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탄소중립 실현 위한 화학공정 기술

2023. 7. 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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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 연구진이 탄소중립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제공]

지구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일환으로 많은 국가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목표선언 이후 생소했던 탄소중립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쉽게 볼 수 있는 단어가 됐으며, 기업의 광고문구나 제품 소개, 환경캠페인 등 어디서나 탄소중립 키워드를 접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는 친근해지고 있지만 2030 온실가스 배출목표(NDC) 상향안이 발표되면서 산업계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1.4%를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기존 NDC에 비해 일부 목표가 낮춰졌지만 우리나라의 고탄소 산업구조와 최고 수준의 공정 운영 효율을 고려하면 여전히 굉장히 도전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탄소배출권 거래제, 탄소국경세 등 국제적인 환경규제 움직임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으로, 탄소중립은 그 자체로 새로운 산업 규제의 수단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산업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탄소중립 문제를 과학기술로 돌파하기 위해 탄소중립 녹색성장 추진 전략 및 100대 탄소중립 핵심 기술을 선정하고 관련 연구·개발(R&D)사업을 추진 중이다.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던 기존 전력 시스템을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무탄소 전기로 전환하고, 석유계 화학원료를 탄소중립형 원료로 대체하며, 철강·화학산업에서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포집해 저장하거나 재활용하는 등 기존 산업 체계와 다른 탄소순환형 패러다임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출연연구기관에서는 정부와 산업계의 탄소중립화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해 화학산업의 탄소중립 목표실현을 위한 친환경 화학공정 원천 및 실증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국화학연구원에서는 탄소중립형 화학산업 구현에 필요한 청정수소 생산을 위해 고가의 백금을 대체할 수 있는 수전해 촉매기술, 천연가스로부터 이산화탄소배출이 없는 청록수소 생산기술과 해외에서 생산된 그린수소 기반 암모니아로부터 수소 생산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소 생산기술과 함께 ‘수소 저장 및 분리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석유계 대체 화학원료 생산 분야에서 탄소중립형 원료인 바이오매스로부터 정밀화학 및 고분자 원료를 생산하는 기술과 다양한 플라스틱 폐기물로부터 재생 가능한 플라스틱 원료를 생산하는 촉매 공정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CCUS 분야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저비용·고효율로 포집하는 흡착 공정과 이산화탄소를 활용하여 메탄올, 합성가스, 고분자 등 다양한 화학제품 생산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존 석유화학산업의 에너지효율 향상을 위한 혁신적인 촉매 및 분리 공정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탄소중립 목표를 실질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기 언급한 원천기술 확보뿐만 아니라 실험실에서 개발된 원천기술에 대한 실증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화학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으로 플랜트 건설비용이 매우 크고, 공정 변경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상용화 전에 실증연구를 통해 검증된 기술을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업들은 그러한 검증을 위한 부지 확보, 실증연구 설비투자 및 전문인력 운용 등 모든 요소에 비용을 투자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 우수한 원천기술이 실증연구로 이어지지 못하고 관련기술이 사장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화학연은 탄소중립 원천기술의 실증 공정기술 개발을 위해 전남도 여수산단에 ‘탄소중립화학공정실증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실증센터에서는 실증 규모의 촉매 제조와 함께 다양한 분야의 탄소중립 실증 공정에 필요한 설비를 구축하고 있으며, 화학연에서 개발한 기술뿐만 아니라 기업이 요구하는 다양한 실증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실증연구 전문조직으로 탄소중립 실증 공정 개발에 필요한 우수 인력을 양성하고 배출하기 위한 계획도 수립 중이다.

그러한 노력 이외에도 화학연은 산업에 필요한 연구·개발, 시장에 필요한 법·제도 개선, 상향식 정책 제안 등 현장 밀착형 산·학·연·관 협력을 통해 탄소중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 모델인 ‘KRICT 탄소중립 화학기술 연구협의체’를 발족하고, 20여개의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데이터·AI 플랫폼기술을 활용해 신공정 개발의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수단도 강구하고 있다.

화학산업의 탄소중립 목표달성은 분명 매우 도전적인 과제이지만 산·학·연·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혁신적인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실험실에서 확보한 우수한 원천기술 실증연구의 사업화 성공적으로 추진해 ‘2030 NDC’와 ‘2050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황동원 한국화학연구원 화학공정연구본부장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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