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하고 냉정한 양현준 이적 결정, 김병지 대표 더 뛰어난 경영인이 되려면[김세훈의 스포츠IN]

김세훈 기자 2023. 7. 1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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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지 강원 대표이사(오른쪽)가 15일 유튜브 채널에서 라이브 기자회견을 열고 양현준(가운데) 셀틱 이적을 발표하고 있다. 강원FC 유튜브 라이브 방송 캡처



양현준(21)이 강원을 떠나 셀틱으로 갔다. 강원은 이적료 250만 유로, 셀온피 12%를 얻었다. 35억원에 육박하는 현금, 양현준이 셀틱에서 다른 구단으로 갈 때 발생하는 이적료 수입 중 12%가 강원 몫이다.

양현준 셀틱행은 힘겹게 성사됐다. 김병지 대표이사, 윤정환 감독 모두 보내기 싫었지만 결국 뜻을 접었다. 유럽행을 원하는 양현준 의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의지만으로 이적을 결정한 건 아니다. 양현준은 2021년 강원과 5년 계약했다. 현재 남은 기간은 2년 반이다. 이적료는 계약기간과 반비례한다. 현시점에서 셀틱이 제시한 이적료, 셀온피 모두 거부하기 쉽지 않은 조건임은 부인할 수 없다.

강원으로서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양현준을 보내느냐, 아니면 일단 잘 달래서 잡은 뒤 더 좋은 오퍼를 제시하는 구단을 기다리거나다. 후자는, 솔깃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정말 어렵다. 우선, 양현준에게 연봉, 바이아웃 등에서 좋은 조건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양현준이 더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다는 보장은 없다. 게다가 셀틱 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구단도 나와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계약기간은 줄고 이적료도 감소한다. 강원이 양현준을 잡아두면서 더 많은 이득을 보기란 쉽지 않다. 강원에 남을 경우 양현준이 동료들에게 미칠 예측불가능한 여파, 유럽행 뜻을 꺾은 구단에 대한 선수들의 미묘한 감정 등에서도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 이처럼 양현준을 효과적으로 잔류시킨 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적시키는 것은 구단 의지만으로 되는 게 결코 아니다.

양현준은 이미 마음이 떠나 있었다. 평소 말수가 없고 말을 아낀 양현준은 “이적료가 부족하다면 내 연봉까지 내놓겠다”고까지 했다. 성적도 부진하다. 2022시즌 36경기 8골 4어시스트였지만 이번 시즌에는 21경기 1골 1도움뿐이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을 수도 있지만, 동기부여가 약한 탓도 크다. 축구 선수로서 셀틱 정도면 가고 싶은 구단이다. 연봉도 지금보다 훨씬 많다. 축구가 직업인 사람이라면 이직을 원할 만하다.

어쨌든 이제 강원은 모든 역량을 강등권 탈출에 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우여곡절 끝에 감독, 코치가 교체됐고 이적 논란이 계속된 양현준도 늦었지만 깔끔하게 정리했다. 최근에는 국내 선수들도 잇따라 보강됐다. 선수들이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김병지 대표는 강등 위기에서도 스타를 보내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면서 구단에 거액의 이적료를 안겼고 유럽 무대에서 뛰는 강원 출신 스타도 배출했다. 셀틱은 아시아 마케팅에 열심이다. 셀틱 정도면 강원이 유럽과 교류를 시작하는 구단으로 괜찮은 곳이다. 앞으로 김 대표는 강등 위기에서 팀을 구해야 한다. 이제 반년 임기를 보낸 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리더라면 외로운 결단을 내릴 때도 있고 모든 걸 혼자 짊어져야 할 때도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려운 결심을 하고 어려운 업무를 해낼 때 더 뛰어난 리더, 더 훌륭한 경영인이 될 수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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