지 않고 있다.
다만, '마녀사냥 2023'이 완전히 초심을 되찾았냐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과거 '마녀사냥'이 인기를 끌 수 있던 이유는 음담패설·외설적 대화로 이어지기 쉬운 성적 주제를 소위 '아트의 경지'로 끌어올려 건전한 담론이 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녀사냥 2023'은 자극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예전처럼 깊이 있는 담론을 쉽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14일 공개된 3회에서 공개된 사연이 대표적인 예다. 남자친구의 대기업 이직 전후로 관계 횟수가 달라져 고민이라는 사연자는 연하 남자친구와 하루에 8번의 관계를 가졌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남자친구에게 이를 전달했다. 남자친구가 하루에 8번은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이자 여자친구는 이에 궁금증이 생겨 사연을 보내게 된 것이다. 성욕이 차이나는 남녀의 연애, 관계 횟수와 사랑의 상관 관계, 다른 커플들의 관계 횟수와 자신들의 횟수를 비교하는 것 등 다양한 주제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연이지만, 방송에서는 단순히 8번의 관계가 가능한지에 대해서만 토론을 벌였다.
그러나보니 사연자에게 적절한 조언이 이뤄지지도 않는다. 실컬 8번이 가능한지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중간 과정을 건너뛰고 "다른 부분을 맞춰 가는 과정에서 관계가 더 단단해지기도 하니 더 나은 관계로 맞춰 나갈 수 있길 바란다"는 조언이 뜬금없이 등장한다. 새롭게 만난 남자의 관계시 자세가 고민이라는 사연자에게도 그 자세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다 "직접 보지 않아 말을 못하겠으니 후회 없도록 마음이 이끄는 결정을 하길 바란다"며 하나마나한 조언을 건네는 식이다. 물론 다른 사람의 연애에 섣부른 조언을 건네는 것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사연의 본질이 아닌 자극적 키워드만 겉핥기식으로 다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색다른 케미와 이원 생중계의 부활에 반가움을 표하면서도 예전의 아슬아슬한 맛이 사라진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야심차게 돌아온 '마녀사냥 2023'이 시청자들에게 그린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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