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공시 복붙·누락하는 특례상장…개선 나서는 금융당국
공모가 밑도는 주가문제…공시제도 보완 방침
공모가 근거 및 괴리율 상세 설명하도록 강화
"진단키트의 국내 매출 및 해외 판매 증가를 예측했으나 제도 시행 지연 및 코로나 유행에 따른 해외 임상지연 등 사유에 따라 매출액 괴리율이 발생했습니다"-2021년 사업보고서
"진단키트의 국내 매출 및 해외 판매 증가를 예측했으나 제도 시행 지연 및 코로나 유행에 따른 해외 임상지연 등 사유에 따라 매출액 괴리율이 발생했습니다"-2022년 사업보고서
지난해 3월과 올해 3월 코스닥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인 압타머사이언스는 투자자들에게 한 해 사업내용을 담은 2021년 및 2022년 사업보고서를 공시했다.
이 회사가 공시한 사업보고서 내 '그 밖에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 항목에 올린 특례상장기업 재무사항 비교 설명 내용을 보면 2021년과 2022년 사업보고서 모두 '복사 및 붙이기(복붙)'를 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내용이 동일하다.
특례상장기업들은 다른 일반적인 상장기업들과 다르게 재무요건 등의 기준을 완화 적용하는 일종의 특혜를 받고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물론 그만큼 좋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받았기 때문에 주어진 혜택이다.
하지만 많은 특례상장 기업들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당국이 의무화한 사후공시에 대한 설명은 미흡하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특례상장기업들의 공시제도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7월 중으로 특례상장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개선방안에는 특례상장제도 진입요건 문턱을 낮추는 내용과 함께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특례상장기업 공시제도를 강화하는 내용도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례상장제도는 기술의 혁신성이나 사업 성장성이 있으면 당장 매출이 없더라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6월 기준 특례상장제도로 184개 기업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특례상장기업들은 당장 버는 돈이 없기 때문에 상장 당시 공모가를 산출하기 어렵다. 따라서 기술력의 발전과 미래 성장성 등을 반영한 미래추정이익을 바탕으로 공모가를 정한다. 하지만 많은 특례상장기업들이 상장 후 미래추정이익을 달성하지 못하고 주가도 공모가 밑으로 떨어져 손실을 보는 투자자가 많은 상황이다.
이에 기업공시제도를 운영하는 금감원은 투자자보호를 위해 지난 2018년부터 특례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사후공시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상장 전·후 영업실적의 예측치와 실적치(실제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를 비교 기재해 공모가의 적정성 및 실적 실현여부 등 주요 정보를 투자자가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1월 사후정보 공시를 좀 더 강화했다. 기존에는 최근 2개 사업연도에 대한 재무사항 비교표를 작성하도록 했지만 지난해 제도를 강화하면서 이를 3개 사업연도로 늘렸다.
또 예측치와 실적치의 차이, 즉 괴리율이 10% 이상을 넘으면 그 이유를 투자자에게 추가 설명하도록 했다. 기존에는 괴리율 차이를 설명하는 규정은 공시서식 작성기준에 들어가 있지 않았다.
이처럼 금감원이 특례상장기업의 사후공시제도를 강화했지만 공모가 논란 및 투자자 보호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2020년 상장한 압타머사이언스도 공모가는 2만5000원이었지만 이후 주가가 1만원 이하로 떨어지면서 일명 물린(팔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 압타머사이언스는 올 초 100% 무상증자를 하면서 주가는 현재 3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무상증자 권리락을 고려해도 주가가 공모가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상장한 바오오의약품 위탁생산업체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역시 공모가는 1만2400원이었지만 현재 주가는 4000원 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예측치와 실적치를 비교한 사후공시도 기재하지 않았다.
이에 금융위와 금감원은 특례상장제도 문턱을 낮추면서도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특례상장기업들에 대한 공시강화에 다시 한 번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에 공모가 산정 근거를 보다 자세히 적도록 하고 예측치와 실적치를 비교하는 재무사항 정보는 분기보고서나 반기보고서를 포함한 정기보고서에서 지속적으로 팔로업하는 방법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예측치와 실적치에 대한 차이를 설명하는 괴리율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더 상세히 설명하도록 공시제도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7월 중으로 발표할 특례상장제도 개선안은 기업들에 상장기회를 열어주자는 것이 취지"라며 "다면 문을 열어주는 만큼 균형 있게 사후정보 공시를 강화하는 등 책임성을 확보하는 쪽으로 제도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매년 사업보고서를 중점 점검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해도 2022년 사업보고서를 중점 점검했지만 특례상장기업의 사후공시는 중점 점검사항에 포함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2018년과 2019년 사업보고서 점검 당시 특례상장기업들의 사후공시를 중점 점검사항에 포함했을 때는 누락 및 기재 미흡이 매번 발견됐다. 이번에는 중점 점검 사항에 포함하지 않아 사후공시를 누락하거나 미흡하게 기재한 기업들을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모든 사업보고서를 한꺼번에 점검할 수 없기 때문에 중점 점검할 내용을 지정해 하고 있다"며 "올해는 특례기업의 사후공시는 중점 점검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혹여나 있을 누락이나 기재 미흡이 있더라도 정정공시는 올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보라 (bora5775@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