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X주지훈, 믿고 보는 ‘비공식작전’

2023. 7. 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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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주지훈 ‘티키타카’ 매력
레바논 외교관 납치사건 모티브
추격 장면 고난도 액션 볼거리
영화 ‘비공식작전’은 레바논에서 실제로 발생한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김성훈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익숙하면서도 익숙하지 않다.

영화 ‘비공식작전’은 외교관 이민준(하정우 분)이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 오재석을 구하기 위해 현지 택시기사 김판수(주지훈 분)와 힘을 합치는 액션물로, ‘끝까지 간다’, ‘터널’,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으로 주목 받은 김성훈 감독이 7년 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영화는 레바논에서 실제로 발생한 한국 외교관 납치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지난 1986년 당시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도재승 2등 서기관(당시 44세)은 출근길에 무장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한국 정부가 서기관의 행방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사이 무장 단체는 8개월 만에 처음으로 한국 정부를 접촉해 ‘돈’을 요구했고, 기나긴 협상 끝에 도 서기관은 1년 9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당시 전두환 정권은 도 서기관의 몸값으로 약속한 금액의 절반을 지불하지 않아 중간 역할을 하며 선금을 냈던 유럽인들만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는 도 서기관의 피랍 순간 자체는 구체적인 고증을 거쳐 묘사하지만, 구출 과정은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주인공 이민준과 김판수 역시 허구의 인물이다. 협상 과정이 현재까지 국가 기밀 사항으로 분류돼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일어난 납치 사건이라는 모티브만 가져왔을 뿐 그 외의 모든 디테일한 사건은 허구인 셈이다.

김 감독은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당시 외교관이 최초로 납치돼 20개월 만에 돌아왔는데, 어떻게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는지 궁금해 상상력으로 채워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다만 영화는 피랍된 도 서기관의 고초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이민준과 김판수가 구출 과정에서 쌓는 우정에 중점을 뒀다. 이는 실존 인물에 대한 배려로 해석된다.

김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도 서기관님을 만나 동의를 구했는데 본인 이야기가 부각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었다”며 “그 분의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그 분이 겪은 고초보단 그 분을 구한 과정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외교관의 구출 작전을 실감나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하정우와 주지훈의 케미다. 이민준은 미국 발령을 받기 위해 무작정 구출 작전을 자원하고, 김판수는 승객들에게 바가지 요금 씌우기에만 혈안이다. 서로 티격태격하지만 결국 한 마음으로 오재석을 구하는데 뜻을 모은다. 하정우와 주지훈의 코믹한 티키타카는 긴장감이 고조되는 장면 곳곳에 배치돼 완급 조절 역할을 한다. 이들은 이미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하정우는 “모로코에서 4개월 간 강제 합숙을 하다 보니까 다른 작품에 비해서 감독, 배우들과 이야기할 시간이 많았다”며 “같이 사적인 시간을 많이 보낸 것이 다른 작품에 비해서 더 좋은 케미를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국적인 풍광과 긴박감이 넘치는 액션도 볼거리다. 영화는 레바논과 스위스를 배경으로 하지만, 실제 촬영은 각각 모로코와 이탈리아에서 진행됐다. 주인공들은 드넓은 풍광을 배경으로 무장 단체와 격렬한 총격전을 벌이고, 택시로 경사진 계단을 내려가며 숨 가쁜 차량 추격전을 선보인다. 건물 옥상에서 무장단체로부터 쫓기는 장면에서도 고난도 액션을 자랑한다. 영화 제작에만 최소 200억 원 이상이 들었다.

다만 다른 영화들을 떠오르게 하는 요소가 적지 않다. 치안이 불안정한 국가에서 발생한 피랍과 구출 작전은 ‘모가디슈’나 ‘교섭’을 연상케 한다. 다만 ‘모가디슈’나 ‘교섭’보다는 훨씬 가볍고 경쾌하다. 돈벌이에만 급급하던 택시 운전사가 마음을 돌려 승객을 도우러 가는 것은 영화 ‘택시 운전사’를 떠올리게 한다. 오히려 돈벌이에 혈안이던 김판수가 갑자기 이민준을 돕게 된 과정이 ‘택시 운전사’보다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소재나 이야기의 배경으로 인해 다른 작품들과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면서도 “출발지는 비슷하지만 각자 도달하고자 하는 목적지가 모두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어둡지 않고 편하게 볼 수 있도록 영화적 쾌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작품을 제작했다”고 덧붙였다.

8월 2일 개봉. 132분. 12세 관람가.

이현정 기자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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