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끝나도 청산 안한 정비사업조합 65%

김남석 2023. 7. 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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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넘게 청산 지연 조합도 64곳
재건축·재개발 후에도 월급 챙겨
해산땐 감독 바뀌어 처벌 어려워
연합뉴스 제공.

2010년 이후 재개발·재건축 아파트 입주를 마친 뒤에도 청산하지 않고 운영되는 조합이 6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비사업이 끝나면 조합의 남은 돈을 조합원에게 돌려주는 '청산'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일부 조합장과 임원들이 월급을 계속 받기 위해 소송 등으로 청산을 지연시킨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17일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실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3월까지 해산한 전국 387개 재건축·재개발 조합 중 65.4%(253개)가 청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 해산 후 5년이 넘도록 청산이 지연되고 있는 조합도 전국 64곳에 달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해산한 193개 조합 중 청산이 완료된 곳은 49개(25.5%)뿐이었다. 미청산 조합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약 10%포인트 높았다. 10년 넘게 청산하지 않은 조합도 서울시에만 14곳 있었다.

일부 정비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곳이 있었지만, 길음 7·8·9구역과 불광 6·7구역, 미아 6구역은 지난 2010∼2011년 이미 입주가 이뤄진 곳이다.

현행법상 정비사업이 완료돼 입주가 끝나면 1년 이내에 조합장이 조합 해산을 위한 총회를 소집하고, 총회에서 청산인을 선임해야 한다. 청산 작업을 통해 그간의 비용을 결산한 뒤 추가 이익을 조합원들과 나눈다. 때로는 추가 분담금을 요구하기도 한다.

미청산 조합은 청산인은 선임했지만 청산을 하지 않고 조합 사무실과 임원을 그대로 유지하는 곳들이다. 조합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정산 수익금은 청산법인의 청산인(조합장)과 임원들의 월급으로 꼬박꼬박 들어간다.

법적 분쟁 등이 이어져 청산하고 싶어도 못 하는 조합도 있지만, 일부 조합에선 조합장 판공비와 사무실 등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을 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런 의혹은 경찰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대구 수성구 황금주공(황금캐슬골드파크) 재건축 조합장이 2006년 아파트 입주 이후 13년이 지났는데도 조합을 청산하지 않고 조합비 7억6000여만원을 월급으로 받아 유용한 혐의로 구속됐다.

2010년 입주한 부산 동래구 삼환나우빌 조합장은 6년간 조합을 청산하지 않고 동래구를 상대로 부당이익반환 소송을 제기해 돌려받은 돈을 자신의 월급과 차량 리스비 등으로 사용하다 적발됐다. 이 조합장은 입주 이후 자신의 급여를 316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인상하기도 했다.

문제는 조합 해산 이후에는 행정기관의 관리에서 벗어나 문제가 생겨도 처벌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조합이 해산되고 청산법인으로 넘어가면 재개발·재건축 주무 부처인 국토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권한이 사라지고, 민법에 따라 법원이 청산 절차를 감독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는 준공 후 1년이 지난 조합을 대상으로 청산 계획을 6개월마다 조사하기로 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를 개정해 해산 이후에도 조합을 운영하며 이익금을 지출하거나 고의로 해산을 지연하는 사례를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국회에서도 '청산연금방지법'이 발의됐다. 김 의원은 최근 조합 해산에 이어 청산까지 국토교통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관리·감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김 의원은 이번 도정법 개정안에서 청산 조합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국토부와 지자체가 관리·감독하는 정비사업 범위에 '청산' 단계를 포함했다. 조합 정관에는 청산인의 직무와 보수를 명시하고, 청산인에게는 성실의무 규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또 국토부와 지자체에는 청산인을 관리·감독하며 필요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시정 요구 및 수사기관에 대한 고발 권한을 부여한다.

김영호 의원은 "몇몇 조합장이 청산을 고의로 지연하며 많게는 40억원가량의 청산금을 수년간 마치 연금처럼 수령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하루빨리 법적 근거를 마련해 국토부와 지자체가 미청산 조합을 전수조사하고, 고의로 청산을 지연시키는 조합은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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