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장사’ 비판에 사회공헌 늘린 5대 은행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이병훈 2023. 7. 1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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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시중은행들이 올해 상반기 사회공헌액을 지난해보다 10% 넘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대통령이 직접 ‘은행권 돈 잔치’에 대한 대책을 주문한 데다 금융 당국이 압박에 나서자 부랴부랴 사회공헌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일보는 17일자 지면에서 이와 함께 기획재정부의 세법 개정안 방향, 금융당국의 서민층 대출 지원 확대 등의 소식을 다뤘다.
서울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연합뉴스
◆5대 은행 상반기 사회공헌액 12% 늘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올해 상반기(1∼6월) 사회공헌 지원 금액은 총 5315억30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4727억7000만원)와 비교해 12.4% 늘었으며, 이미 지난해 전체 지원액(7822억8000만원)의 68% 수준에 달한다.

지원 부문별로는 서민금융이 3012억6000만원으로 전체 지원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지역사회·공익(1562억2000만원), 학술·교육(374억7000만원), 메세나(문화예술 활동)·체육(326억4000만원), 글로벌(21억7000만원), 환경(17억7000만원) 순이었다. 은행별 지원액은 KB국민은행이 1399억2000만원으로 1위였다. NH농협은행 1278억원, 하나은행 1037억원, 신한은행 965억3000만원, 우리은행 635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은행 고금리로 인해 국민 고통이 크다”며 “수익을 어려운 국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게 이른바 ‘상생 금융’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후 금융 당국도 압박에 가세하면서 은행권은 올해 상반기 내내 개별적으로 또는 은행연합회를 통해 공동으로 서민금융 지원을 비롯한 상생 방안을 발표해왔다.

은행권은 하반기에도 고객 신뢰 회복과 상생을 주요 목표로 삼고 경영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14일 열린 ‘2023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고객에게 신뢰받는 평생 금융파트너가 되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세법 개정안 ‘경제 활력’에 초점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달 말 발표되는 세법 개정안은 새로운 정책보다는 이달 초 공개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보완하는 수준에서 준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우선 경제 활력 촉진 차원에서 가업승계 공제 확대(연부연납기간 연장·저율과세한도 확대·업종변경제한 완화),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리쇼어링 지원 대책 등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의 세액공제율(대·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5%)을 참고해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제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민생경제 안정 대책도 준비 중이다. 대중교통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 소상공인 임차료를 인하한 ‘착한 임대인’ 세제 지원 연장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현재 10년간 5000만원인 증여세 기본공제 한도를 결혼이라는 일회성 이벤트에 한해 1억5000만원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다만, ‘부동산 양도소득세 중과’ 개편은 고심하는 분위기다. 현행 소득세법은 2년 이내 단기 보유하거나 다주택자가 보유한 부동산을 양도할 때 중과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자체를 폐지하고 단기 거래 중과세율의 적용 기준시점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긴 하나 세수 부족 상황에서 야당의 반대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여 정부는 시장 파급력 등을 두루 감안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맥주·탁주에 적용되는 종량세 물가연동제를 폐지하는 방안이 포함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정부는 2020년부터 맥주·탁주에 대해서만 출고량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를 적용하고, 세율을 물가에 연동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종량세를 빌미로 주류 업계가 가격을 더 크게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금융당국 서민 대출 문턱 낮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다양한 종류의 ‘햇살론’을 통합하고, 최저신용자 대상 직접 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책서민금융 효율화 방안’을 연내 발표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우선 햇살론의 재정을 통합 운영해 자금 공급과 수요 매칭을 효율화한다. 통합 햇살론으로 운영될 경우 상품별로 설정된 ‘재원 칸막이’를 해소해 서민층 자금 수요를 보다 효율적으로 충족할 수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최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직접 대출을 해 주는 시범 사업도 추진한다. 100만원 한도 내에서 신청 즉시 대출해 주는 일종의 소액생계비 대출이다. 기존에도 연체 이력 등을 이유로 햇살론 상품 이용이 거절된 최저신용자(신용점수 하위 10% 이하)를 대상으로 한 특례 보증 상품이 있었지만, 조달·관리 비용 등의 문제로 민간 금융회사가 잘 취급하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

금융위는 직접 대출 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되 소액생계비 대출처럼 일자리 및 복지 프로그램 연계 등 복합 상담도 함께 제공할 예정이다.

정책서민금융의 안정적·지속적 공급 기반 구축을 위해 금융회사 출연요율 상향 및 차등 출연요율 개편도 추진한다. 금융위는 연간 정책서민금융 공급 목표를 10조원에서 1조원 이상 확대해 사상 최대 규모로 공급한다는 방침도 밝힌 바 있다.

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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