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씨젠 千씨 집안 4인방이 빚어낸 지배구조의 실체
천종윤 대표, 삼촌 부부, 동생 4人 주역
10년 주기로 상장, 코로나19 ‘대박 신화’
한국ESG기준원 지배구조 평가 2년째 ‘D’
성공의 열매는 달았다. 10년만의 증시 입성. 또 다시 10년 만에 찾아온 호기(好期). 집중했고,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렸다. 보상이 없을 리 없다. 창업 4인방은 제대로 단맛을 봤다. 사돈의 팔촌까지 덕을 봤다.
체외진단 시약 및 장비업체 씨젠(Seegene) 천(千)씨 집안 얘기다. 스펙트럼 다채롭지 않을 리 없다. 상장 이후 반토막난 일가 지분구조에 핵심적 영향을 끼쳤다. 한국ESG기준원 지배구조 평가 2년 연속 최하위 D등급의 ‘민낯’을 들춰보는 이유다.
끌고 밀고…千씨 집안 4인의 동행
2000년 9월, 천종윤(66) 현 대표가 창업했다. 건국대 농학과 출신이다. 미국 테네시대 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금호생명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 겸임교수로 활동했다.
이화여대 생물과학과 조교수로 재직 중 창업한 학내벤처가 씨젠이다. 43살 때다. 1년여 뒤인 2002년 1월 직접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자의 길로 들어섰다. 사업 밑천은 별 문제될 게 없었다.
삼촌 내외가 후원했다. 당시 삼성전자 정보통신연구소장으로 있던 천경준(76) 현 씨젠 회장과 안정숙(73)씨다. 천 회장은 삼성전자 휴대폰 초기 모델인 ‘애니콜’ 개발의 주역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부부는 경영에도 발을 들였다. 숙부는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을 끝으로 삼성전자를 떠난 뒤 2005년 5월 씨젠 이사회에 합류했다. 숙모도 한 발 걸쳤다. 남편이 사내이사직을 맡을 무렵부터 3년간 감사로 활동했다.
살림은 남동생이 맡았다. 천종기(61) 현 씨젠의료재단 이사장이다. 대한생명보험 인사부, 메리디엔파트너즈 한국지사 부장 등 주로 금융계에 몸 담았던 인사다. 씨젠 설립 당시 대표를 맡았던 이다. 형에게 내준 뒤로는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자금을 관리하며 뒤를 받쳤다.
긴 적자 흐름 깨고 10년 만에 증시 입성
2010년. 마침내 결실을 봤다. 초창기 유전자 분석 기술 및 시약 개발사업을 하다가 2006년 체외진단 분야에서 PCR(유전자증폭) 기술을 기반으로 한 분자진단 시장에 본격 진출한 게 계기였다.
2008년 42억원 수준이던 매출이 2009년 131억원으로 3배 성장했다. 무엇보다 긴 적자 흐름을 깼다. 영업흑자가 46억원이나 됐다. 이익률이 35%를 찍었다. 이듬해인 2010년은 그 해 9월 씨젠이 증시에 입성했던 해다. 창업 10년만이다. 총 194억원 상장 일반공모 당시 몸값 1940억원(공모가 주당 3만500원․액면 500원)으로 인상적인 신고식을 마쳤다.
상장 당시 천 대표는 1대주주로서 지분 32.69%를 보유했다. 다음으로 천 회장(14.71%), 안정숙씨(7.35%), 천 이사장(5.8%)이 2~4대주주로 있었다. 천 대표가 사업을 일으키는데 삼촌 부부와 동생이 음으로 양으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점은 당시 보유지분에서도 읽을 수 있다.
코로나19 ‘잭팟’…차고 넘친 현금
2020년. 상장 이후 ‘돈 버는 바이오’로서 존재감을 심어주던 씨젠에 또 10년 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진단시약과 진단기기 등 기민한 진단키트 개발로 ‘대박’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한마디로 ‘떼돈’을 벌었고 현금은 차고 넘쳤다.
그간 닦아놓은 해외 판매 네트워크도 빛을 발했다. 현재 씨젠은 국내 계열사 없이 2012년 12월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미국, 캐나다, 독일, 브라질, 멕시코, 콜롬비아에 진단시약과 장비를 판매하는 8개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매출(연결기준)이 2019년 1220억원에서 2020~2021년 도합 2조5000원으로 폭발했다. 2년간 영업이익으로 벌어들인 액수가 총 1조3400억원이다. 이익률은 18%→54% 수직상승했다.
짧은 기간 밀려드는 현금을 주체할 수 없었다. 순차입금이 마이너스(-) 3150억원(총차입금 1590억원-현금성자산 4730억원)에 이를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총자산이 1960억원→1조4900억원으로 몸집은 커질 대로 커졌다.
시가총액 2위→50위권 밖으로
올해 1~3월. 매출(연결기준)이 9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작년 매출 8540억원으로 한 번 꺾인 흐름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1년 전(4510억원)과 비교하면 5분의 1로 축소됐다. 영업이익은 작년 1960억원으로 전년의 3분의 1 토막이 나더니 올 1분기에는 아예 13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주가가 온전할 리가 없다. 2020년 8월 16만1100원(2021년 4월 100% 무상증자 반영)을 찍었던 주가는 현재 2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이 8조4000억원으로 치솟으며 코스닥 2위에 랭크 했지만 지금은 1조원을 갓 넘긴 5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한데,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 진입으로 무거워진 발걸음이 눈앞의 현실이 될 무렵 씨젠의 지배구조에도 심상찮은 변화가 생겼다. 작년부터 부쩍 도드라져 보이는 변화다.
씨젠 ‘대박 신화’의 핵심 인물인 오너 천 대표를 비롯해 삼촌 부부와 남동생 등 천씨 집안 창업 4인방의 그간 행보와 맞물려 있다. 들춰보면 스토리가 우수수 떨어진다. (▶ [거버넌스워치] 씨젠 ②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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