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 시대 저물다…시작된 새 황제 알카라스의 질주
머리 포함 '빅4' 아닌 선수의 윔블던 우승은 21년만
[서울=뉴시스] 김희준 기자 = 카를로스 알카라스(1위·스페인)가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최강자로 군림하던 노박 조코비치(2위·세르비아)를 제압하고 자신의 시대가 열렸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알카라스는 1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벌어진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1-6 7-6<8-6> 6-1 3-6 6-4)로 꺾었다.
남자 테니스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2003년생으로 남자 테니스 세대교체 선봉에 서 있는 알카라스와 30대 후반에 들어선 '살아있는 전설' 조코비치의 이날 윔블던 결승 대결은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번 결승이 '세기의 대결'로 불린 이유다.
만 20세의 알카라스와 36세의 조코비치는 16살 차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는 1974년 이후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맞대결한 선수의 가장 큰 나이 차다.
이런 대결에서 알카라스가 승리하면서 '빅3'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에서 처음으로 20회 우승 고지를 밟으며 '황제'로 군림하던 로저 페더러(스위스)는 부상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다가 지난해 코트를 떠났다.
메이저대회에서 무려 22차례 정상에 서 올해 프랑스오픈 이전까지 조코비치와 함께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라파엘 나달(136위·스페인)은 올해 부상 때문에 1월 호주오픈 이후로 대회에 나서지 못했고, 지난 5월 "내년이 선수로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라며 은퇴를 예고했다.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와 함께 '빅4' 시대를 이뤘던 앤디 머리(40위·영국)는 2018년 고관절 수술을 받은 이후 전성기적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올해 호주오픈, 프랑스오픈에서 연달아 우승을 일구는 등 건재함을 과시한 조코비치는 '빅4'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나 다름없었다.
조코비치가 유독 강세를 보인 윔블던에서 알카라스에 패배해 정상의 자리를 내준 것은 남자 테니스 역사에 이정표가 될 만한 일이다.
윔블던 남자 단식에서 '빅4'가 아닌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12년 레이튼 휴잇(은퇴·호주) 이후 21년 만이다.
이미 남자 테니스 차세대 주자 중 새 황제 후보로 첫 손에 꼽히던 알카라스는 이번 우승으로 사실상 '대관식'을 치렀다.
알카라스의 상승세는 거침이 없었다.
2020년 처음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본선 무대에 데뷔한 알카라스는 이듬해 7월 크로아티아 우마그에서 열린 크로아티아 오픈에서 첫 ATP 투어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2021년 US오픈에서 8강까지 오른 알카라스는 유망주들의 경연장인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하며 차세대 황제 후보로 입지를 굳혔다.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는 만 21세 이하 선수들 중 세계랭킹 상위 8명이 참가하는 대회다.
알카라스는 지난해 ATP 투어 마스터스 1000시리즈인 마이애미오픈, 마드리드오픈에서 만 19세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마드리드오픈에서는 나달, 조코비치를 연파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일군 알카라스는 지난해 9월 만 19세 4개월의 나이로 세계랭킹 1위에 올라 역대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지난 시즌을 세계랭킹 1위로 마친 알카라스는 최연소(19세214일) 연말 세계랭킹 1위 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부상으로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 불참했던 알카라스는 프랑스오픈에서는 아쉬움을 삼켰다.
클레이코트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자랑한 알카라스는 나달이 불참한 올해 프랑스오픈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됐지만, 조코비치와의 준결승에서 근육 경련 증세를 보인 탓에 1-3(3-6 7-5 1-6 1-6)으로 허무하게 패배했다.
알카라스는 프랑스오픈 준결승 당시 몸의 문제가 아니라 긴장감 때문에 경련 증세를 보였다고 판단하고 2020년부터 함께해 온 심리학자와 면담하면서 정신력을 다졌다.
알카라스는 1세트를 너무 쉽게 내줬지만, 2세트부터 공격적인 샷을 선보이면서 반격했다. 승부가 5세트까지 이어졌지만 알카라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조코비치가 13차례 듀스 끝에 자신의 서브게임을 내주고는 라켓으로 네트 기둥을 내려치는 등 평정심을 잃은 모습을 보였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1위 자리까지 유지한 알카라스는 고작 20세에 불과하다.
이미 최고의 경기력을 과시하고 있는 알카라스는 하드코트, 클레이코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어 약세를 보인 잔디코트에서 메이저대회 우승을 일구면서 약점까지 지웠다.
알카라스가 큰 부상없이 기량을 유지한다면 '빅3'가 이룬 업적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적잖다.
알카라스는 경기 뒤 "테니스에서 결승에 올라 레전드를 상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조코비치를 이기고 윔블던에서 우승하는 것은 테니스를 시작했을 때부터 꿈꿔온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2013년 머리 이후 10년 만에 윔블던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꺾은 선수로 이름을 남긴 알카라스는 "이런 무대에서 최상의 컨디션인 조코비치를 꺾고 역사를 만드는 것은 나에게는 놀라운 경험"이라고 전했다.
알카라스는 "솔직히 테니스의 새로운 세대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우승했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승리한 것은 새로운 세대의 선수들에게 조코비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새 황제' 칭호를 달고 전설을 향한 질주를 시작한 알카라스의 다음 도전 무대는 US오픈이다. 다음달 28일 개막하는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 US오픈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장을 던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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