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썩는' 욕창, 도넛 베개·마사지 효과 없어…가장 중요한 예방법은?

박정렬 기자 2023. 7. 17. 11: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정렬의 신의료인]

흔히 '살이 썩는(괴사·壞死) 병'이라고 불리는 욕창은 여름철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이다. 습도가 높으면 피부가 짓무르기 쉽고, 염증 반응이 악화해 근육은 물론 뼈까지 뭉개질 위험이 커진다.

욕창은 한 번 발병하면 잘 낫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면 혈액이 세균 등에 감염되는 패혈증으로 번져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뇌 질환을 앓거나 수술 후 몸을 잘 움직일 수 없는 환자, 노쇠한 독거노인,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당뇨병 환자 등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조기 진단·치료가 중요하지만, 아직도 욕창을 구분하고 예방, 치료하는 방법은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욕창은 신체 특정 부위가 눌리거나(압력) 미끄러지는(마찰력) 과정에서 발생·악화한다. 엉덩이 쪽 꼬리뼈나 발뒤꿈치, 팔꿈치, 어깨, 무릎처럼 뼈가 돌출된 곳에 잘 생기는 이유다. 치료를 위해 찾은 병원에서도 입원 중 욕창이 발생하기도 한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의료기관 인증평가'나 '요양병원 적정성 평가'의 최우선 평가 항목이 바로 욕창일 정도다. 나형주 서울시동부병원 상처장루실금전문간호사(WOCN)는 "의료기술의 발전과 빠른 고령화로 이른바 '유병장수'하는 노인이 급속히 증가하면서 각 병원도 욕창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속속 채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부 눌렀는데 하얗게 바뀌지 않으면 '욕창'일 수도
욕창은 단계별 맞춤 처치가 중요하다. 1단계 욕창은 피부가 손상되지는 않았지만 빨갛게 색이 변하는 '발적'이 관찰되는 상태다. 색이 변한 부위를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눌렀다 뗐을 때 즉시 하얗게 변하면 욕창이 아니지만, 발적이 유지되면 1단계에 해당한다. 나형주 전문간호사는 "발적 상태가 지속하는 것은 피부 아래 혈관이 이미 손상돼 조직 괴사가 시작됐다는 의미로, 의학 용어로는 비창백성 홍반이라고 부른다"며 "이때부터 '욕창이 발생했다'고 의료적으로 기록하고, 최소 2시간에 한 번은 자세를 바꾸는 등 전문적인 관리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2단계가 되면 욕창 증상이 맨눈으로 확인된다. 피부가 얕게 벗겨지거나 수포가 보이는 식이다. 딱지가 생긴 것 같거나 멍든 것처럼 피부가 시퍼렇게 변하기도 한다. 이 경우 생리식염수나 소독액으로 해당 부위를 소독하고 메디폼, 메피렉스 혹은 듀오덤과 같은 제품을 붙여 상처를 보호해야 한다.

노란색의 피하 지방층이 보일 정도로 피부가 짓무른 3단계 욕창부터는 치료가 까다롭다. 단순히 피부가 벗겨지는 수준을 넘어서 설령 치료에 성공해도 흉터가 남을 가능성이 크다. 4단계 욕창은 피하 지방층을 넘어 근육, 뼈, 근막까지 손상된 상태로 이런 내부 조직들이 만져지거나 눈에 보인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건 '색'이다. 선홍색으로 조직이 깨끗한 상태라면 생리식염수로만 세척해도 되지만, 노란색이나 녹색의 농이 나오는 등 감염이 의심되면 베타딘 등으로 소독해야 한다.

나형주 전문간호사는 "3단계부터는 알지네이트, 아쿠아셀, 메디폼, 메피렉스, 베타폼처럼 습윤 상태를 유지하고 항균 성능이 있는 전문 드레싱 제품을 써야 효과적으로 욕창을 관리할 수 있다"며 "증상이 심하다면 진물을 빨아들이는 음압기를 욕창 부위에 장착하거나, 죽은 조직을 수술적으로 제거해나가는 외과적 괴사조직 제거술(debridement)을 시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기적인 '자세 변경' 중요…시간·각도 중요해
욕창 예방하려 링 모양의 도넛 베개를 사용하거나 마사지하기도 하는데 위험한 생각이다. 효과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욕창을 악화할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신체 특정 부위가 눌리지 않게 계속해서 자세를 바꿔주는 '체위 변경'이다. 최소 2시간에 한 번은 자세를 변경해 등, 엉덩이, 허벅지 등을 띄워주는 게 바람직하다. 몸을 직접 움직이기 어려우면 가족 등 보호자가 베개나 이불 등을 대어 30도의 각도로 환자를 비스듬하게 눕히고 역시 2시간마다 반대쪽으로 자세를 변경해주는 게 좋다. 단, 45도 이상 눕히면 오히려 그 부위에 심한 압력이 가해지므로 주의한다.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기저귀를 찼다면 여름철 높은 습도와 맞물려 욕창이 발생, 악화할 위험이 커지므로 주기적으로 씻기고 종종 기저귀를 열어 바람을 쐬어줘야 한다. 나형주 전문간호사는 "입원 환자는 산소마스크나 비위관, 억제대 등이 귀, 코, 손 밑으로 깔려도 욕창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관찰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