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일으킨 미호강 정비, 환경단체 매번 ‘반대’…준설 60년간 못해
환경단체, “생명 위해 작천보쯤은 기꺼이 날려버리자”
이시종 전 지사 ‘미호강 프로젝트’ 발표하자 “4대강과 차이 뭐냐”
충북 청주시 오송 지하차도가 폭우로 침수되는 사고로 1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지난 15일 금강 지류인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순식간에 물이 들이닥쳐 사고가 일어났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실시할 때 야권 반대로 지류 정비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당시 미호강은 4대강 사업에 포함돼 정비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환경단체 반발로 물그릇을 키워 홍수 대비 능력을 높이는 준설 작업은 60여년 째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
17일 오전 10시 현재 전국에 쏟아진 폭우로 40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만 13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근 제방이 무너져내려 유입된 물이 지하차도로 2~3분만에 밀려들어왔고, 당시 차도 내에 버스를 포함해 차량 15대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미호강이 홍수 대비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진행하면서 금강의 지류인 미호강(당시 명칭은 미호천) 정비도 추진했다. 이 사업은 2010년 6월 지방선거 당시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에 반대했으나, 민주당 후보로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이시종 전 충북지사는 취임 후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따라 미호강 정비를 실시했다.
이 전 지사는 2010년 10월 기자회견에서 “4대강 사업은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만 충북은 4대강 지류이고 수질 개선 등이 대부분”이라며 “정부 계획을 대폭 조정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작천보는 1962년 설치된 농업용 보(洑)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고정식 콘크리트 보를 수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가동식 보로 개량해, 기존 보 위치에서 15m 하류에 새 보를 만들었다. 보 높이도 기존(2.4m)보다 높여 3m로 지었다.
당시 환경단체들은 작천보를 철거하라며 충북도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등 충북 지역 환경단체와 교수, 종교인 등 200여명이 참여한 ‘4대강 사업 저지 충북생명평화회의’는 2010년 8월 “생명과 미래를 위해 작천보쯤은 기꺼이 날려버리자”고 했다. 또 작천보 개량이 진행되자 2011년 4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며 ‘150만배 이어가기 운동’과 단식 투쟁 등을 진행했다. 이들은 “충북도와 이시종 지사를 상대로 총력 투쟁을 벌이겠다”고 했다.
충북지사를 내리 3선한 이 전 지사는 퇴임 전인 2021년 9월 “미호강 수질은 최근 평균 3급수 수준이고 수량은 청주를 비롯한 110만 중부권 도민들이 친수생활을 충족하기에 절대 부족한 상태”라며 ‘미호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수질을 1급수로 복원하고 수량을 확보하며, 친수여가공간을 조성한다는 세 가지가 골자였다. 지류 하천에 쌓인 퇴적토를 제거하고 충북 진천군 여천보를 개량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 전 지사의 발표 내용은 충북연구원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18개월간 이 프로젝트 마스터플랜을 세운다는 계획이었고,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발표 직후 강하게 반발했다. 청주충북환경연합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을 반대했던 청추충북환경운동연합은 충북도의 이번 사업을 지지할 수 없다”고 했다. 풀꿈환경재단은 “충북도는 미호강 프로젝트와 4대강 사업의 차별성을 분명히 밝히라”고 했다.
미호강은 충북 청주에 하루 동안 290㎜ 가까운 ‘물 폭탄’이 쏟아진 2017년 7월에도 위기를 겪었다. 범람하지는 않았지만, 지류 하천 일부가 넘치면서 오송 저지대 마을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충북도는 수해가 발생하자 미호강 배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하천 폭을 확대하고 퇴적물 준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작천보는 1962년 설치된 후 60여년 째 한 번도 준설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준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변재일(충북 청주청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지역 언론에 “미호강 바닥에 오랫동안 쌓인 퇴직물부터 준설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반대 등으로 준설로 ‘물 그릇’을 키우는 사업은 실시되지 못했다. 환경단체는 미호강 하천 변에 저류공간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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