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도 경고한 '소득역전현상' 개편...'샤넬 시럽급여'에 역풍 우려
OECD "실업급여 수급액 순최저임금보다 많아 재취업 동인 약해"
고용보험 도입 앞장선 유길상 한기대 총장도 "부적절한 지급, 굉장히 심각"
청년유니온 "여성·청년 사치 즐기는 모럴헤저드 집단 취급" 반발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 측 ‘샤넬 실업급여’ 발언과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로, 실업자를 ‘베짱이’에 비유한 여당의 실언이 실업급여 제도 개편 취지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해서 받은 급여보다 실업급여가 더 많은 ‘소득 역전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17일 국민의힘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당정은 하한액을 단순히 낮추는 방식으로는 실업급여에 따른 소득 역전을 개선할 수 없다고 판단해 하한액을 폐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렇게 되면 근로자는 2023년 기준 하루 6만6000원의 상한액 이내에서 자신이 받던 평균 임금의 60%를 실업급여로 받게 된다. 아울러 일했거나, 일한 것으로 간주되는 유급휴일 등을 합쳐 180일이 돼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현행 가입 기준도 ‘고용된 지 10개월’로 손 본다. 특정 계절에만 일을 쉬는 사람이 매번 쉬는 계절마다 실업급여를 반복해 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대신 취업에 어려움이 있고, 부양가족이 있는 이들을 위해 ‘개별 연장 급여’ 보장 수준을 ‘원래 받던 실업급여의 70%’에서 90%로 높였다. 하한액 기준이 폐지되면서 취업 취약계층이 겪을 경제적 어려움을 보완해주는 차원이다. 개별 연장 급여는 실업급여 지급 기간이 끝나도 최대 60일까지 실업급여를 추가로 주는 제도다.
당정이 실업급여 제도 개편에 나선 건 현재 최저임금 연동 하한액으로 인한 실업급여 반복수급 뿐 아니라 재취업 기피현상까지 그 부작용이 심각한 탓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월 최저 실업급여는 184만7040원으로 최저임금 근로자의 세후 월 소득(179만9800원)보다 높다. 실업급여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80%로 정한 현행 제도에 따라 최저임금이 오르는 만큼 실업급여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 162만8000명 중 27.8%(45만3000명)는 월급(실수령 기준)보다 더 많은 돈을 실업급여로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소득 역전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다.
고용보험 가입자가 실직한 후 받는 실업급여는 근무 기간에 받던 평균 임금의 60%로 산정된다. 다만 저임금 근로자들은 평균 임금의 60%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받는다. 최저임금의 80%를 실업급여 하한액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7년 6470원이던 최저임금이 2023년 9620원으로 급증하면서 일해서 번 돈보다 실업급여가 더 늘었다. 당연히 재취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 2013년 34.7%였던 실업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은 2022년 28.0%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은 실업급여 수급액이 순최저임금보다 많은 유일한 회원국”이라며 “근로자가 일해야 할 동기가 약하다”고 지적한 것도 그래서다. 실업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기금 적립금도 2017년 10조2544억원에서 2022년 6조4130억원으로 급감했다.
문제는 여론이다. 지난해 실업급여 수급자 163만1000명 중 하한액 적용의 혜택을 누린 사람은 119만2000명(73.1%)이다. 월 3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구직자에게는 개편안의 영향이 없는 반면 저임금 근로자에겐 타격이 크다. 특히 청년 세대의 경우 실업급여 수급자의 85%가 하한액 적용자다. 지난해 3월 발족한 고용보험제도개선TF(태스크포스)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위원들이 실업급여 제도 개편 논의에 반발하며 올 5월 불참을 선언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와중에 정부·여당의 ‘시럽급여’ ‘샤넬 선글라스’ 등 비하적 발언들이 나오면서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청년노동단체 청년유니온은 지난 14일 해당 발언에 대한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에 사과를 요구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실업급여 제도개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1995년 실업 예방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며 경제계를 설득해 고용보험 도입을 이끌어 내면서 '고용보험의 아버지'으로 불리는 유길상 한국기술대학교 총장은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용보험제도가 많이 망가졌다고 본다. 지난 2009~2011년 한국노동연구원 고용보험평가센터장으로 있을 때부터 고용보험제도 대수술을 하자고 했었다"며 "지급하지 않아도 될 사람에게 지급하는 부적절한 지급(incorrect pay)이 우리나라에선 굉장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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