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점령지 들판 전체가 지뢰밭” 기어다니며 제거 나선 우크라 공병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이 러시아군이 촘촘하게 깔아놓은 지뢰 탓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가장 큰 걸림돌은 지뢰밭”이라고 전했다.
러시아군은 주요 근거지 앞 5∼16㎞ 지역에 대전차·대인 지뢰와 인계철선을 빽빽하게 설치했다. 설치된 지뢰는 플라스틱과 금속 재질, 음료수 캔이나 통조림 같이 생긴 수십가지 종류로 알려졌다.
부상 병사를 구출하는 부대의 한 군인은 “지뢰가 전선을 따라 일렬로 깔려있을 줄 알았는데 들판 전체가 지뢰로 가득하다”고 NYT에 말했다.
우크라이나 공병들은 지뢰밭을 기어다니며 직접 지뢰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또 반격에 투입된 군인들은 지뢰 때문에 서방이 지원한 보병전투차량(IFV)과 전투 탱크로 진격하는 대신 천천히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설치해놓은 지뢰밭 앞에선 독일제 주력 탱크 레오파르트2, 미국제 M2 브래들리 장갑차가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WP는 지적했다. 탱크가 지뢰를 밟게 되면 안에 탑승한 군인은 경상만 입고 살아남지만 더 이상 탱크로 러시아의 방어선을 뚫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지뢰밭이 너무 깊어 장갑차만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특수 원격 지뢰 제거 장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제공한 지뢰 제거 장비 미클릭(MICLIC)과 같은 장비가 많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정작 현장 병사들은 첨단 지뢰 장비를 쓰길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첨단 장비의 크기가 큰 탓에 러시아군의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군은 드론을 활용해 지뢰 제거 시스템을 감시 중이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은 주로 수동으로 지뢰 제거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우크라이나 공병들은 눈에 잘 띄는 낮과 러시아군이 야간 식별 장비를 사용하는 밤을 피해 해질녘 짧은 시간에 4명씩 조를 구성해 지뢰를 제거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대반격’에 돌입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쉽게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최근 “반격이 늦게 시작되면 우리 영토의 더 많은 곳이 지뢰밭이 되리라는 것을 모두가 이해했기 때문에 나는 반격을 더 일찍 시작하길 원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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