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미국과 갈등에 ‘오일머니’ 中 쏟아붓는 사우디·UAE

중동의 산유국들이 미국과 감산, 인권 등을 놓고 갈등을 빚자, 미국 대신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며 관계 다지기에 나섰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한 것을 계기로 중국과 중동의 경제 교류가 가속화하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기업의 중국 내 사업 인수·투자액은 전년 대비 1000% 이상 급증한 53억달러(약 6조7000억 원)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는 “현재 거래 추세로 볼 때 평가액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기 직전”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중동의 무역 규모도 커지고 있다. 사우디와 중국의 무역액은 20년 전. 8억3400만달러에서 지난해 1170억달러로 140배 넘게 증가했다. UAE와 중국의 무역 규모 역시 1992년 11억5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070억달러로 100배 성장했다.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도 눈에 띈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지난 3월, 중국 정유회사 룽성석유회사 지분 10%인 36억달러를 위안화로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압들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중국 관련 포럼에서 “우리가 중국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며 앞으로도 중국 경제와 밀접하게 움직일 것을 시사했다.

UAE 역시 중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28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굴리는 UAE 국부펀드인 ‘무바달라 인베스트먼트’가 중국 내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과 중동이 밀착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은 경제 분야 외로 확대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이란과 사우디 중재에 나서겠다고 제안했고, 두 나라는 지난 3월 실제로 관계 개선과 관련한 합의를 이뤄내며 중국의 힘을 보여줬다.

이같은 상황에 미국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이 중동에 무기 수출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골칫거리다. 중동과 중앙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미국 중부사령부는 최근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 10년간 사우디와 UAE에 대한 중국의 무기 판매액이 8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판매액은 30% 급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마이클 쿠릴라 미 중부군사령관은 최근 미 의회에서 “중동 지역에서 중국의 무역, 군사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