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은 쏙 빠진 '무료배달' 경쟁, 그 불편한 이야기
배달앱 무료배달의 이면
엔데믹 전환 배달 수요 감소
고객 배달비 부담하는 자영업자
수익성 악화 · 출혈경쟁 부작용
배달앱 본사는 역대급 실적
점주와 상생 위해 머리 맞대야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하면 점주와 고객이 배달비를 나눠 부담한다. 배달비 분담률은 점주가 결정한다. 그런데 최근 손님이 내야 할 배달비를 '0원'으로 책정하는 점주들이 늘고 있다. 배달비 부담을 덜어줘서라도 손님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점주가 주도하는 '무료배달'은 지속가능할까.
"잘나가던 배달앱이 한물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이 회복하자 배달앱을 찾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국면에서 치솟은 배달비 부담도 소비자가 배달앱에 등을 돌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최근 배달앱 수요가 다시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음식서비스(배달음식)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3.1%(2조1192억원→2조1844억원) 늘어났다. 음식서비스 거래액이 증가세로 전환한 건 지난해 6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통계청은 "지난해 5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따른 기저효과와 최근 배달앱 업체들의 할인 정책으로 배달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배달앱 업체들은 배달앱 탈출 러시를 막기 위해 각종 할인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쿠팡이츠는 지난 4월부터 쿠팡 '와우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주문금액의 5~10%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배달앱 업체만이 아니다. 배달 수요가 줄자 배달앱에 입점한 점주들 사이에선 무료배달, 이른바 '무배' 경쟁이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와 점주가 나눠 지불하는 배달비를 모두 점주가 부담한다는 거다. 문제는 이같은 무배 경쟁에도 승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달앱에 입점해 있는 점주 A씨의 말을 들어보자. "몇몇 가게가 손님을 모으기 위해 무료배달을 제공하는데 결국 다같이 죽자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배달비에 민감한 소비자는 무료배달 가게로 몰릴 수밖에 없고, 다른 가게는 장사가 안되니 마진을 깎아서라도 (고객이 부담해야 할) 배달비를 낮추는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각종 배달 관련 비용을 부담해온 점주들이 이젠 고객이 담당하던 비용까지 떠안을 판이란 얘기다.
■ 무료배달과 점주 = 그렇다면 무료배달을 하는 가게는 어떨까. 고객을 끌어모았으니 돈을 벌 수 있었을까. 한달간 무료배달을 했다는 점주 B씨는 "음식 주문금액이 2만원 선인데 손님이 부담해야 할 2000~3000원까지 점주가 내고 나면 남는 게 뭐가 있겠느냐"며 말을 이었다.
"가게를 알리기 위해 한달 동안 무료배달을 했는데 효과는 그때뿐이었다. 무료배달 기간이 끝나자 손님이 뚝 끊기더라." 무료배달을 하는 가게도, 그 옆 가게도 더 힘들어지기만 했다는 거다.
이 때문인지 무배 경쟁이 되레 고객에게 '배달=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부작용만 남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무료배달을 중단했다가 고객으로부터 '왜 배달비를 받느냐'는 얘기를 들었다" "무료배달이 배달은 공짜라는 인식을 심어줘 배달 시장을 흐린다" 등의 글이 숱하게 올라오고 있다.
이정희 중앙대(경제학) 교수는 "배달은 편의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당연히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소비자도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땐 대가를 지불한다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배달비를 누가 떠안느냐가 아니라 적정 배달비가 자리 잡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무료배달과 소비자 = 그럼 소비자는 어떨까. 무료배달은 소비자에게 무조건 좋을까. 그렇지만은 않다. 무료배달로 비용 부담이 커진 일부 점주는 음식 가격을 끌어올리거나 음식의 양 등을 줄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C씨는 "자주 이용하던 샐러드 가게에서 무료배달 프로모션을 하길래 주문했더니 이전보다 양이 훨씬 줄었다"면서 "무료배달이든 아니든 결국 제값을 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무료배달은 자영업자를 살리는 솔루션이 될 수 없다. 지금의 '배달앱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할 가능성도 없다. 그 이유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소비자가 배달앱에서 주문하면 배달비는 점주와 소비자가 각각 분담한다.
예컨대, 배달의민족 한집배달(단건배달)의 경우 배달비(이하 기본요금제 기준) 6000원을 점주와 소비자가 나눠 낸다. 분담률은 점주가 정할 수 있다. 쿠팡이츠 역시 배달비 1764~5400원(이하 기본요금제 기준)을 점주와 소비자가 분담한다.
배달앱 업체들은 점주로부터 중개수수료(매출액 대비·배달의민족 6.8%·쿠팡이츠 9.8%)를 수취하면 그만이다. 물론 코로나19 기간 배달 수요가 폭증하자 배달앱 본사는 라이더를 확충하기 위해 프로모션 명목으로 추가 금액을 지급했다. 하지만 배달 수요가 소폭 감소하면서 라이더를 대상으로 프로모션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배달앱 업체들은 막대한 수익을 남길 수 있었다.
이런 시스템을 발판으로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2조9472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 전년(2조87억원) 대비 46.7% 증가한 수치였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4240억원(2021년 -756 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점주는 다르다. 배달비뿐만 아니라 배달앱에 지불하는 중개수수료, 부가세, 결제수수료까지 부담하고 있다. 여기에 무료배달 경쟁까지 불이 붙으면 점주는 소비자가 내야 할 배달비를 부담하는 대신 마진을 챙길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앞선 사례에서처럼 음식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이는 것 말곤 답이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배달앱을 떠날 수도 없다. 배달앱은 이제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기 때문이다. 결국 방법은 배달앱 업체들이 점주와 '상생'을 위한 방법을 찾는 것뿐이다. 점주에게 받아가는 중개수수료는 덜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정희 교수는 "배달앱도 결국 점주들이 있어야 지속가능하다"면서 "점주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상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배달앱 시장의 문제는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몇몇 업체가 과점하고 있어, 플랫폼 간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이야 점주들이 버텨주고 있지만, 어려움에 처한 점주들이 배달앱을 이탈하면 그제야 점주를 잡기 위한 수수료 인하 경쟁 등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몇몇 점주들이 내놓은 무료배달 전략이 고육책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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