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적 지지하는데···각종 전기차 정책 수혜보는 머스크 [김기혁의 테슬라롱숏]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부터 미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왔습니다.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잠재적인 ‘정적’을 거드는 머스크의 정치적인 행보가 ‘눈엣가시’일 것입니다. 심지어 트위터를 인수한 머스크는 트위터를 정치 활동의 장으로 활용했습니다. 디센티스 주지사는 지난 5월 트위터의 음성대화 플랫폼을 통해 차기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로 나설 것이라며 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2024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미 언론은 트위터의 정치적 기능과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를 부각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오히려 1위 브랜드로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갖가지 정책이 테슬라의 아성을 굳건하게 지켜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머스크의 껄끄러운 관계 속 테슬라의 현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테슬라의 미국 실적부터 보겠습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시장조사기관 모터인텔리전스를 인용해 테슬라의 올 상반기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총 33만6892대로 추정된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수치로 텍사스 기가팩토리의 생산량 확대 등이 주효했습니다.
중요한 건 다른 업체와의 격차입니다. 2위를 기록한 현대차(005380)그룹(3만8457대)보다 30만대 가량을 더 팔았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2위와의 격차가 22만5000대 수준이었는데 올해에는 7만대 이상 추가로 벌린 것입니다.
다만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10%포인트 떨어진 60%를 기록했습니다.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현대차그룹,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물론 리비안 등 미 스타트업도 전기차 생산 확대에 전력을 쏟고 있는 만큼 테슬라의 점유율 하락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업계에선 올해 미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가장 큰 요인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지목합니다. 북미산 전기차에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소비자들이 전기차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 급증했습니다.
특히 테슬라가 최대 수혜 기업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IRA 시행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별로 전기차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간 한도(20만대)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만약 보조금 한도가 제한돼 있었다면 테슬라가 올해 상반기에만 약 34만대를 판매하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배출가스 규제도 테슬라만 환영하는 상황입니다. 환경보호청(EPA)가 지난 4월 2027년부터 2032년까지 차량의 이산화탄소, 비메탄계 유기가스와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의 배출 허용량을 단계적으로 줄이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규제안을 공개했습니다. EPA는 새 기준이 도입되면 전기차가 2030년 전체 승용차의 60%, 2032년에는 6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현대차는 이달 초 EPA에 공식 의견을 제출하면서 EPA의 배출가스 규제안이 자동차 업계가 직면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IRA가 규정하는 까다로운 배터리부품·핵심광물 요건을 맞출 수 있는 차량이 많지 않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전력망과 충전소 등 전기차 보급 확대에 필요한 인프라도 부족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반면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는 규제 강화를 환영했습니다. EPA가 순수전기차(BEV)로 더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강화된 배출 규제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만큼 EPA가 규제안을 최종 규정으로 확정해야 한다는 게 테슬라 측 입장입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정책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테슬라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당초 미 정부는 기존 표준 충전방식인 CCS에 무게중심을 둔 보조금 정책을 펼쳐왔습니다. 75억달러를 전기차 충전소 확충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포드, GM 등이 테슬라 초급속 충전기인 슈퍼차저를 사용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테슬라는 NACS라는 충전 규격을 채택하고 있으며 슈퍼차저가 미국 전체 급속충전기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자동차 브랜드가 테슬라 충전표준에 따르는 분위기여서 CCS 표준의 충전기에 보조금을 주겠다는 바이든 정책에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예산을 잘못 쓸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표준개발 기관인 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SAE)가 6개월 이내에 NACS 방식을 표준으로 지정하는 것을 목표로 논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SAE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테슬라·포드를 비롯한 차량 제조사는 물론 미 연방정부와도 NACS 표준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테슬라를 향한 바이든 대통령의 진의는 무엇일까요? 의원 시절부터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의 개인적인 성향도 중요하지만 전기차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정책적인 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시절 미 행정부를 이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전기차 전환 정책의 ‘원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까지 전기차(현재 기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100만대 보급하겠다고 공언하고 다양한 지원 정책을 수 차례 내놨습니다. 2014년에는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 혜택을 기존 대당 7500달러에서 1만달러로 확대하는 법안을 상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법안에는 IRA에 포함된 제조사별 20만대 지원금 제한 폐지도 담겨 있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전기차 전환 정책이 바이든 행정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면 전기차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기본적인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드라이브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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