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여진 지속…정부 정책 이행 여부 관건
"정부 대응 지켜보겠다" 으름장 노조, '직역간 갈등'은 부담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지난 14일 오후 5시를 기해 2일간의 총파업을 종료하고 현장파업으로 전환했다. 아직 일부 주요 병원에서 노사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있지만 파업 장기화에 따른 진료 대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파업 장기화라는 파국은 면했지만 보건의료노조가 파업 철회 조건으로 정부의 실질적이고 전향적인 보건의료 정책 마련을 제시한 터라 향후 과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노조의 파업을 두고 "간호사만을 위한 정치파업이었다"는 혹평과 함께 직역 간 갈등도 여전한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노조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요구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국민 지지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다. 환자 안전과 불편, 보건복지부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총파업을 14일 오후 5시에 종료했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지난 12~14일 복지부와 3차례 면담을 진행했었다며 "의료현장의 인력대란과 필수 의료·공공의료 붕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과 시행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정부 입장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번 파업을) 가성비 높은, 슬기로운 파업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파업을 이어갈 경우 환자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7대 요구에 대해서는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파업 종료와 동시에 140개 사업장에서는 사용자 측과 교섭을 각자 진행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충남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주요 공공병원 및 국립대병원 그리고 한양대의료원, 경희의료원, 이화의료원 등 주요 사립대 병원은 속속 현장 교섭을 타결하거나 의견접근을 이뤘다.
노조 측은 "현재 각 지역본부별로 교섭 타결 상황을 확인 중이고, 17일 오전쯤 집계된 자료가 보고될 예정이다. 다만 부산대학교병원 등은 전면 파업이 불가피하다. 부산에서 기자회견도 예고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부산대학교병원과 이 병원의 분원인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내 노조 지부는 계속 파업하기로 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 병원은 2017년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전국 14개 국립대병원 중 유일하게 정규직 전환을 완료하지 않았다.
정규직 전환 대상 1693명 중 1192명은 전환됐지만, 용역 업체를 끼고 있는 500여명은 여전히 비정규직이다. 노조는 "비정규직 직접고용을 방치하는 현실과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몰아가는 책임자를 고발·규탄한다"며 "전국 지부 조합원이 함께하는 투쟁계획을 17일 오전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노조의 총파업이 직역간 갈등으로도 번져, 충돌도 우려된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최근 "노조는 솔직하게 간호사를 위한 파업이라고 고백하길 바란다. 노조는 간호조무사를 대표하는 우리 협회와 어떠한 소통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14개 보건복지의료 단체가 참여한 보건복지의료연대도 노조의 총파업을 "국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간호법 저지를 위해 의사들이 파업할 때 복지부에서 '파업하지 말라, 불법 파업이다' 얘기를 단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맞섰다.
나 위원장은 간호법 입법이 무산된 게 총파업의 동력이 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조합원의 65%인 현장 간호사들의 간호법에 대한 배신감, 분노가 쌓여있고 실질적으로 파업에 영향이 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으나 특정 직종 총파업이 아니라 모든 직종이 함께 하는 총파업"이라고 선을 그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정부의 정책 이행 의지다. 노조가 총파업 기간에 정부 입장을 확인했다면서도 해법 마련을 회피하거나 소홀히 한다면, 1차 경고성 투쟁에 이은 2차 산별 총파업 및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노조가 산별 총파업 종료를 결정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각 병원에서도 조속히 노사협상을 타결해서 의료 공백이 없길 바란다. 복지부는 기 발표한 간호인력지원 종합대책과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앞으로도 충실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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