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대표 캐시카우, 던파 민심이 수상하다
던전앤파이터 민심이 심상치 않다. 신규 유저는 금세 지치고 기존 유저는 떠날 채비를 서두른다. 유저 니즈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서 구조적 문제가 생긴 탓이다.
넥슨은 최근 던파 여름 대규모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오히려 유저 이탈이 현재 진행형이다. 보통 혜자라고 불리는 대규모 이벤트를 진행하면 단기간이라도 PC방 순위가 오르기 마련이다. 메이플스토리, 검은사막, 로스트아크 등 국내 대표 RPG 모두 PC방 점유율이 상승했다. 던파만 지지부진하다.
피크 시간 레이드 파티 수를 보면 인기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가늠할 수 있다. 기계 혁명: 바칼 레이드 출시 당시 공대 페이지 수가 10페이지 가까이 육박했지만 현재는 주말 10시라는 핫타임에도 쩔공을 제외하면 3-4페이지에 지나지 않는다. 코드네임 게이볼그 채널은 텅텅 비어 매우 쾌적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네오플 김윤희 테크니컬 디렉터와 홍진혁 라이브 디렉터는 최근 직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아라드 주민센터로 개선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유저들은 "결전 무기, 밸런스 패치, 성장 구간 완화 등 고치겠다는 말만 할 뿐 제대로 지킨 적이 없다"라며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던파 전문 인플루언서 오형짱은 "1조 가까운 매출과 80%의 영업이익을 내는 네오플이 정작 PC 던파에 재투자를 안 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던파는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누적 매출을 올린 게임 중 하나다. 매번 직원들 정말 노력한다, 도트팀 죽어난다는 소리 그만 듣고 싶다"라는 의견을 냈다.
유저들은 리팩토링을 비롯해 진행 중인 작업들이 유저가 간절히 원하는 게임의 구조나 체질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지적했다. 과연 던파는 쪼개진 민심을 수습하고 이전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 초입에서 뚝 끊긴 신규 유저 사다리
'어느 정도 스펙업 하면 마의 구간이 있기 마련'이란 말은 게임에서 당연하다. 가파른 성장만 하는 게임은 없다. 스펙 인플레이션 현상은 피할 수 없고, 어느 정도의 서버비 납부도 게임 운영에는 필수 불가결하다.
다만 신규나 복귀 유저가 제대로 레이드를 가기도 전에 폐사 구간과 마주한다면 좀 다른 얘기다. 게임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기 전 성장이 정체됐을 때 그 구간을 통과하기 위해 흔쾌히 지갑을 열 유저가 많을까?
어차피 명성 3.6만에 도달하면 폐사 구간을 맞이한다. 명성 4만까지 '빼앗긴 땅, 이스핀즈'나 '기계혁명: 개전' 등 주간 콘텐츠 외에는 스펙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명성 3.8에 주간 콘텐츠 '대마법사의 차원 회랑'이 추가되지만 사실상 큰 도움은 되지않는다.
명성 4만을 달성해도 문제다. '기계 혁명: 바칼 레이드'는 딱 명성을 받아주는 파티가 없다. 파티를 받아주지 않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버스 파티에 의존하는 유저가 대다수다.
결국 정체 구간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종결 오라, 크리쳐, 칭호 등 추가적인 스펙 요소뿐만 아니라 버스 파티 비용까지 필요하다. 이 때 문제가 발생한다. 구조적으로 신규나 복귀 유저는 돈을 모을 수가 없다. 뼈빠지게 캐니언 힐 돌아 성장하고 수리비를 지불하면 스펙업에 사용할 골드가 수중에 남지 않는다.
유저들은 "하루에 50만 골드를 벌면 20만 골드가 수리비로 나간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 바쁘니 제대로 성장할 수 없다. 완전 성장을 이용하면 오히려 적자를 보는 수준"이라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 작업장 방지책에 유탄 맞는 유저
던파는 탄소 결정체 삭제 및 캐니언 힐의 골드 획득량을 하향 조정했다. 개발진이 밝힌 조정 이유는 작업장 근절이다. 정상 유저는 상위 파밍 던전 폭풍이 부른 성을 돌지만 작업장 유저는 캐니언 힐만 돈다는 말이다.
이 조치 자체에 문제는 없다. 작업장이 게임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이 크다면 당연히 제재해야 한다. 문제는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유저 케어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이전 캐니언 힐이 풀 피로도 기준 200만 골드 정도를 벌 수 있었다. 너프 이후로는 100만 골드로 반토막났다. 특히 폭풍이 부른 성을 돌 수 없는 신규나 복귀 유저들이 직격타를 맞았다. 이벤트로 완전 성장권을 뿌리고 있지만 요구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골드 획득량을 줄였다면 하위 구간 요구 비용도 줄이거나 성장 보조 재료를 뿌리는 게 보통이다. 당장 다른 RPG만 해도 하위 구간 재화 수급량을 줄인 대신 성장 필요 재화를 대폭 완화했다. 던파도 완화 자체는 이루어졌으나, 옵션 레벨 260부터 280부터는 완화가 유명무실하다.
던파 전문 인플루언서 당근로그는 "캐니언 힐을 너프하는 대신 약속했던 골드 완화를 제대로 이행할 수 없다면, 성장 구간을 완전히 완화하거나 추가 성장권을 드롭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지금 수준의 성장 구간 완화로는 부족하다"라고 진단했다.
폭풍이 부른 성으로 파밍하는 기존 유저는 어떨까. 폭풍이 부른 성 수익은 균열의 단편 시세와 직결되어 있다. 균열의 단편은 출시 이후 8800 골드에서 공급량 상승과 수요량 감소로 시세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결과 현재는 약 2100골드 정도다.
오형짱은 "결국 고레벨 구간의 소모량은 기존과 비슷한 수준이다. 골드 소모처는 그대로인데 수급량이 줄어들어 개선했다는 것이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 시나오칭 나생문 다 뚫어도 의미가 없다. 세기말에 재화를 축적해 다음 시즌을 대비해야 하는데 전혀 실현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유저 니즈와 다른 개발진 시선
여러 번 지적이 나온 아라드 패스, 패키지 구성품, 프리미엄 코인 숍 등 과금 모델 관련 이슈는 7월 4일 라이브 방송으로 피드백이 이뤄졌다. 소통 측면에서는 한결 낫다는 반응이 많았는데도 문제를 바라보는 유저와 개발진 온도차는 여전하다.
소위 말하는 사료, 보상 물품 선정도 그렇다. 추가로 주겠다고 언급한 12강 강화권은 그다지 절실한 품목이 아니다. 애초에 이벤트마다 늘 12강 무기를 배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던파 인플루언서 에어비스는 "앞으로 절대 쌩돈으로 12강 강화할 필요 없다. 기다리면 준다. 사실상 13강, 14강부터는 명예 차원이지 스펙업 가성비로서는 꽝이다"라고 조언했다.
신규나 복귀 유저에게 절실한 것은 레어 아바타, 시브의 보조 장비 보주, 종결 칭호, 종결 크리처 등이다. 레어 아바타 없이는 답없는 이동 속도와 공격 속도로 고통받는다. 시브의 보조 장비 보주는 대체재가 없어 현 시세 기준 6000만 골드를 호가하는 종결 보주다.
개발진은 클론 레어 아바타 배포 시기로 8월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제 7월 중순이다. 8월까지 기다리기엔 너무 멀다. 레어 아바타라도 배포했으면 신규나 복귀 유저들이 게임에 적응하기 한결 편했을 것이다.
시브의 보조 장비 보주를 이벤트 품목에 넣은 것은 좋지만 그 과정을 조금 더 고려해야 했다. 4400만 하던 시브 보주 시세가 6000만을 돌파했다. 던파 인플루언서 오형짱은 "시브가 지금 6000만 골드다. 무용담 등을 이용해 가성비 좋은 시브를 풀어줄 수도 있는 것 아니냐"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 그래서 이제 뭐 함?
현재의 던파는 기존 유저들조차 쉬고 오겠다며 이탈하고 있다. 외부적 요인 없이 게임이 재미가 없어 발생한 사건이라는 뜻이다.
앞에서 신규 유저가 목요일, 토요일 외에 접속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했다. 주간 콘텐츠 이외의 콘텐츠가 스펙업에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기존 유저 역시 꾸준히 접속해서 놀 콘텐츠가 없다.
사실상 파밍을 마친 유저는 폭풍이 부른 성을 도는 게 최종 콘텐츠다. 기자도 즐길 만한 콘텐츠가 없으니까 재화 파밍만 하다가 접속을 종료한다. 폭풍이 부른 성을 돌아도 만족할 만한 재화가 나오지 않는다.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가브리엘의 계약을 갱신하지만 유니크 아티팩트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균열의 단편은 이제 사면 손해인 수준까지 왔다. 라이언 코어와 조화의 결정을 내미는 가브리엘의 모습을 보면 뒷목에 열이 뻗친다. 차라리 에픽 소울이라도 드랍하길 바랄 지경이다. 폭풍이 부른 성의 장점이 있다면 버퍼도 빨리 돌 수 있다는 점, 캐니언 힐에 비해 피로도가 낮다는 점 정도다.
유저들은 졸업 이후 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레이드 콘텐츠 자체 퀄리티는 좋지만 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딜찍 메타에 너무 빨리 진입해 열심히 맞춘 세팅이 별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당근로그는 "곧 출시될 선계에서 노잼 노가다 360작 하고 있을 생각하면 눈 앞이 깜깜하다. 정 신규 콘텐츠 낼 게 없거든 왜곡된 차원의 큐브 수급처라도 늘려달라"라고 전했다.
아이템 파밍 과정의 지루함 또한 유저 이탈의 주 원인이다. 던파 인플루언서 장지는 "피해 증가만 상승하는 융합 에픽, 옵션 성장, 커스텀 등 파밍 과정이 안정적인 건 좋으나 재미가 없다. 다양한 세팅을 만들었지만 결국 실제로는 아칸이나 출혈만 사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모두 똑같은 교복을 입는다"라고 밝혔다.
■ 원 코인 더 줄 테니 제발 잘 하자
리팩토링, 와이드 모드, 도트 리터칭 등 진행 중인 개선 작업이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앞으로의 던파를 생각하면 꼭 필요한 작업이다. 다만, 유저들은 그들이 현재 피부로 느끼는 이슈의 심각성을 개발진이 인지하길 바라고 있다.
당장 던요일에 접속하면 점점 레이드 파티가 줄고 있다. 트라이 파티는 전멸이고, 기껏 영업한 뉴비 친구는 레이드 찍먹도 하기 전에 폐사 일보직전이다. 이런 광경을 보고 있으면 게임의 미래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아라드 주민센터를 통해 유저와 꾸준히 소통하려는 개발진 의지다. 처참했던 3일 방송과는 달리 4일 방송의 분위기는 나쁘지는 않았다. 리팩토링 등 게임 환경 개선 재투자에 대해서는 이제라도 하니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유저들은 "이제 원코인 남았다. 앞으로 제발 잘하자", "내 10년 추억이 담긴 던파가 떡상하길", "장기적 관점에서 재투자는 필요하지만 게임 시스템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솔직히 편의성은 역대급인데 콘텐츠만 신경 써 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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