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 못바꿔 카드 단종하던 카드사, 부가서비스 변경 가능해지나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이 2019년 이후 사실상 금지됐던 카드 상품의 부가서비스 변경을 재개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그간 수익 악화 늪에 빠진 카드사는 부가서비스 변경이 어려워지자 고육지책으로 아예 카드를 단종시켜왔다. 카드사는 부가서비스 변경이 카드 상품을 단종시키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어 고객 혜택도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17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9일 카드사와 함께 카드 상품 관련 협의를 진행한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의지만, 이번 협의에서는 특히 카드 상품의 부가서비스 변경에 관해서도 논의한다.

카드사는 원활한 부가서비스 변경이 가능토록 금감원에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부가서비스 변경 절차 등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언급될 전망이다. 과거 여신전문금융업법과 2021년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은 3년간 카드 상품의 부가서비스를 제공했으면, 이후에는 이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2019년부터 카드 상품의 부가서비스 변경은 사실상 금지됐다. 당시 하나카드(구 외환카드)가 신용카드 마일리지 혜택 축소를 두고 회원과 벌였던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논란이 됐던 카드는 '외환 크로스마일 스페셜 에디션 카드'로, 비대면 가입시 약관조항 설명의무를 어디까지 해야 할지가 쟁점이었다. 대법원은 하나카드가 상품 가입시 약관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소비자권익 보호 차원에서 금감원은 카드사의 부가서비스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몇 차례 변경 요구가 거절되자 카드사들도 금감원에 부가서비스 변경을 신청하지 않게 됐다.

부가서비스 변경이 불가능해 특정 카드 상품이 계속 수익 악화를 초래하자 카드사가 택한 방식은 신규 발급 중단이었다. 일명 '혜자카드'가 사라진 이유다. 통상 카드 단종은 출시된 지 오랜 시간이 흘러 유행에 맞지 않았을 때 이뤄졌는데, 카드사가 수익 악화를 막는 방편으로도 쓰이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2020년 202개, 2021년 209개, 지난해 116개의 신용·체크카드가 단종됐는데, 올해엔 상반기에만 159개가 신규 발급이 중지됐다.

많은 카드를 단종시켰음에도 카드사가 부가서비스 변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실적 악화가 있다. 신규 발급이 막혀있지만, 기존 카드 고객의 이용만으로도 손해폭이 크다는 설명이다. 올 1분기 국내 8개 카드사의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줄었다. 지속적으로 낮아진 가맹점수수료율에 더해 지난해부터 시작된 조달비용 상승으로 카드사의 실적 전망은 어둡다.

실제로 최근 신한카드는 가맹점 약관을 근거로 분할결제를 금지한다고 공지했다가 빗발치는 민원에 이를 철회하고 잠정 보류키로 했다. 신한카드는 더모아카드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분할결제를 금지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출시후 1년만에 단종시켰지만 기존 고객만으로도 손실 규모가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카드는 5000원 이상 결제시 1000원 미만의 잔돈을 포인트로 적립해준다. 일부러 분할결제 횟수를 늘려 많은 포인트를 얻는 방식이 인터넷에 공유되자 손실이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권은 카드를 단종시키는 것보다 부가서비스를 바꾸는 게 오히려 고객에게도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새 카드를 출시하는 게 부가서비스를 변경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며 "비용은 어떤 식으로든 고객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