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주대병원 개별 파업 계속…"진료 계속 받아야 하는데"
생명 직결 업무엔 필수인력 투입돼…병원 "대체인력 투입 검토"
(수원=연합뉴스) 김솔 기자 = "앞으로 계속 진료받으러 와야 하는데 파업이 너무 길어지진 않을지 걱정이네요."
17일 오전 경기 수원시 아주대의료원에서 만난 60대 A씨는 본관 로비에 모여 파업 시위 중인 조합원들을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경기본부 아주대의료원 지부 조합원 500여명은 이날 오전 8시 30분께부터 본관 로비와 2층, 3층 복도 등에 앉아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총파업을 종료했지만, 일부 지부는 보건의료노조 전체 사안인 '7대 요구안' 외 임금·노동조건 개선 등과 관련한 노사 간 교섭이 결렬돼 개별 파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경기본부에서는 아주대의료원, 한림대의료원, 국토교통재활병원 등 3개 지부가 파업을 지속하는데, 아주대의료원의 경우 임금 교섭과 관련해 노사가 입장 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평소 같으면 외래 진료 접수를 하려는 방문객들로 붐볐을 의료원 본관 로비는 이날 아침부터 머리에 빨간 두건을 두르고 '투쟁 없이 쟁취 없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조합원들로 가득 찼다.
조합원들이 "의료원은 결단하라", "환자 안전 위해 의료 인력 확충하라" 등 구호를 외칠 때마다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이동하던 방문객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들을 지켜봤다.
백소영 보건의료노조 경기본부장은 "의료진들은 그동안 인간답게 살지 못했고, 의료원은 시설과 장비에만 투자했지 정작 사람에 대해서는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다"며 "우리의 임금을 높이고 단결해 힘을 모으면 투쟁·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체 직원 3천500명 중 500여명의 조합원이 총파업 동참했던 아주대의료원 노조는 이날부터 파업 인원을 700여명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의료원 로비와 복도 곳곳에는 지난 13~14일 총파업 기간보다 훨씬 많은 파업 관련 현수막, 팻말이 부착돼 있었고, 로비 전광판에도 "파업으로 진료와 검사가 지연되고 있으니 양해를 바랍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이 띄워졌다.
아직 월요일 오전이고, 총파업 당시와 마찬가지로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분만실, 신생아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업무에는 필수 인력이 투입돼 현재까지 큰 차질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아주대의료원 내 각 진료과 대기석은 20~30명가량이 외래 진료를 보기 위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 평일 오전 풍경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다만, 일부 내원객은 파업 시위 중인 조합원들을 지켜보며 "왜 병원 내부에서 소란이야", "언제까지 하려나"라고 말하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남편의 외래 진료를 위해 함께 왔다는 60대 김모 씨는 "정당한 대우를 받기 위해 파업하는 건 존중하지만, 고령의 환자들도 많은 병원 내부에서 큰 소리로 소란을 벌이는 게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며 "남편이 암 추적 치료를 위해 꾸준히 병원에 와야 하는 입장이어서 파업이 너무 길어지진 않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병원 측은 총파업 기간과 동일하게 응급실을 통한 입원을 제한해 신규 입원 환자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또 정확한 파업 참여 인원을 파악하는 대로 총파업 때와 마찬가지로 대체 인력을 투입할지 등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아주대의료원 관계자는 "개별 파업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며 구체적인 대응 방침 등을 세울 예정"이라며 "노사 협약에 따라 일반 병동에서도 평소 근무 인원의 30% 이상은 확보돼야 하는데, 현재까지 이러한 점들은 잘 지켜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력이 부족할 경우 비조합원과 비정규직, 관리직에 종사하던 의료진 들을 업무에 추가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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