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불공정 계약 시정명령…미이행 시 제재 수준 약해 논란

이강은 2023. 7. 17. 09: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990년대 인기만화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가 형설출판사·형설앤과 맺은 저작권 계약 문제로 괴로워하다 세상을 등진 것과 관련, 계약 내용이 이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데다 불공정한 계약 내용 수정 요구도 업체 측이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7일 이같은 내용의 특별조사 결과에 따라 장진혁 형설출판사·형설앤 대표에게 불공정 행위를 중지하고 미배분된 수익을 이우영 작가와 동생 이우진 작가에게 지급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체부, 업체 측에 “계약 내용 손질 및 미배분 수익 지급” 시정명령

1990년대 인기만화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가 형설출판사·형설앤과 맺은 저작권 계약 문제로 괴로워하다 세상을 등진 것과 관련, 계약 내용이 이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데다 불공정한 계약 내용 수정 요구도 업체 측이 무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7일 이같은 내용의 특별조사 결과에 따라 장진혁 형설출판사·형설앤 대표에게 불공정 행위를 중지하고 미배분된 수익을 이우영 작가와 동생 이우진 작가에게 지급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1992년부터 연재돼 인기를 끈 고 이우영 작가 ‘검정고무신’. KBS2 제공
앞서 한국만화가협회가 지난 3월 예술인 신문고로 ‘검정고무신’ 계약의 불공정을 신고하고 문체부가 특별조사에 착수한 지 넉 달 만에 나온 결론이다. 다만, 시정명령을 거부할 경우 제재 조치가 약한 건 문제로 지적된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만화 ‘검정고무신’과 관련해 저작권자 간 체결한 계약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예술인 권리보장법)이 금지한 불공정행위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검정고무신 사건’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저작권 법률지원센터와 찾아가는 법률서비스 지원단 운영 등 창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 디딤돌을 단단히 구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2021년 제정되고 지난해 9월 시행된 예술인 권리보장법은 불공정 계약 조건 강요와 수익배분 거부, 표현의 자유 침해, 성폭력 등 예술인 권리 침해를 폭넓게 구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체부는 장 대표가 이우영·이우진 작가에게 수익을 제대로 배분하지 않았다며 ‘수익 배분 거부행위’ 중지를 명령했다. 

특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 대표는 검정고무신 저작권자 간 2008년 6월 체결한 사업권 설정계약서의 해석을 근거로 이우영·이우진 작가에게 투자 수익을 배분하지 않았다. 문체부는 원작 이용료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에서 파생되는 투자 수익도 저작권자 간 배분돼야 할 수익으로 보는 것이 사업권 설정계약서의 합리적 해석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근거해 장 대표가 투자 수익 배분을 거부하는 것은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13조1항2호’를 위반한 불공정 행위라고 봤다. 문체부는 “(장 대표가) 그동안 미배분된 투자 수익을 작가들에게 지급하고 향후 추가로 진행되는 라이선싱 사업에 따른 적정 수입을 배분해야 한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연합뉴스
문체부는 또 저작권자 간 체결한 계약에 불공정 내용이 포함돼 있음을 확인하고, 장 대표에게 계약서 내용을 변경해 불이익 행위를 중지하라고 명령했다. 저작권자 간 2010년 체결한 ‘손해배상 청구권 등 양도각서’가 ‘검정고무신’ 관련 일체 작품 활동과 사업에 대한 권리를 장 대표에게 양도하고 위반 시 위약금을 규정하는 등 작가에게 일방적으로 의무를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장 대표는 이우영·이우진 작가에게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현저하게 신고인(작가)에게 불이익한 거래조건을 설정한 행위’에 해당해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13조1항5호’를 위반했다는 게 문체부의 판단이다. 

이우영·이우진 작가가 계약 내용 변경을 규정한 사업권 설정계약서 6조(‘본 계약의 내용을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서로 협의하여 결정한다’)에 근거해 2008년 모호한 계약 내용의 변경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장 대표가 협의에 전혀 응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문체부는 협의에 전혀 응하지 않은 장 대표의 행위가 ‘거래 조건 이행과정에서 신고인에게 그 밖에 불이익을 주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문체부는 사건 당사자와 관계자로부터 제출받은 의견서, 증거자료 및 수차례 진행한 출석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예술인 권리보장 및 성희롱·성폭력 피해구제 위원회에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후 위원회가 심의한 결과 예술인 권리 침해 행위를 확인하고 시정명령을 문체부에 요청하면서 이번 조치가 마련됐다.

시정명령을 받은 장 대표는 오는 9월14일까지 이행 여부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문체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문체부는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3년 이내 범위에서 재정 지원을 중단·배제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시정조치 명령 공표도 명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시정명령 미이행 시 제재 수준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 대표가 두 작가에게 배분해야 할 수익금이 과태료보다 훨씬 많고 재정 지원을 받고 있거나 신청한 적도 없기 때문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예술인 권리보장법상 공정거래위원회 통보하려면 계약 체결 당시 예술인에게 불공정한 계약 조건을 강요한 행위가 있어야 되는데 강요로 했다고 보기 어려웠다”며 “수사 의뢰도 검토했지만 기본적으로 공소시효가 지나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시정명령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미이행 시 제재 수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예술인 권리보장법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편, 지난해 9월 예술인 권리보장법이 시행된 후 예술인신문고에 신고된 사건은 총 123건이다. 문체부는 이번 사건을 비롯해 예술인 권리침해행위 17건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시정권고 3건, 분쟁조정 3건, 조치 전 이행 5건 및 종결 15건 등 총 43건을 처리했다. 현재 14건은 위원회 심사가 진행 중이며, 이 외 66건은 사실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예술인 권리침해 행위를 당한 예술인은 예술인신문고 ‘문체부 누리집(www.mcst.go.kr)→민원마당→예술인권리침해사건신고/02-3668-0200’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신고 전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연계된 자문 변호사의 전문 상담과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