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장학생 안소린의 고등학교 국영수 공부 핵심 가이드
더위는 길지만 여름방학은 짧다. 2학기 성적 환골탈태를 꿈꾸는 고등학생을 위해 SKY를 모두 합격해 화제를 모았던 안소린 씨를 찾았다.
공부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 '소린TV’를 운영하는 안소린(24) 씨는 2017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와 포스텍에 사교육 없이 동시 합격해 화제를 모았다. 서울대 산림과학부에 성적우수 장학생으로 입학해 현재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그에게 고등학생을 위한 여름방학 '필살 전략’을 물었다. 6월 9일 안 씨는 "방학은 학교에서 짠 시간표가 아닌 자신만의 스케줄로 공부할 수 있기에 시간 활용만 잘한다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말에 공부 안 하면 월요병 찾아온다"
어떻게 시간 활용을 잘할 수 있나요.
많은 학생이 실수하는 것 중 하나가 특정 과목에 올인해 성적을 올리려고 하는 겁니다. 부족한 과목이더라도 공부 시간의 절반을 넘지 않게 계획을 세우고, 하루에 두 과목 이상 골고루 공부하는 게 중요해요. 국수영탐 과목별 밸런스를 고려하며 전체 계획을 세워야죠. 그리고 방학 기간엔 자율성이 높은 만큼 마음이 풀어지기도 쉽습니다. 하루쯤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최상위권의 공통점은 매일매일 꾸준히 공부 루틴을 수행한다는 것입니다.
주말도 쉬면 안 되나요.
제 경우엔 평일과 크게 다르지 않게 살았어요. 주말이라고 휴식을 많이 취하면 다음 월요일이 됐을 때 공부에 다시 몰입하는 게 힘들어져요. 다만 일요일은 공부 계획을 절반 정도로 세우고 평소에 피치 못한 일이 생겨 수행하지 못했던 계획을 커버하는 시간으로 이용했습니다.
현실적으로 방학 때 어떤 목표를 설정하는 게 좋을까요.
목표는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영어 과목이라면 '영어 공부 열심히 하자’보다는 영어 독해 인강 완강이나 특정 교재 1회독, 단어장 암기 같은 식이죠. 또 수행한 걸 트레킹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각 공부 목록마다 게임 퀘스트처럼 게이지 바를 만들어뒀는데요. 그러면 한눈에 전체적인 공부 현황을 알 수 있죠.
오전 7시쯤 일어나 아침을 먹고 8시 15분쯤 학교에 도착해요. 공부 계획을 5~10분 정도 세우고 오전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오전엔 제가 선호하는 과목부터 시작했어요. 공부의 리듬을 살리는 거죠. 제 경우엔 영어였고요. 점심 먹고 산책을 다녀온 뒤에는 오후 공부가 시작돼요. 그땐 국어 비문학이나 수학, 사고력을 요하는 공부를 주로 했습니다. 저녁 먹고 운동한 뒤에는 저녁 공부 시간을 가지는데, 오전과 오후에 계획상 못 했던 걸 했어요. 집에 도착하면 오늘 공부한 내용을 다시 가볍게 훑어봤어요. 영어 단어나 새로 배운 개념 등을 자기 전에 다시 보면 암기가 오래가더라고요.
방학 때도 학교를 적극 이용했군요.
저는 남들의 감시를 받으며 공부하면 더 집중이 잘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학교 자습실 맨 앞자리를 택하기도 했고요. 사실 스스로 공부가 잘되는 공간이라면 어디든 괜찮죠. 다만 웬만한 집중력이 아니면 집에서 공부하지 않았으면 해요. 집엔 유혹거리가 많잖아요. 특히 가까이에 침대가 있는 게 문제죠. 조금만 눕자, 하고 유튜브를 보면 한두 시간이 금방 지나가요. 방학이니만큼 독서실, 스터디 카페, 학교 등 집중이 잘되는 곳을 테스트한다는 마음으로 돌아다니면서 최적의 공부 장소를 찾으면 좋을 것 같아요.
방학은 휴식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저는 학기 중엔 6~7시간 정도 잤는데 방학 땐 이보다 1시간 정도 더 잤어요. 수면 시간만 늘려도 컨디션이 훨씬 좋아지더라고요. 친한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산책을 가기도 했고요. 다만 쉴 때 중독성이 높은 행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튜브를 본다든가 '덕질’은 삼가야죠.
고1과 고2 여름방학의 무게는 다를 것 같아요.
큰 틀은 다르지 않지만 고1 여름방학 땐 자습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합니다. 앞으로 공부할 기간이 길잖아요. 고등학교에 막 입학해서 한 학기를 보내는 것만으로는 적응이 잘 안 될 수도 있어요. 또 대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이는 걸 방학 때 할 수 있죠. 고2의 경우엔 대입 레이스의 중간쯤 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본인의 방향성에 윤곽이 잡혀 있겠죠. 만약 그게 아니라면 방학을 이용해 현재 위치를 평가하고 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자습하는 습관이 쉽게 만들어지나요.
하루 공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수행한 뒤, 피드백까지 해보는 전체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다음 날 공부 계획을 세우는 거죠. 지금까지 주먹구구식으로 계획 없이 공부했다면 이 과정을 방학 때 해보는 게 좋아요. 계획은 휘황찬란하게 세우지만 20~30%밖에 못 지키면서 다음 날 계획을 과도하게 세우는 학생들이 많은데, 스스로 자기를 객관화할 수 있어야 하고, 공부의 체계를 만드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여름방학 국영수 핵심 가이드
국어는 문학과 비문학 각각의 개념을 확실히 잡는 게 중요해요. 내신의 경우에도 문학과 비문학의 개념어가 자주 등장해요. 이를 제대로 모르면 문제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방학 때 잡아두는 게 좋죠. 가령 반어와 역설의 차이를 물었을 때 당장 입에서 튀어나오지 않는다면 그건 개념이 부족한 겁니다. 개념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교재를 풀어보세요. 비문학 역시 무작정 문제만 푼다고 느는 게 아니라 글의 전개 방식이나 글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숲을 보고 나무를 본다고 하죠. 그래야 효율적인 독해가 가능합니다.
제시문과 문제의 구조를 파악하는 연습이네요.
그렇죠. 개념학습이 완벽하게 된 후에 기출문제 풀이로 넘어가는 걸 추천해요.
대부분 학생이 수학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습니다.
수학은 크게 복습과 선행으로 나뉘어요. 내신 3등급 이하라면 지난 학기에서 부족한 게 있다는 뜻입니다. 스스로 부족했거나 어려웠던 부분을 확실하게 잡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학년 공부에서 막히는 부분이 생겨요. 그다음 선행학습을 해야 합니다. 저는 수학 선행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최소 1년 과정 정도는 선행이 돼 있으면 좋습니다. 선행 공부를 할 때는 이해가 안 되면 두세 번 반복한다는 마인드로 처음에 잘 잡고 넘어가야 나중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요.
영어 공부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영어는 크게 4파트로 나뉩니다. 단어, 구문, 문법, 독해죠. 가장 기초가 되는 건 단어예요. 모의고사 지문을 봤는데 단어를 몰라서 해석이 안 되는 수준이라면 암기가 시급합니다. 이 경우엔 고등학생 수준의 영어 단어장을 사서 매일 30~40개를 암기하는 건 기본입니다.
그다음엔 구문을 알아야 문장 해석이 돼요. 저는 '천일문’을 사서 구문 연습을 했습니다. 모든 문장을 손으로 해석해보고 이를 해설지와 일일이 비교하며 꼼꼼하게 공부했어요. 문법은 수능에서는 한 문제가 출제되지만 내신에서는 등급을 가르는 킬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내신 등급이 잘 나오지 않는다면 방학 때 이를 정리해야 합니다. 이 3가지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그때부터 기출문제를 풀면 됩니다. 그러면서 모르는 단어나 구문, 어법을 체크하는 거죠.
3월 출간한 책 '서울대생의 비밀과외’에서 '5:3:2 법칙’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공부가 공식 학습, 자율학습, 사회적 학습으로 나뉜다고 봤어요. 그 비율이 5:3:2였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식 학습은 학교, 인터넷 강의, 학원 수업 등으로 개념을 익히는 과정이에요. 여기에만 몰두하면 안 되고, 학습한 개념을 다시 읽어보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스스로 정교화하고 구체화하는 자율학습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학습’은 생소한 개념입니다.
제가 학교 자습실에서 공부한 이유는 사회적 학습 때문이었어요. 수학 문제 하나가 너무 안 풀릴 때 수학을 잘하는 친구에게 가서 물어보는 거죠. 반대로 친구가 물어보면 제가 답해주면서 그걸 머릿속에 각인시킬 수도 있죠. 암기가 필요한 영역도 혼자 눈으로 읽어보는 것보다 친구와 서로 퀴즈를 내며 암기하는 편이 효율이 높았어요. 조용히 앉아서 공부하는 것보다 머릿속 생각을 말로 끄집어내고 친구가 이야기하는 걸 듣는 적극적인 과정에서 암기가 더 잘돼요. 그 외에도 학교나 학원 선생님께 물어보는 것도 사회적 학습에 포함됩니다.
사교육은 어떻게 이용하는 게 좋은가요.
방학 특강을 여는 학원이 정말 많죠. 특강을 듣는 건 좋지만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면 좋겠어요. "이건 꼭 선행을 해야 한다" "대입에 필수다"라고 겁주는 학원도 많아요. 본인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내용을 사교육을 통해 보충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또 친구 따라 학원 가는 학생도 많은데, 오히려 그 시간에 순수 공부 시간을 확보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안 씨는 고등학교 때 사교육 도움을 일절 받지 않았다. 당시 형편이 좋지 않아 학원과 과외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는 "물론 쉽지는 않지만 사교육 없이 혼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다.
"제 경우에 남들보다 배로 시간을 들여 공부의 구체적인 방법이나 노하우를 직접 찾아야 했어요. 하지만 공부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른 다음부터는 학원의 도움을 받는 학생들보다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어요. 남이 쉽게 떠먹여 준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체득한 거니까요. 과정이 고되더라도 그 능력을 잘 기르셨으면 좋겠어요."
"합격 수기 프린트해 공부 시작 전 읽어라"
어떤 과정이 제일 힘들었나요.사실 2~3등급까지는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어요. 소위 '무지성’으로 공부해도 가능하죠. 하지만 1등급은 정말 어렵더라고요. 공부법에 관해 알아보려고 책과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카페에도 가입해 합격 수기와 칼럼을 뒤졌어요.
입시 정보도 직접 찾았나요.
그렇죠.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자료가 가장 기본이 돼요. 지난달에도 2025학년도(현재 고2 학생) 자료가 나왔잖아요. 매해 수시, 정시 비율이라든가 학생부종합, 학생부교과 전형 비율 등 이 자료를 바탕으로 대입 전형 트렌드를 파악하면 되고요. 조금 더 디테일하게는 본인이 희망하는 대학 입학처에 들어가서 모집 요강을 정독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학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전형 비율은 어떻게 되는지, 생활기록부와 내신에서 어떤 부분을 중점에 두고 준비할 것인지 고민해보면 됩니다.
슬럼프는 없었나요.
공부하다 보면 컨디션 난조가 지속되고 약간의 우울감이 찾아오고 활력이 없을 때가 생기죠. 수험 생활은 사실 감정적이게 되고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게 돼요. 저는 그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원인을 분석하려고 했어요. 슬럼프는 신체 컨디션 문제일 수도 있고 가시적인 공부 성과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힘이 빠지는 이유가 다양한 거죠. 냉철하게 본인 상황을 되돌아보고 이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좋아질 겁니다.
스스로에게 보상을 주면 좋다고요.
저는 하루 공부가 만족스러우면, 그러니까 하루 계획을 100% 수행했을 때 맥도날드에서 감자튀김 라지 사이즈를 하나 사서 집에 와서 먹었어요(웃음). 당시 제일 좋아하던 메뉴였거든요. 본인에게 쾌락을 줄 수 있는 걸 정해서 너무 수고했다는 생각이 들 때 스스로에게 선물해주면 좋습니다.
계획을 100% 수행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실행 가능한 계획을 어떻게 세울 수 있나요.
사실 공부를 해보지 않으면 스스로 어느 정도 공부할 수 있는지 감을 잡기 어려워요. 가령 8시간 분량으로 생각하고 계획을 세웠는데 거기에 못 미치면 자기 역량을 다시 평가해야죠. 계속 조정을 해가면서 실제 역량과 계획 간의 갭을 줄여나가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스스로 공부 동기부여는 어떻게 하셨나요.
공부는 사실 동기부여가 정말 중요해요. 저도 학창 시절 '왜 공부를 해야 하지?’ 생각하며 마음이 풀어질 때가 종종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봤는데요. 가장 효과가 좋았던 건 성공한 입시 선배의 합격 수기를 매일 공부하기 직전에 읽는 거예요. 그들의 의지가 글에 담겨 있고 간접 체험을 할 수 있다 보니 저도 덩달아 열정을 갖고 공부하게 됐어요. '수만휘’ 같은 입시 커뮤니티에 합격 수기 게시판이 있어요. 그중에 추천 수도 많고 읽을 때 심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글이 있다면 프린트해서 공부하기 전에 읽으며 마음을 다잡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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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도균
사진출처 유튜브 캡처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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