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윔블던 결산] '빅3 시대' 마침표 찍은 알카라스, 새로운 'GOAT' 가능할까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20년 동안 남자 테니스를 지배한 '빅3'의 시대가 마침내 저물었다. 그 빈자리에는 스무 살의 '차세대 황제' 카를로스 알카라스(20, 스페인, 세계 랭킹 1위)가 차지했고 '빅3' 가운데 여전히 건재한 이는 노바크 조코비치(36, 세르비아, 세계 랭킹 2위)밖에 없다.
알카라스는 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서부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클럽 센터코트에서 열린 2023년 윔블던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조코비치를 4시간 43분 동안 진행된 접전 끝에 3-2(1-6 7-6<8-6> 6-1 3-6 6-4)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잔디코트에서 열리는 윔블던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이기는 것은 '기적'처럼 여겨졌다. 실제로 조코비치는 2013년 윔블던 결승전에서 앤디 머리(36, 영국, 세계 랭킹 40위)에게 패한 뒤 이 대회 결승에 6번 진출해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윔블던 34연승 행진을 달렸던 조코비치는 5연패 및 통산 8회 우승을 목전에 뒀다. 또한 오픈 시대 이전 마거릿 코트(호주)가 세운 메이저 대회 역대 최다인 24회 우승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무수한 기록에 한 걸음 다가섰지만 알카라스의 '패기'에 무릎을 꿇었다.
남자 테니스는 지난 20년 동안 조코비치와 로저 페더러(42, 스위스, 은퇴) 라파엘 나달(37, 스페인, 세계 랭킹 136위)에 머리까지 합세한 '빅4'가 지배했다. 이들 가운데 페더러는 지난해 은퇴를 선언하며 코트를 떠났다. 나달은 부상으로 올해 열리는 대회 출전이 불투명하고 2024년 프랑스오픈을 은퇴 무대로 예고했다.
머리도 고관절에 인공관절을 이식하는 큰 수술을 받은 뒤 전성기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최고 권위의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 결승전에서 조코비치는 알카라스에게 패했다. '역대급 선수'들로 불린 이들의 시대는 마침내 역사의 한편으로 저물었다.
알카라스는 '빅3의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태양으로 떠올랐다. 올해 윔블던을 기점으로 조코비치와 나달 등이 점령하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정확하게 말하면 알카라스는 현역 최강자로 발돋움했고 조코비치와 '뉴 제네레이션'으로 불리는 젊은 선수들의 경쟁이 펼쳐졌다.
연말 세계 랭킹 1위에도 도전하는 알카라스 그러나 여전히 건재한 조코비치
알카라스는 올해 6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남자프로테니스(ATP) 선수 가운데 최다승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 윔블던 우승으로 그가 한동안 세계 1위를 유지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올해 마지막으로 남은 그랜드슬램 대회는 US오픈뿐이다.
US오픈은 하드코트에서 열리지만 호주오픈과 비교해 볼 바운드가 느린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국적 선배이자 '롤 모델'인 나달처럼 알카라스도 코트 구석구석을 누비는 '발로 뛰는 테니스'를 구사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그는 클레이코트와 볼 바운드가 느린 하트코트에서 강세를 보인다. 실제로 알카라스는 12번에 걸친 우승 가운데 7번을 클레이코트에서 달성했다.
또한 지난해 US오픈에서 생애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번 윔블던 우승으로 그는 가장 어렵게 여긴 잔디코트마저 정복했다. 불과 스무 살의 나이에 코트를 가리지 않는 '올라운더'로 성장한 점은 큰 성과다.
알카라스는 다음 달 28일 미국 뉴욕에서 개막하는 US오픈의 유력한 우승 후보다. 반면 캘린더 그랜드슬램(한 해 4개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노린 조코비치는 반드시 잡아야 할 윔블던을 놓쳤다. 그는 볼 바운드가 비교적 빠른 호주오픈에서는 10차례나 우승했지만 US오픈에서는 3번 정상에 올랐다.
비록 조코비치는 윔블던 우승을 놓쳤지만 기량은 물론 체력에서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번 윔블던 준우승을 계기로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돌아올 경우 US오픈과 남은 ATP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은 크다.
알카라스는 오픈 시대가 열린 1968년 이후 21세가 되기 전 두 개 이상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다섯 번째 남자 선수가 됐다. 또 네 번째로 어린 윔블던 남자 단식 우승자도 됐다. 이런 흐름을 볼 때 조코비치를 이어 역대 최고 선수(GOAT : Greatest of All Time)에 도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문제는 선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상'을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알카라스는 지난 1월 부상으로 호주오픈 출전을 포기했다. 코트에서 많이 뛰는 경기 스타일을 볼 때 부상 방지 및 내구성이 그의 과제로 남았다.
그는 조코비치는 물론 무섭게 성장 중인 또 다른 '영건' 홀게르 루네(20, 덴마크, 세계 랭킹 6위)와 야닉 시너(22, 이탈리아, 세계 랭킹 8위) 등과도 경쟁해야 한다.
알카라스는 이번 윔블던 내내 스무 살의 어린 선수답지 않은 정신력도 보여줬다. 역대 최고 선수에 가장 근접한 조코비치는 철저한 자기관리로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여전히 코트를 점령하고 있다. 아직 걸어가야 할 길이 더 많은 알카라스는 경쟁자들은 물론 최대 적인 '자기 자신'과의 싸움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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