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윤 대통령 뛰어가도 호우상황 못바꿔" 발언 논란
바르샤바 브리핑 후 답변… 천하람 "대단히 잘못된 발언"
박광온 "비상식적, 책임묻겠다" 송갑석 "국민들 억장 무너져"
정청래 "우크라이나 상황 바꿀 수 있어서 갔나"
[미디어오늘 조현호, 노지민 기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심각한 호우피해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행 취소를 검토했는지를 두고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다.
야당은 '국민들 억장이 무너진다', '책임을 묻겠다'고 비판했고, 여권 내에서도 '대단히 잘못된 발언'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17일 대통령실 출입기자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지난 16일 폴란드 바르샤바 현지에서 연 브리핑에서 '왕복 하루에 가까운 시간인데 국내에서 집중 호우가 심각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방문 취소 등을 검토했느냐'는 질의에 “그저께 아니면 종전까지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기회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고위관계자는 “다만 수시보고를 받고, 필요한 지침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하루 한 번 이상 모니터링을 해왔다”고 답한 것으로 안다고 이 기자는 전했다.
실제로 이날 하루 종일 여러 매체에서 같은 내용의 보도가 쏟아졌다. 경향신문은 16일 오전 기사 <윤 대통령, 폴란드 복귀 후 화상회의 “귀국 후 중대본 회의 직접 주재하겠다”>에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그 시간이 아니면 우크라이나 방문 기회는 종전까지 없을 것으로 보여 결단을 내려야 했다”면서 “한국 대통령이 당장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수시로 지시하는 게 필요해서 하루에 한 번 모니터링을 하고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앙일보도 16일 오후 기사 <순방 중 호우 챙긴 尹 “저지대 통제는 무리하다 싶을 정도로”>에서 이 관계자는 “당장은 한국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간다고 해도 집중호우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이었다”며 “호우 상황을 하루에 한 번 이상 계속 모니터했다”고 말했다고 썼다.
MBC는 16일 저녁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 '“비살상 장비 지원 확대”… '방문 시점' 논란'에서 '수해 상황으로 방문 취소를 검토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그제가 아니면 전쟁이 끝날 때까지 방문 기회가 없을 것처럼 보였다”면서, “당장 대통령이 서울로 간다해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는 없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JTBC는 온라인 기사 <대통령실 “우크라 군수·안전 지원 확대…수해상황 수시로 보고받아”>에서, 한겨레는 <'대통령 부재' 비판 의식했나… 윤, 원격 '폭우 대응' 연속지시>에서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이밖에 서울신문, 세계일보 등도 같은 내용을 전했다.
이밖에 다른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별도의 브리핑에서 '수해 우려에도 우크라이나에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느냐'는 기자 질의에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정상이 사전에 방문을 대통령께 요청한 바가 있었고, 대통령께서는 순방기간 내내 단 한번도 호우 상황으로 고심을 늦추신 바가 없다”며 “순방과 민생은 따로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귀국일정을 연기한 것 뿐 아니라 '당장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는 대통령실의 답변 태도는 정치권에 공분을 샀다. 여권 내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변호사)은 17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국내의 홍수 피해를 수습하기보다는 우크라이나 가는 선택이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면서 특히 “대통령실에서 내놓은 '지금 가도 이렇게 특별하게 뭐가 바뀔 수 있겠느냐'고 한 부분은 굉장히 잘못된 어떤 메시지라고 생각이 된다”고 비판했다. 천 당협위원장은 “대통령께서 '모든 재난의 컨트롤타워가 사실 대통령이다'라는 언급을 수차례 해왔다”며 “좀 더 국내의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그런 안타까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금 더 낮은 자세로 이렇게 메시지를 냈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그런 안타까운 마음”이라고도 했다.
야당은 수재민들 가슴에 분통이 터진다, 책임을 묻겠다며 비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7일 오전 국회 본관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 관계자 발언이 언론보도로 전해진 것을 두고 “국정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실의 상식적이지도 않고,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라며 “국민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앞으로 국회에서 발언의 경위를 확인하고, 책임을 묻는 것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의 정청래 의원은 “(이런 발언을 했다는) 일부 보도가 진심으로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전쟁의 한복판 우크라이나에 간 것은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입장이라서 간 것이냐”고 반문했다. 정 의원은 “말도 되지 않는 대통령실의 해명은 오히려 더 큰 화를 키울 뿐”이라며 “면구스럽다면 차라리 침묵하라. 기가 찬다”고 비판했다.
서영교 의원도 “물 난리 때 대통령, 여당 대표, 국토부 장관도 없었다”며 “이제 와서 수습 운운하는데 대한민국이 너무 아프고 분노한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발언을 두고 “이것이 대통령 측에서 나올 이야기냐”며 “이런 답변을 할 수 있느냐. 더욱 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9일 신림동 반지하 침수 참변 현장에 갔던 윤 대통령이 '어떻게 여기에서 미리 대피가 안됐나 모르겠네'라고 한 발언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는 “7월13일 대한민국이 물난리로 고통을 겪을 때 대통령은 이 자리에 없었고 대통령 부인은 명품 숍을 거닐고 있었다”며 “여당 대표도 없고 이러한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국민이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라고 했다.
장경태 의원은 “대통령 오판이 부른 참사”라며 “책임지는 사람 한 명도 없다. 무능한데다 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나 싶다”고 말했다. 송갑석 의원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전쟁터에 가서 '사즉생 생즉사'를 외치고 있을 때 대한민국 국민들은 재난재해에 맞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며 “'당장 서울에 뛰어가도 상황을 바꿀 수는 없는 입장'이라는 대통령실의 말에 수해 피해자와 가족들, 대피해있는 이재민들과 끝나지 않는 폭우에 가슴을 졸이는 국민들의 억장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미디어오늘은 16일 저녁부터 17일 오전 11시30분 현재까지 △실제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이 같은 발언을 했는지 △'부적절하다', '매우 잘못됐다', '국민들과 수재민의 억장을 무너지게 한다', '비상식적이다' 등 야당과 일부 여권의 비판에 어떤 의견인지 등을 질의하는 문자메시지와 SNS메신저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 이도운 대변인 등에 보냈으나 아직 답변을 얻지 못했고, 여러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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