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액 1억 병 판매의 ‘진짜 의미’

김수영 프리랜서 기자 2023. 7. 17.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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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액’ 모르면 ‘요알못’인, 그야말로 ‘참치액’ 홍수 시대. 대기업을 제치고 한라식품이 주목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참치액 vs 한라참치액

한라참치액은 40여 년 이어온 명실공히 우리나라 최초 참치액이다. 지금이야 마트 한 코너가 참치액으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참치액과 참치액젓을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액상 조미료 시장을 처음 개척한 것도 한라참치액이다. "발로 뛰어서 여기까지 왔다"는 말처럼, 한라식품은 참치액을 들고 직접 발로 뛰며 아파트 소비자를 찾아다녔다. 그렇게 40여 년 동안 기업의 원칙을 지키며 달려온 결과, '원조’ 라는 타이틀과 대기업의 유사 제품 압박 출시라는 위기가 함께 찾아왔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에는 수많은 대기업이 '참치액’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제품을 우후죽순 내놓기 시작하면서 가격 경쟁이라는 큰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현재 참치액 시장 매출 1위는 한라참치액이다. '참치액 1억 병 판매’라는 대기록도 세웠다. 이 기록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무시무시한 대기업 자본 시장에서 당당하게 선두 자리를 차지한 원조의 힘이자, 브랜드보다 제품의 질을 선택한 소비자들의 현명함 때문이다. 공격적이고 화려한 마케팅이 난무하는 참치액 시장에서 한라참치액은 고유명사와도 같은 입지를 굳히게 됐다.

이재한 대표
참치액 시장 1위 브랜드의 비결은 뭔가요.

40여 년을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걸어온 것만으로도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카피 제품이 있어야 진짜 명품이 된다는 것이 시장의 생리거든요. 참치액 역시 한라참치액을 카피한 수많은 제품이 출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재미있는 것은 국내 유수의 대기업에서 카피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는 거예요. 치열한 전쟁터에서 참치액 시장이 참치액과 한라참치액으로 구분될 수 있었던 것은 유일하게 원재료에서 직접 추출하는 방식을 고수한다는 것과 그 차이를 구분하는 소비자들의 혜안이라고 생각해요.

한라참치액만의 차별성이 있다면 뭔가요.

참치를 직접 훈연하는 것은 물론 국내산 무와 표고버섯 등 모든 재료를 원재료에서부터 직접 손질하고 추출, 배합한다는 거예요. 4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한다는 것은 식품 브랜드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자부심이라고 생각해요. 수많은 유혹과 위기들이 봉착할 때마다 가장 타협하기 쉬운 부분이거든요. 그런 가치를 소비자들이 알아주지 못하고 화려한 마케팅이나 가격 경쟁으로 흔들린다면 아무 소용이 없죠. 한결같이 걸어온 한라참치액은 가치를 알아봐준 한결같은 소비자들이 있어서 가능했던 결과라고 생각해요.

처음 참치액을 홍보할 때는 힘들었을 것 같아요. 당시 최초였으니까요.

하루도 힘들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식품 회사의 숙명이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어느 한순간의 작은 실수로 모든 걸 잃게 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늘 품고 살거든요. 초창기 '참치액’ '액상 조미료’라는 생소한 시장을 개척할 때는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지금처럼 다양한 마켓도, SNS 채널도 없었기 때문에 무조건 면 대 면으로 제품을 알려야 했거든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한라참치액은 처음부터 소비자 앞에서 맛을 보여드렸고, 그 자리에서 바로 들은 피드백이 정말 값진 데이터가 됐다고 생각해요.

위기는 없었나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예상하실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시기에 성장 그래프를 기록했어요. 외식이 어려워지면서 유행이 아닌 생존을 위한 집밥족들이 늘어났고, 한라참치액은 요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역할을 한 셈이거든요. IMF도 팬데믹도 굳건히 버텨왔지만 정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대기업들의 카피 제품 출시 시기였어요. 하루가 멀다 하고 참치액 제품들이 나오고, 비교할 수 없는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는데 정신이 없더라고요. 하지만 위태로움은 잠시였습니다. 오히려 대기업의 도움으로 참치액 시장의 규모가 커졌거든요. 그 안에서 오롯이 실력과 퀄리티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경쟁력이 생긴 거죠. '원조’라는 타이틀과 함께 원재료에서 직접 추출한 방식을 고수해온 유일한 참치액이라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통했고요. 그렇다고 매일 발 뻗고 잘 수는 없지만 모두가 예상하는 위기의 순간에도 빛을 내는 한라참치액의 가치를 믿고 더 열심히 나아가는 중이에요.

이정웅 이사
3세대 가족기업이에요. 3세대 대표의 입장도 궁금해요.

할아버지와 작은아버지(이재한 대표)가 워낙 단단하게 잘 닦아오신 덕에 저는 그저 감사한 마음이에요. 하지만 지금 세대에서 해야 할 새로운 목표도 있습니다. 가족기업으로 3대째 이어오고 있는 한라참치액처럼 소비자들도 대를 이어서 먹는 제품으로 만드는 거죠. 저는 한라식품 총괄이사라는 직책 외에도 '요리요정이팀장컴퍼니’라는 쿠킹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어요. 쿠킹 클래스와 레시피 개발을 통해 매거진, 유튜브, 방송 등 다양한 채널에서 요리를 선보이는 일도 하고요. 요즘은 엄마가 구입한 명품 냄비나 조리 도구들을 자녀가 결혼하거나 독립할 때 물려준다고 하더라고요. 에르메스나 샤넬 백을 물려주는 것처럼요. 이렇게 대를 잇는 문화를 한라참치액에서도 경험해보고 싶어요. 사람이 먹고사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잖아요. 음식 문화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됐고요. 이런 측면에서 한라참치액을 엄마가 할머니에게 전수받은 주방의 비법과 같은 존재로 만드는 거죠. 맛은 기억이고 추억이고 문화거든요. 할머니 음식에서 엄마 음식으로 내려오고, 엄마 음식을 내가 이어올 때의 한결같은 마음이 되어주는 일종의 요리 비책이라고나 할까요(웃음)? 엉뚱하다고 웃으실 수 있지만 꼭 이루고 싶은 다음 목표예요.

‘한라참치액’ 외에 어떤 제품이 있나요.

덩치를 키우기보다 제대로 만든 참치액 하나로 인정받는 게 할아버지와 대표님의 초창기 뜻이었다고 해요. 저도 같은 마음이지만, 시대는 계속 변하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생겨나는 것처럼 저희도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참치액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변화에 발맞춰 참치액을 베이스로 한 '주부천하 쯔유’와 '붉은대게 간장소스’도 출시했어요. 붉은대게 간장소스는 해산물 요리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을 착안해 만들었어요. 이 제품 역시 훈연 참치를 사용했고, 붉은대게로 시원한 해산물 특유의 감칠맛을 냈죠. 해산물이 들어간 찌개, 볶음, 조림 등 어떤 요리도 쉽게 만들 수 있어서 반응이 뜨거워요.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는 붉은대게 간장소스로 만든 볶음밥이 인기가 많더라고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소비자들이 발견해준 재미있는 일화이기도 하죠. 이렇게 앞으로도 다양한 타깃층을 고려한 제품을 개발해나갈 계획이에요. 무리한 제품 수 늘리기가 아닌 한라참치액의 묵직하고 진중한 가치를 고려하는 것이 1순위라는 건 변함없고요.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요.

할아버지와 대표님이 인생을 걸고 만들어놓은 참치액을 모르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게 만드는 거요(웃음). 저는 요리하는 사람이기도 해서 이런 사명감을 가지고 참치액의 다양한 활용법을 꾸준히 개발해나갈 생각이에요. 현재도 유튜브나 매거진, 방송, 쿠킹 클래스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어가고 있고요. 더 재미있는 채널에서 다양한 방법을 공유하는 것, 그게 제가 해야 할 몫이기도 해요. "한라참치액을 모르는 사람이 한 명도 없게 해주세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매일 하고 다니는 말입니다. 김치가 K-푸드의 대표 음식이라면 한라참치액은 K-조미료의 대표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예요.

#참치액 #한라참치액 #여성동아

한라참치액 
직접 훈연한 참치로 만든 가쓰오부시와 국내산 무, 다시마, 표고버섯에서 직접 추출한 농축액을 배합해 만든 국내 최초 액상 조미료. 미역국이나 김치찌개 등 국물 요리는 물론 각종 볶음 요리와 무침 요리 등에 감칠맛과 간을 대신해주는 만능 조미료다. 최근 1억 병 판매를 기념해 '국민 엄마’ 배우 김수미를 모델로 전국 대형마트에서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붉은대게 간장소스 
강원도 양양의 깊은 바다에서 잡은 '붉은대게’로 만든 농축액과 훈연 참치, 다시마, 양조간장을 한라식품만의 노하우로 배합해 만들었다. 깊은 풍미를 담은 감칠맛을 내어 해산물을 이용한 찌개, 탕, 볶음 요리 등에 사용하기 좋다.

사진 홍중식 기자 

김수영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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