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리 “네타냐후 사법부 무력화는 독재 시도”

“정부 제동 걸 장치 없어” 우려
예비역 군인은 잇단 복무 거부

세계적인 역사학자로 한국에서도 저서 ‘사피엔스’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사진)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가 1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추진하는 사법부 무력화 정책을 “독재 시도”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또 예비군들이 복무 거부 선언을 재개하는 등 내부 저항도 심화하는 모습이다.

하라리 교수는 이날 미국 CBS 방송을 통해 “이스라엘 정부가 독재 정권을 구축하려 시도하는 것에 깊이 우려한다”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각할 때쯤은 저항하기 너무 늦는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상 많은 독재정권은 불을 뿜는 탱크가 아니라 닫힌 문 뒤에서 서류에 서명하며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하라리 교수는 이어 “미국은 견제·균형에 의해 국가가 운영되나, 이스라엘에는 헌법도, 상원도, 연방 구조도 없고 정부에 제동을 걸 어떤 장치도 없다. 유일한 예외는 대법원인데, 이제 정부는 대법원마저 손에 넣으려 한다”며 “만약 성공한다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탄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주도하는 우파 정부는 지속적으로 사법부 권한 축소를 추진 중이다. 지난 11일에는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가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정부 발의 기본법을 처리했다.

이에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의 주요 도시에서는 연일 대규모 집회가 벌어지고 예비역 군인들의 복무 거부 선언이 재개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에서 가장 뛰어난 야전군 사령관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예비역 대령 네보 에레즈는 당분간 예비역 복무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주에는 샤에테트13 소속 예비역 군인 13명이 사법 정비 입법이 계속 추진될 경우 복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지금까지 사법 정비 입법에 반대하며 복무 거부에 동참하겠다고 서명한 예비역 군인들은 4000명에 달한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