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 알카라스 시대 열렸다...윔블던 단식 결승서 조코비치 제압
페더· 나달·조코비지 '빅3' 시대 끝내
카를로스 알카라스(20·스페인)가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윔블던 남자 테니스 단식 결승 무대에서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를 무너뜨리며 새 시대를 열어젖혔다.
알카라스는 17일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끝난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3-2(1-6 7-6<8-6> 6-1 3-6 6-4)로 제압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렸다.
이날 승리로 남자 테니스 '빅3'의 시대가 저물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으로 남자 단식 20회 우승 고지를 밟은 '황제' 페더러(스위스)는 지난해 은퇴했다. 메이저 대회에서 22차례 우승한 '흙신' 라파엘 나달(스페인)은 내년 은퇴를 예고하고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와 함께 '빅4'로 꼽히기도 했던 앤디 머리(영국)는 고관절 부상을 이겨내고 선수 경력을 이어가고 있으나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온전히 회복하기는 힘들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최상의 기량을 마지막까지 유지해온 조코비치가, 특히 강한 모습을 보여온 윔블던 무대에서 알카라스에게 패배한 것은 테니스사의 가장 뜨거웠던 한 장에 마침표를 찍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윔블던에서 '빅4'가 아닌 선수가 우승한 것은 2002년 레이턴 휴잇(은퇴·호주) 이후 무려 21년 만의 일이다.
조코비치는 이날 여러 번 코트에 나뒹굴었다. 2세트와 3세트에 걸쳐 승부의 흐름이 알카라스 쪽으로 서서히 넘어가자 두 팔을 펼쳐 들며 좌절스럽다는 몸짓을 하기도 했다.
2018년 프로로 데뷔한 알카라스는 2021년 18세의 나이에 크로아티아 우마그 대회에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첫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지난해에는 역대 가장 어린 나이에 마스터스 1000 대회인 마이애미오픈, 마드리드오픈에서 우승하는 기록을 거푸 작성하고 US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일궈 빅4의 뒤를 이을 차세대 선수 중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아울러 가장 어린 나이(19년 5개월)에 연말 랭킹 1위를 차지하는 기록도 썼다.
부상으로 올해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는 불참했던 알카라스는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는 준결승에서 조코비치에게 1-3으로 완패했다.
알카라스는 3세트 초반부터 근육 경련을 일으켰고, 이후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고배를 들었다.
알카라스는 긴장감 때문에 몸이 문제를 일으켰다고 보고 이번 대회를 앞두고 2020년부터 함께해온 심리학자와 자주 면담하며 '멘털'을 바로잡았다.
조코비치와 결승전을 앞두고는 이 중요한 경기에 어떤 생각으로 임해야 할지 또 한 번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이날 알카라스는 1세트에서 완패하며 실수를 반복하는 듯했으나 2세트부터 보다 공격적인 샷으로 조코비치를 압박해 승리를 거머쥐었다.
스무 살의 나이에 조코비치를 상대로 메이저 대회 승리를 거두고 윔블던 우승까지 차지한 알카라스가 '역대 최고의 선수'로 올라설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은 앞으로 테니스 팬들에게 큰 즐거움을 줄 터다.
베이스라인에서 때리는 강력한 샷과 허를 찌르는 네트플레이, 코트 전역을 커버하는 운동 능력을 겸비한 알카라스를 두고 '조코비치와 페더러, 나달의 강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뒤 조코비치는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면서 "알카라스는 우리가 오랜 기간 나달을 통해 봤던 놀라운 수비와 투쟁심, '스페인의 황소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알카라스는 나와 비슷한 슬라이딩 백핸드를 구사하는 것 같다. 여기에 수비, 적응력 등 내 강점으로 꼽히던 것들을 그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코비치는 "페더러와 나달은 각자의 강점과 약점이 분명한 선수였다"면서 "솔직히 말해서 알카라스 같은 선수와 경기를 해 본 적이 없다. 알카라스는 매우 완벽한 선수"라고 말했다.
이제 8월 28일 개막하는 올해 마지막 메이저 대회 US오픈에서 알카라스가 대회 2연패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다닐 메드베데프(5회·러시아)를 제치고 올 시즌 ATP 투어 이상 레벨의 대회 우승 횟수 부문에서 1위(6회)로 나선 알카라스가 이 기세를 이어가 연말까지 랭킹 1위를 지켜낼지도 관심거리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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