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진행 순서 생물지표 발견됐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과 관련된 두 가지 대표적인 병리 현상인 뇌 신경세포의 비정상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과 타우 엉킴이 차례로 이어지면서 치매가 진행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 신경세포 사이사이 공간에 있는 표면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와 신경세포 안에 있는 타우 단백질이 잘못 접혀 응집하거나 엉키면서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워싱턴 대학과 스웨덴 룬드 대학 연구팀은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이 먼저 나타나고 시간이 경과하며 타우 엉킴이 겹치면서 치매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의학 뉴스 포털 뉴스 메디컬 라이프 사이언스가 15일 보도했다.
워싱턴 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바테만 호리와 칸타 호리 교수 연구팀이 스웨덴 룬드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오스카르 한손 교수 연구팀과 함께 스웨덴의 '신경 퇴행 질환 진단 생물 표지' 연구에 참여한 448명과 미국 나이트 알츠하이머병 연구센터의 연구 대상자 219명의 자료를 함께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
연구 대상자들의 평균 연령은 71세로, 모든 단계의 치매 환자들과 함께 건강한 사람도 포함돼 있었다. 치매 환자들 가운데는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은 일부 형성됐지만 인지기능 저하는 나타나지 않은 사람과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엉킴이 상당히 형성된 사람들도 포함됐다.
자료 분석 결과, 뇌척수액에 들어있는 '미세관 결합 부위-타우243'(MTBR-tau243)의 수치가 타우 엉킴. 그리고 인지기능 저하와 강력한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MTBR-tau243의 수치가 올라가면 타우 엉킴 수치도 올라갔고 인지기능 테스트 성적은 떨어졌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뇌척수액에 있는 또 다른 형태의 타우 단백질인 인산화 타우의 수치는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 수치와는 연결되지만 타우 엉킴이나 인지기능 저하와는 연관이 없었다.
먼저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이 앞장서고 치매 증상이 나타날 때쯤이 되면 타우 엉킴이 이어받아 치매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환자마다 치매 진행 코스를 추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타우 엉킴 측정이 어렵다.
그래서 연구팀은 치매의 진행을 추적하는 데 길잡이가 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타우 단백질인 MTBR-tau243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뇌척수액 속에 함유된 이 특이 타우 단백질의 수치로 실제 뇌 신경세포 안에 들어있는 타우 엉킴이 이 어느 정도이고 얼마만큼의 인지기능 손상을 가져오는지를 측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는 임상시험에 참가한 치매 환자를 가려내고 치매의 진행을 추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타우 엉킴을 표적으로 하는 약을 포함한 실험 신약이 치매의 진로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일 수 있다.
이는 또 치매 신약 개발을 가속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현재 타우 엉킴을 측정할 수 있는 표준 방법은 타우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tau-PET)이다. 한 번 찍는데 수 천 달러의 비용이 들고 값비싼 설비와 특수 전문기술이 필요해 일반 병원에서는 검사가 불가능하다. 환자 진료에 비현실적이고 치매 연구에도 비용이 너무 든다.
이 새로운 표지는 치매 치료제 개발의 다음번 영역인 타우 병증을 해소할 수 있는 실험 신약이 효과가 있는지를 판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특히 타우 엉킴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은 치매 진행이 본격 단계에 들어선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난 환자가 치매인지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과 타우 엉킴을 모두 나타내는 생물표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타우 병증을 나타내는 새로운 생물표지를 이용하면 단 한 번의 뇌척수액 샘플 채취로 치매 진단이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뇌척수액에서 MTBR-tau243와 인산화 타우 두 가지 타우 병리 지표를 함께 사용하면 tau-PET를 사용한 경우와 거의 같은 정확도로 인지기능 저하의 예측이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 두 가지 타우 병리 생물지표로 환자가 치매인지 여부와 치매일 경우 무증상 치매에서 본격 치매까지 어느 단계에 있는지도 알아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본격 단계의 치매는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이 치매 진행에 큰 역할을 못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항 베타 아밀로이드 치료가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그러나 타우 엉킴이 나타나는 단계라면 타우 병증 저지로 인지기능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 의학 전문지 '네이처 메디신' 최신호에 발표됐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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