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전쟁으로 中경제 위기-④] 수출·FDI 급감하는데 부채는 급증

박형기 기자 권영미 기자 2023. 7. 1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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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형기 권영미 기자 = 미중 패권 전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과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데 비해 중국 정부의 부채는 급증하는 등 중국 경제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패권 전쟁으로 그동안 중국 경제성장의 주요 동력이었던 FDI와 대미 수출은 급감하고 있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인프라를 일으키는 방법으로 경기를 부양해야 하나 지방정부들이 모두 빚더미에 앉아 이 마저도 여의치 못하다.

중국 경제가 3중고에 시달리며 사면초가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 FDI 급감, 127조에서 25조로 : 일단 FDI가 급감하고 있다. 그동안 FDI는 중국 쾌속 발전의 종잣돈 역할을 했었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대중 FDI는 200억 달러(약 25조)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1000억 달러(약 127조)에서 5분의 1토막 난 것이다.

이는 일단 미중 패권전쟁이 시작된 이후 대중 리스크가 고조됨에 따라 미국 등 서구 기업들이 대중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중 압력을 높이자 중국도 이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에 진출한 서구 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패권전쟁을 개시한 이후 서구 기업들이 지정학적 불안을 이유로 중국 투자를 꺼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마저 서구 기업 감시를 강화하자 서구 기업들이 투자를 재고하는 등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중국 FDI가 급감하고 있으며, 중국 당국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FDI 유치에 혈안이 되고 있다.

중국은 2023년을 ‘중국 투자의 해’로 지정하고, 관리들은 해외 판촉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올해를 중국 투자의 해로 지정한 것은 FDI가 급감한 것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삽화다.

중국 남서부 쓰촨성 성도 청두의 한 무역 관계자는 최근 유럽으로 투자 촉진 여행을 떠났다. 그는 그러나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20년 동안 유럽에서 투자를 꾸준히 유치해 왔지만 양해각서에 한 번도 서명을 하지 못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으로 자금 유입보다 중국으로부터 자금 유출이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개혁개방 이후 지난 40여 년간 나가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 항상 더 많았던 중국 경제에 상전벽해의 변화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쾌속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의 미래에 투자하려는 세계 각국의 FDI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FDI는 중국 경제 성장의 가장 큰 동력 중 하나였다. 그러나 패권전쟁으로 그 동력이 바닥나고 있는 것이다.

◇ 수출도 급감, 미국 수입국 1위에서 3위로 : 수출도 급감하고 있다. 그동안 수출은 중국 경제 성장의 가장 큰 동력이었다.

선적을 위해 중국의 주요항구인 리엔윈깡에 대기하고 있는 차량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미국이 중국을 세계 제조업 기지로 만들자 중국의 수출은 급격히 증가하며 중국 경제발전의 일등 공신이었다. 미국도 값싼 중국 상품을 수입해 저물가 속에서 수십년간 초장기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미중 경제가 커플링(동조화)됐었고, 미중이 '윈윈'했던 것이다.

그러나 패권전쟁이 시작된 이후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추진 됨에 따라 중국의 대미 수출이 급감, 중국의 경제 성장이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미국의 상품 수입국 부동의 1위였던 중국이 올해 상반기 정상 자리를 내어 주고 3위로 밀려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1~5월 미국의 중국으로부터 수입액은 1690억 달러로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3.4%였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3.3%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19년 만의 최저치다.

중국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멕시코이며, 그 뒤를 캐나다가 이었다. 멕시코로부터의 수입액은 사상 최고치인 1950억 달러, 캐나다 역시 사상최고치인 1760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일용품과 전자제품 등 폭넓은 품목에서 중국 제품 수입이 줄었지만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반도체였다. 특히 중국산 반도체 수입은 절반으로 줄었다.

중국은 2009년 캐나다를 제치고 대미 수출 1위에 올랐었다. 직전 해에 리먼 사태가 전세계를 강타해 고비용의 미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어 중국이 저렴한 가격으로 국제 무역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했었다.

이에 힘입어 미국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까지 높아졌다.

그러나 2017년부터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했다. 2017년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역조를 개선하겠다며 대규모 관세폭탄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 News1 DB

바이든 행정부도 높은 관세 정책을 계승하면서 지금도 미국은 총 3700억 달러의 중국 상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더 나아가 경제 안보를 이유로 반도체 등 첨단 부품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2023.7.13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중국과 디커플링은 미국 소비자물가 급등 등의 부작용을 낳았지만 미 의회의 초당적인 지지 아래 '프렌드 쇼어링'(공급망 문제를 동맹을 통해 해결한다는 의미) 움직임이 가속화됐다.

그 결과, 중국은 미국의 수입국 1위에서 3위로 밀렸다. 패권전쟁으로 그간 중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대미 수출 전선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 정부 부채 23조 달러, 미국 GDP보다 많아 : 패권전쟁으로 외국인직접투자(FDI)와 대미 수출이 급감하자 중국의 경기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지방정부들은 그동안 '전가의 보도'(양반가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던 보검으로 만병통치약이라는 뜻)였던 인프라 건설을 일으켜 이를 만회하려 하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고속철도 정비센터.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동안 중국은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면 지방 정부들이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일으켜 경기 둔화를 완화하는 방식을 썼었다. 각 지방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 중 하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니 지방정부의 부채가 급증했다. 전가의 보도를 남발한 나머지 지방정부가 빚더미에 오른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현재 중국 정부의 부채가 모두 23조 달러(약 3경)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3조 달러는 미국의 GDP(22조 달러, 2021년 기준) 보다 규모가 큰 것은 물론 중국 GDP(17조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기가 침체하고 있어 인프라 공사를 일으켜서라도 경기를 부양해야 하지만 이미 빚이 너무 많아 자금을 조달할 여력이 없다.

중국은 이미 인구가 줄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기도 전에 늙어버렸다며 중국이 미국 경제를 영원히 추월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패권전쟁으로 경제도 급격하게 둔화하고 있다. 중국이 거시 경제 측면에서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sino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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