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시대의 ESG 금융...지속가능연계채권(SLB) [더 나은 세계, SDGs]
지난 13일 한국거래소 채권 시장에 현대캐피탈이 발행한 220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연계채권(SLB·Sustainability-linked bond)이 상장됐다.
현대캐피탈의 SLB는 만기에 따라 모두 5종목으로 1년 6개월물 2종은 800억원 규모, 2년물은 700억원,▲3년물과 4년물은 각각 600억원과 100억원으로 구성됐다. 표면 이자율은 1년 6개월물은 4.270%, 2년물은 4.324%, 3년물은 4.414%, 4년물은 4.429%로 각각 설정됐다.
녹색채권과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과 같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중 하나인 SLB는 발행 시 핵심성과지표(KPI)에 기반한 지속가능성과목표치(SPT)를 설정하고, 이 목표 달성에 따라 이자율(쿠폰)과 만기상환 금액이 달라진다. 즉 SPT 달성에 실패하면 채권 투자자에게 프리미엄을 추가 지급하게 된다.
현대캐피탈은 ‘친환경 차 할부 비중 확대’를 이번 채권의 목표치로 제시했는데, 이 회사가 취급하는 자동차 할부금융 중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차 비중을 2022년 12%에서 해마다 1%씩 늘려 2026년 16%가 달성되도록 설정하고, 만기 전년 말까지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투자 기간에 연 0.02%포인트(p)를 곱한 프리미엄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17일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SG 채권은 모두 1800종목인데, 지난해 3월 대비 565종목이 늘었으며, 발행사도 66개 더 늘어난 250개사가 됐다.
2018년 산업은행이 3000억원 규모로 국내 첫 ESG 채권을 발행한 뒤 약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녹색채권, 지속가능채권, 사회적채권의 상장 잔액은 어느새 224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기후대응과 탄소중립의 선결 과제인 에너지 ‘녹색 대전환’ 이슈뿐만 아니라 기업의 녹색·사회적 사업 규모도 커지고 있고, ESG 공시 등 관련 산업과 시장도 체계화된 덕분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발행액이 2021년 대비 19.2%나 감소하며, ESG 채권 회의론이 불거진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 유행) 여진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금리가 상승하고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그 결과 투자심리와 발행사의 발행 여력 모두 떨어지며, 회의론에 불을 지폈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현대캐피탈의 국내 최초 SLB 발행은 반가운 소식이다. SLB는 보편적인 ESG 채권(녹색채권·사회적채권·지속가능채권)과 다르게 미래성과에 기초하는 성과 연동형 금융상품으로, 발행자금 역시 일반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조성했기 때문에 자금 용도가 특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선별적으로 녹색·사회적채권원칙(GBP·SBP)의 성격도 결합할 수 있다. 발행사 입장에서는 ESG 채권의 성격은 최대한 활용하되 발행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또 목표를 달성했을 때는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투자자가 상황에 따라 이익을 더 높일 수 있는 장점을 가진다. 대신 채권원칙에 KPI 선정과 SPT 측정이 더해진다.
발행사는 KPI 선정 근거(관련성, 중요성), SPT 설정 동기(의지 수준, 전략기획과 벤치마크 방식의 일관성), 채권의 재무적 또는 구조적 특성의 변경 가능성과 예정된 사유(trigger event) 등 발행 목적에 부합하는 방식을 공시해야 한다.
모든 ESG 채권은 특수목적 채권으로 국제자본시장협회(International Capital Market Association·ICMA)의 채권 원칙(Bond Principles)에 부합해야 하는데, 자금 사용용도(Use of Proceeds)와 프로젝트 평가 및 선정 절차(Process for Project Evaluation & Selection), 관리(Management of Proceeds), 사후보고(Reporting) 등 핵심 내용이 포함된 관리체계(Framework)를 구성하고 인증 받아야 한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은 여기서 성과지표 선정과 성과목표 측정이 추가되지만, 반면 자금의 사용 범위는 넓어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지속가능연계채권은 KPI 선정, SPT 측정, 채권의 특성, 보고, 검증 등 5가지를 채권원칙(SLBP)으로 삼는다.
대통령 직속인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지난 4월10일 발표한 ‘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은 산업계와 우리 사회 전체가 오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하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산업계 감축 부담이 기존 계획 14.5%에서 11.4%로 낮춰졌지만, 여전히 에너지 전환을 위한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의 지속가능금융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녹색산업과 사회, 기업 탄소저감까지 두루 활용할 수 있는 ESG 채권은 자금 조달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특히 이와 결합해 성과와 목표를 비교적 정확히 추적·측정할 수 있는 SLB의 활용도는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처음 등장한 SLB 소식은 탄소중립 이행 시기 ‘ESG 자본시장’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 기구, ICMA(국제자본시장협회) 옵서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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