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 빚 경고등...빚 부담+증가속도 세계 2위

이미선 2023. 7. 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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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결제은행 기준 호주이어 2위
부담과 속도 모두 빨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7월 금통위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빚 부담 정도와 증가 속도가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중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 금리가 올라가면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올들어 한은이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가계부채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가계 빚 부담은 당분간 더 커질 전망이다.

17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가계 부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s)은 13.6%로 집계됐다.

조사 대상인 전 세계 주요 17개국 가운데 호주(14.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BIS는 국민계정을 활용해 산출한 17개국의 DSR을 분기별로 발표한다.

DSR은 소득 대비 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나타내는 지표로, DSR이 높으면 소득에 비해 빚 상환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주와 한국에 이어 캐나다(13.3%)와 네덜란드(13.1%), 노르웨이(12.8%), 덴마크(12.6%), 스웨덴(12.2%) 등도 지난해 기준 DSR이 10%가 넘었다. 이어 영국(8.5%)과 미국(7.6%), 일본(7.5%), 핀란드(7.5%), 벨기에(7.3%), 프랑스(6.5%), 포르투갈(6.2%), 독일(6.0%), 스페인(5.8%), 이탈리아(4.3%) 등의 순이다.

한국은 가계 빚 증가 속도 역시 캐나다에 이어 두 번째로 빨랐다.

한국의 지난해 DSR은 전년인 2021년(12.8%)과 비교하면 0.8%포인트(p) 상승했다. 역시 1.2%p(13.5→14.7%) 오른 호주 다음이다.

캐나다 0.7%p(12.6→13.3%), 미국 0.4%p(7.2→7.6%), 핀란드 0.3%p(7.2→7.5%), 일본 0.1%p(7.4→7.5%), 스웨덴 0.1%p(12.1→12.2%), 포르투갈 0.1%p(6.1→6.2%) 등도 1년 새 DSR이 올라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졌다.

반면 조사 대상 17개국 중 9개국은 지난해 DSR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만 해도 노르웨이(14.5%), 덴마크(14.2%), 네덜란드(13.8%), 호주(13.5%) 등의 DSR이 한국(12.8%) 보다 높았지만, 1년 새 한국의 DSR이 호주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를 추월했다.

DSR 추이 변화를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확대해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DSR 상승폭(2019년 말 대비)은 1.4%p로 조사 대상 중 가장 컸다.

BIS DSR은 분모인 소득에 금융부채 미보유 가계가 포함되고, 분자인 원리금 상환액 산정시 대출 만기를 일괄 적용(18년)하고 있어 실제보다 과소 산정됐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DSR 수준이나 증가 속도가 이처럼 높은 것은 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증가한 탓이다.

금리가 인상되면 전체 가계부채 증가세는 소폭 꺾일 수밖에 없다. 실제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규모는 2021년 1261조4859억원에서 지난해 1248조11억원으로 1.1% 줄어 관련 통계가 제공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예금은행 가계대출금리(잔액 기준)는 2021년 연 3.01%에서 지난해 연 4.66%로 껑충 뛰었다. 이미 빚을 진 사람들 입장에서는 갚아야 할 이자가 늘어나게 돼 부담이 커지게 된 셈이다.

가계대출은 최근 증가세로 전환, DSR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62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한 때문이다. 특히 6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9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도 지난달 3조5000억원 증가해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예금은행 가계대출금리(잔액 기준)는 지난해 1분기 3.25%에서 2분기 3.52%, 3분기 3.98%, 4분기 4.66%에 이어 올해 1분기 5.01%까지 상승했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는 지난해 3분기 4.81%에서 4분기 5.52%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분기 5.22%로 내려왔지만, 최근 시장금리 상승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 등이 다시 오르고 있어 2분기 이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아직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지만 경계심은 늦추지 않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최근 가계대출이 다시 급격히 늘어나는 것과 관련해 "중장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줄이는 거시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예상 밖으로 급격히 늘어날 경우 금리나 거시건전성 규제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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