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경기 후퇴, 성장통일까 구조적 위기일까 [최준영의 경제 바로읽기]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3. 7. 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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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유럽 국가들과 달리 디플레이션 국면인 까닭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나타난 근본적인 한계 우려도

(시사저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중국 경제가 심상찮다. 다른 국가들과 달리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변동이 없지만, 전월 대비로는 0.2% 하락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4% 하락했다. 5월 4.6%보다 하락 폭이 더 가팔라지고 있다. 제조업 출고가격 역시 2016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스웨덴 9.7%, 영국 8.7%, 독일 6.4% 등 대다수 유럽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의 상황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2023년 초반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를 전격적으로 해제했다. 보복소비 폭발에 따른 급속한 경기 회복과 물가 상승이 나타날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하지만 짧은 수요 증가 이후 중국 경제는 수요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산업생산과 기업의 기익, 부동산 판매 및 신용 확대 모두 4월부터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하회하고 있다. 이와 같은 중국 경제의 둔화는 소비자들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향후 경기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확산됨에 따라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확대하는 경향이 지속되면서 전반적인 수요 축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하고 있는 데 반해 중국은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은 중국 경제특구인 상하이 푸둥신구 루자쭈이 금융가 야경 ⓒ연합뉴스

코로나 봉쇄 해제에도 수요 부진에 시달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기부양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우선적으로 중국인민은행은 지난 6월 1년 만기 대출금리를 2.75%에서 2.65%로 인하했다. 조만간 지급준비율을 낮춰 유동성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했던 것과 같은 대규모 통화 공급과 급격한 금리 인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과거와 같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도 거의 없다. 주택의 공급과잉과 가계의 부동산 구입에 따른 과도한 부채 등으로 인해 인위적 부동산 경기부양에 따른 부담이 매우 큰 상태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위축은 지방정부에 큰 타격을 가하고 있다. 중국의 지방정부는 지난 10년간 자금 조달을 위한 특수법인(LGFV)을 이용해 부채를 늘려 광범위한 투자 확대를 시행해 왔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부채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인 66조 위안(약 1경2400조원)에 이르고 있다. 2018년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증가했기 때문에 새로운 투자나 지출 확대를 도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30년간 중국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경기부양과 경제성장을 거듭해옴에 따라 GDP 대비 투자비율은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 침체는 도시 지역의 청년 실업률 상승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5월 통계에 따르면 만 16~24세의 실업률이 20.8%에 이른다. 만성적인 청년 실업 문제를 겪고 있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보다도 높다. 전체 실업률은 5.2%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도시 거주 고학력 청년의 실업률은 매우 높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대규모로 일자리를 공급하던 IT 기반의 금융, 게임, 인터넷 교육, 쇼핑 업종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 강화로 시장이 위축되면서 높은 실업률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많은 일자리가 있지만 대졸자들은 이런 저임금 일자리에 지원하지 않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연간 5000만원 이상을 지출했지만 제시되는 상당수 일자리는 월 50만원 미만의 장시간 저임금으로 직업 안정성이 부족하며 경력 형성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실업 상태에서 공공부문의 안정된 일자리를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 등 공공부문 일자리는 제한돼 있기 때문에 이들 일자리를 둘러싼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의 어려움은 구조적인 문제가 더해지면서 더욱 가중되고 있다. 20년 이내에 중국의 은퇴연령인구는 4억 명을 넘어서게 된다. 중국은 이러한 대규모 고령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보장 및 연금제도가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2000년에 미래 연금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국가사회보장기금(NSSF)을 창설했지만 현재 추산으로는 2035년 이전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중국 정부는 1990년대에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했으며, 2004년 기업연금제도와 2022년 개인퇴직계좌(IRA)를 도입함으로써 대다수 선진국과 유사한 노후 보장 시스템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업의 부담이 월 급여의 16%에 이르고 있다. 미국(10.6%), 한국(9%)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고용이 축소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고령자가 집중된 낙후 지역의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커지고 있어 재원 배분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은 첨단기술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갈등이 격화되자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성장에서 안보로 바꾸었다. 제재가 가해지더라도 버틸 수 있는 자급자족 구조를 형성함과 동시에 첨단제조업에서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하드웨어 분야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의 첨단화와 고도화는 제한된 인력 수요로 이어지기 때문에 인력 양성 프로그램에 따라 대규모로 배출되는 대졸 청년 인력을 수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원하는 안정되고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의 경우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확대되면서 위안화 약세를 가속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다.

경제정책 변화로 인한 고용 감소도 우려돼

중국은 태양광 패널, 5G 통신네트워크, 이차전지 및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활용해 압도적인 시장점유율과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을 육성했다. 하지만 특정 전략산업 분야에 대한 놀라운 성취 이면에는 산업구조 변화와 인력 공급 간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으며, 비효율적인 투자로 인한 공공부문의 부채 증가라는 취약점 역시 커지고 있는 것이다.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한 이후 중국은 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그때마다 중국은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정책과 조치들을 동원해 위기를 극복해 왔다. 이러한 과정은 10년 주기로 진행되는 최고지도자 교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됨에 따라 정책의 판단 오류를 바로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지고 있다. 정책 오류를 인정하는 것은 체면의 손상과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중국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들을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수습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낼 것인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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