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직격 야구] 불꽃 레이스 관전의 멋진 도우미가 되는 해설을
2주 전 야구 해설위원들의 별 감동없는 '겉만 보는' 해설 내용을 꼬집은 칼럼을 게재한 뒤 해설위원 24명 전원에게 칼럼을 카톡으로 전달했다.
그런데도 게재 이후 전반기 종료인 지난 13일까지 해설을 들으면 몇몇 위원들은 여전히 '런앤 히트'가 아닌 '히트앤드 런'이라고 표현했다.
감독의 작전이 걸리면 어김없이 주자가 먼저 뛰고 이후에 타자가 타격을 한다. '히트앤드 런'이 아니라 '런앤 히트'가 맞다는 걸 웬만한 팬들은 다 알고 있는데 왜 야구전문가인 해설위원이 저런 틀린 표현을 하는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습관이 무서운 것일까, 고집이 센 걸까.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해설위원들이 선수 시절 경험만 들려줘도 팬들의 고개가 끄떡여지는데 그런 경우는 거의 찾기 어렵다. 대표적인 게 투스트라이크 노볼(투 낫싱) 이후 나오는 투수들의 어이없는 투구다.
지난 6월 16일 5회초 LG 선발 이민호는 두산 타자 박계범을 맞아 1,2구를 스트라이크로 잘 잡았으나 3구째는 스트라이크 존(S존)에서 40cm나 벗어나는 '똥볼'을 던졌다. 이런 형편없는 볼은 '동네야구'에서는 통할 수 있지만 프로무대에서는 절대로 먹히질 않는다. 투수로서는 쓸데없이 공 하나를 버리는 것이다.
이민호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 투수들이, 투 낫싱에서 타자를 삼진 잡으려고 집중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S존에서 30~40cm나 벗어나는 형편없는 투구를 한다(가끔 폭투도 있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필자가 대략 조사해 본 바로는 투수들의 90~95%가 투 낫싱 직후 포수가 잡을 수 있을까 말까한 형편없는 공을 던진다.
왜 이런 어이없는 투구 상황이 벌어질까. 중고교 시절 감독에게서 잘못 배운 탓이다. 만약 투 낫싱에서 S존에 들어가는 좋은 볼을 던지다 안타를 맞으면 그 투수는 감독으로부터 엄청난 질타를 받게 된다. 중고교 투수들은 이런 질타를 면하기 위해 S존을 훌쩍 벗어나는 투구 습관을 가지게 된다.
이는 해설위원들이 중고교 시절 모두 겪은 일이다. 필자뿐 아니라 대부분 팬들은 왜 투 낫싱에서 긴장해 있는 타자를 잡으려 하지 않고 폭투 위험이 있는 '만세 볼'을 던지는지 언제나 궁금해 한다. 필자가 모든 중계를 모니터링 하지 않았지만 1960대 중반 중학 시절 이후 50여년간 라디오와 TV를 시청한 경험으로는 '투 낫싱 이후 똥볼'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은 적이 거의 없다.
누구라고 지칭할 필요없이 신인 및 신인급 투수들의 제구력은 정말 엉망이다. 풀카운트까지 가거나 4구를 내주는 경우는 경기마다 흔히 볼 수 있다. 여기엔 다 이유가 있다. 중고교 시절, 감독 혹은 투수 코치가 컨트롤보다 볼 스피드 높이는 걸 먼저 훈련시키므로 스트라이크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것도 해설위원들이 다 겪은 일들이다.
지금도 고교야구 대회장은 '볼넷 투성이'다. 지난 1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78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1회전 장충고-중앙고 경기가 대표적. 이날 중앙고는 4사구 11개를 남발, 장충고에 3대4로 역전패했다. 이 경기 말고도 고교야구 경기장엘 가면 스트라이크를 잘 못 던지는 투수를 보며 답답함을 나타낼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지난 13일 삼성-KIA전 때 모 해설위원은 KIA에서 트레이드된 후 삼성 유니폼을 입고 첫 광주 원정에 나선 류지혁의 소감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는 경기전 트레이드 당사자인 류지혁과 김태군을 만나 잠깐 인터뷰를 했으면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금방 해소된다. 야구 담당 기자들이 경기 시작 두시간 전에 경기장에 나가 이런저런 잡다한 취재를 하는 열정을 배웠으면 좋겠다. 경기 전 양팀 감독 인터뷰를 취재하면 금상첨화이고(기자처럼 부지런을 떠는 해설위원이 한두명은 있음).
KBO리그가 오는 21일부터 포스트시즌을 향해 하루 하루 피말리는 후반기 레이스에 들어간다. 해설위원들이 좀 더 분발해 '정말 기다려지는 해설과 중계'가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본지 객원기자
스포츠한국 권정식 jskwo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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