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경향,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무정부 상태 재연됐다 해도 과언 아니다"

박재령 기자 2023. 7. 17.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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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13명 사망, 지하차도로 2분만에 물 6만t 덮쳐
홍수경보, 주민대피 요청 묵살한 흥덕구청, 매뉴얼엔 '통제 명시'
尹 우크라 방문에 엇갈린 평가, 조선 "자유연대 행동" 한겨레 "반러 노골화"
이재명 불체포특권 비판한 조선·서울, 김건희 명품쇼핑 조명한 경향·한겨레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17일 오전 7시 기준 폭우로 13명이 사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언론이 일제히 '예방할 수 있는 인재'라고 지적했다. 홍수통제소가 사고 4시간 전 홍수 경보를 발령했고, 2시간 전에는 주민 대피를 요청했지만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고 1시간 전에는 '제방이 유실될 것 같다'는 취지의 주민 신고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 17일 아침신문 1면 모음.

지난 15일 오전 8시 30분경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물에 잠겨 17일 현재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호천교 인근 제방이 유실돼 2~3분만에 6만t의 물이 지하차도에 찼다. 최소 15대의 차량이 물에 잠겨 13명 외 추가 사망자가 있을 수 있다. 전국적으로는 13일부터 16일 나흘간 충남, 충북, 경북 등에 최고 570mm가 넘는 기록적인 '호우'가 내렸고 17일 현재 총합 4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 17일자 국민일보 1면 사진기사.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가 일어나기 4시간 전인 15일 오전 4시10분 미호강 미호천교 지점의 홍수주의보를 홍수경보로 변경하고, 사고 2시간 전인 아침 6시31분엔 흥덕구청에 미호천 인근의 교통통제와 주민대피 조처의 필요성을 통보했다. 하지만 흥덕구청은 도로 침수 관련 아무 조처를 취하지 않았을뿐더러 사고 첫날엔 위험을 통보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참사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는 위험 지하 차도 '3등급'으로 분류돼 호우경보가 발생하면 통제해야 하는 차도였다. 청주시의 자연재해 '표준행동요령'에 따르면 비상단계 침수, 범람시 주민대피, 통행제한이 명시돼 있었다.

▲ 17일자 한국일보 사설.

결국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는 지적이다. 한국일보는 사설 <홍수경보 4시간30분 뭉개다니… 오송 참사는 명백한 인재>에서 “사고지하차도는 인근 논밭보다도 낮은 저지대였음을 감안하면 명백한 인재로밖에 볼 수 없다”며 “지방도 관리를 담당하는 충북도는 '갑자기 물이 쏟아져 차량통제가 어려웠다'는 무책임한 해명만”이라고 비판했다.

잇따른 지하차도 참사에 정부 시스템을 비판한 사설도 있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빗물 자동 차단시설은 없었고 배수펌프도 작동하지 않았다. 2020년 3명이 숨진 부산 초량 지하차도 침수 사고 때와 달라진 것이 없다. 당시 정부는 재발 방지 대책으로 자동 차단시설 구축을 발표했는데 궁평 지하차도는 올 9월에나 설치될 예정이었다고 한다. 침수 우려 지역임에도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무엇인가. 전국의 다른 침수 우려 지하차도 144곳은 안전한가”라고 했다.

▲ 17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우크라이나 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윤석열 대통령을 언급했다. 사설에서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부는 그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수해 때의 '무정부 상태'가 재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지난해 수해 때 사저로 조기 퇴근한 윤 대통령은 올해엔 해외 순방으로 자리를 비웠다. 수해 피해가 속출하는데도 귀국을 미루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다. 화상으로 상황을 보고받았다지만 물난리로 고통받는 국민들로선 대통령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했다.

▲ 17일자 경향신문 1면 사진기사.

17일 아침신문이 공통적으로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도 특징이다. 국지성 호우의 빈도가 늘어나는 등 날씨 극단성이 체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행정안전부와 지자체는 되풀이되는 일이라고 안일하게 대비했거나 재난 관리 매뉴얼에 허점이 없었던 것인지 다시 한번 점검해 봐야 한다. 기후변화로 수십 년 만에 한 번씩 찾아오던 '극한 호우'가 연례적으로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비밀리 우크라 방문에 중앙 “글로벌 중추국가 존재감”

▲ 17일자 동아일보 6면 사진기사.

윤석열 대통령이 폴란드 방문 후 비밀리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것을 놓고 신문의 평가는 엇갈렸다. 보수언론은 '자유 연대', '글로벌 중추국가' 등의 표현으로 환영했지만 진보언론은 '대놓고 반러', '러 리스크 과제' 등 반러 전선을 노골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 17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키이우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은 “안보·인도·재건 지원 방안을 담은 '우크라이나 평화 연대 이니셔티브'를 양국이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를 놓고 1면에 <尹, 우크라 전격 방문… '자유 연대' 행동으로 보여줘>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격 방문과 중추국가의 책임>에서 “한국이 1억5000만 달러(약 1910억원) 상당의 인도적 지원을 최대한 신속히 실행하고, 세계은행과 협력해 재정 지원을 하는 게 골자”라며 “협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민주주의와 인도적 가치,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한국의 지원이 핵심이다.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한국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외교 행보”라고 했다.

▲ 17일자 한겨레 5면 기사.

반면 한겨레는 1면 <우크라 간 윤 대통령의 '반러' 가치외교…“사즉생 자유수호”> 기사를 내고 “윤 대통령은 앞서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중국·러시아를 견제하는 흐름에 올라탄 데 이어,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해 반러시아 태도를 한층 분명히 했다. '가치 외교'를 강조하며 미국 등 서방과 밀착 수준을 대폭 끌어올리는 행보는 러시아와의 관계 등 국익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사설에서도 한겨레는 “이번 우크라이나 방문으로 미국과 동맹국을 주축으로 한 반중·반러 기조 강화에 한국 정부가 적극 동참하면서 러시아의 '적대국'임을 스스로 표방한 모양새”라며 “하지만 북핵 문제 해결 등 한반도 정세 관리를 위해선 주변국인 중국·러시아와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윤 대통령의 '서방 편들기'는 이들 국가가 북한과 더욱 밀착하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 우려된다. 게다가 중국은 한국의 제1위 교역 국가이고, 러시아 역시 주요 경제 협력 국가로 부상 중이다. 당장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교민들의 안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했다.

비명계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과 김건희 여사 '명품쇼핑' 논란

조선일보와 서울신문은 '불체포특권' 관련 사설을 내며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했고,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쇼핑' 논란을 사설로 냈다.

▲ 17일자 조선일보 사설.

박용진, 김종민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민주당이 혁신위원회 1호 쇄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를 18일 재논의키로 하면서 조선일보가 다시 이재명 당대표를 겨냥한 '방탄 비판' 사설을 냈다.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민주당은 이미 지난 대선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했다. 그런데 막상 이 대표 대장동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하루도 빠짐없이 방탄 국회를 열었다”며 “이 특권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고 버티는 이들은 스스로 떳떳하지 않다고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국민들은 내년 4월 총선에서 이들부터 최우선적으로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신문도 사설 <李 “불체포특권 포기”, 또 그냥 해본 말이었나>에서 “앞서 지난해 대선에서 불체포특권을 공약하고도 정작 대장동 수사 과정에서의 구속영장에는 특권 뒤에 숨었던 그다. 뒤늦게 불체포 권리 포기를 거듭 다짐했다면 대표로서 당론 관철에 앞장서야 하건만 그는 친명 진영의 반대 앞에서조차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대선 과정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다가 돌아서서는 '존경한다니까 정말 그런 줄 알더라'고 했던 말 뒤집기를 떠올리게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듯 국민을 기만하는 그의 심리 상태가 궁금할 따름”이라고 했다.

▲ 17일자 한겨레 사설.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쇼핑 논란을 조명했다. 김건희 여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리투아니아를 방문했을 때 명품숍에 들어가 논란이 일었다. 현지 매체 '15min'은 김 여사가 '두 브롤리아이'라는 명품 편집숍을 방문했고, 미리 발표하지 않고 예기치 않게 살롱에 왔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 여사가 빌뉴스 시청 광장 주변에 있는 (이 가게의) 5개 매장을 모두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여사가 방문한 것은 맞지만, 가게 직원의 호객으로 인한 것이었으며 물건은 사지 않았다”며 “김 여사와 무관한 한국 대표단 관계자가 사비로 자신의 넥타이를 하나 구매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를 놓고 “대체 어떤 명품 가게가 호객 행위를 한다는 말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며 “대통령실은 어설프게 사안을 뭉개려 하지 말고 명확히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 가게에 왜 갔는지, 쇼핑했다면 구매한 품목은 무엇이고, 비용은 어떻게 결제했는지 스스로 밝히길 바란다”고 했다.

▲ 17일자 경향신문 6면 기사.

경향신문 또한 사설 <김건희 '리투아 명품 쇼핑', 이러려고 제2부속실 폐지했나>에서 “현지 매체가 인터뷰한 매장 사장은 '쇼핑도 하시고 인사도 해주시고'라며 '정말 기쁘다'고 했다. 쇼핑을 하지도 않았는데 굳이 고맙다고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을까. 대통령실의 해명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쯤 되면 대선 당시 공언했던 '조용한 내조'가 아니라 권력을 제약 없이 행사하기 위해 제2부속실을 폐지한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제2부속실을 부활해 대통령 부인의 공적 역할을 보좌하는 것이 김 여사에게도 윤석열 정부에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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